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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환자에 대한 편견과 낙인은 장애차별”, 국가인권위에 진정

공감이 하는 일/공익소송 및 법률지원

by 비회원 2014. 7.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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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 규정에 에이즈 환자도 해당
28개 요양병원의 입원거부 및 정부부처의 조치 미비 시정돼야
에이즈 환자가 겪는 선입견과 차별, 법제 내에서 개선될 필요 있어

 

◇ 14개 시민단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 에이즈 환자 인권 보호하고자 진정안 제출


 지난 1월 질병관리본부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위탁 아래 중증∙정신질환 에이즈 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수행해오던 S요양병원에 위탁을 해지했다. 그 이유는 병원 내 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및 치료방치 실태가 드러났기 때문이었으나, 이후 환자들을 위한 관련 당국 측 후속조치가 미비했다. 또한, 이 에이즈 환자들의 입원가능 여부를 문의받은 28개 공공∙민간 요양병원들은 ‘전염성 질환자’라는 이유로 입원을 거부했다. 에이즈 환자가 겪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장애에 대한 차별로 간주해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의 시작은 이 때부터였다. 한국 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을 비롯한 14개 시민단체들은 이를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이하 장차법) 차별행위로 간주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관련 단체들이 입장을 표명하는 기자회견이 지난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 중구 인권위 앞에서 열렸다. 주최 측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염형국 변호사는 “에이즈 환자들은 누구보다 사회적 차별과 낙인으로부터 오랜 시간 고통받아 온바 장차법상 장애인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 역시 “장애의 범주는 장애등록과 등급이 기준이 아니라 당사자가 사회적∙일상적 차별과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 처해 있는가의 여부다.”라며, “이러한 차별로 특정 시민들이 겪는 불편과 고통을 근절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에이즈를 장애의 범주에 포괄하는 인식은 흔하지 않았던바 장차법상 차별행위 위반을 근거로 한 본 진정안은 이례적이다.

 

◇ 에이즈 환자가 장애인의 범주에 어떻게 속할 수 있나


 현행 장차법 제2조는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등록장애인이 아닌 사람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정의에 부합한다는 장애인차별시정기구의 인정이 있을 경우 장차법상 보호대상으로 간주한다. 장차법 제2조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은 ‘신경계, 근골격계, 특수 감각기관, 발음기관을 포함한 호흡기계, 심혈관계, 생식기계, 소화기계, 비뇨기계, 혈액∙림프계, 피부, 내분비계 등 신체 계통의 하나 이상에 영향을 주는 어떤 생리적 부조화나 이상, 외관상의 상처, 해부학적인 유실’과 ‘지적장애, 기질적 뇌증후군, 정서적∙정신적 질병, 특정 학습장애와 같은 어떤 정신적 또는 심리적 부조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라는 규정에 의해 일시적 장애∙질병은 포함하지 않는다. 또한, 손상이나 기능상실이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제약을 초래한다는 일종의 인과관계를 전제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HIV 감염으로 면역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신체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을 장기간에 걸쳐 겪으며 각종 감염성 질환이나 악성 종양 등 여러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된 에이즈 환자들은 전형적인 장애범주에 속한다. 특히 에이즈 환자들이 겪는 신체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의 경우 장기간의 의학적 치료가 수반되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바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환경’임이 분명하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중인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

 

◇ 에이즈를 장애로 인정한 사례가 있는가


  1998년 미국에서 한 치과의원이 당시 무증상 상태의 에이즈 환자였던 시드니 애보트의 치료를 거부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애보트는 장애인법(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DA) 위반을 근거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 해 6월 연방대법원은 애보트의 상태가 ADA상 장애에 해당한다고 간주하며, 치료를 거부한 치과의사는 본 법이 금지하고 있는 장애인 차별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2008년 연방의회가 ADA를 개정해 HIV∙AIDS 환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를 강화한 바 있다.

 이외에도 1997년 12월 일본은 에이즈 환자를 신체장애복지법에 입각한 장애인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2005년 영국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을 개정하며 에이즈 환자 보호와 관련된 규정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였다.

 

◇ 왜 차별인가


  에이즈 환자의 인권문제를 장애인 차별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에이즈를 ‘전염성 질환’으로 생각하는 보편적인 사회적 선입견에 기인한다. 기자회견에서 인하대 의학전문대학원 이훈재 교수는, “에이즈는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며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하려는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난도가 높지 않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일상생활 혹은 의료행위 중 에이즈 환자로부터 HIV가 전파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그럼에도 ‘에이즈는 쉽게 옮는다’는 사회 전반의 인식이 야기하는 차별 탓에 환자들은 쉽사리 치료를 받지 못한다. 사회의 선입견적 시선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 환자들 스스로 정기검사 또는 치료의 과정을 꺼리게 되는 까닭이다. 때문에 감염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와상상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치료시기를 놓쳐 각종 기회 질환 및 회복 불가능한 장애에 노출되기도 한다. 게다가 환자 다수의 사회적∙경제적 처지는 어렵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생존 에이즈 환자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비율은 20%를 상회한다. 따라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가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바와 같이, “에이즈 환자들이 사회적∙일상적 차별과 제약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환경에 처해” “불편과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게 명백한 상황이다. 
 

 그러나 28개 요양병원은, 에이즈의 전파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 2항 “전염성 질환자는 요양병원의 입원대상으로 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에 따라 입원을 거부했다. 구체적으로 입원거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31조(건강권에서의 차별금지) 위반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료기관 및 의료인 등은 장애인에 대한 의료행위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나아가 공공요양병원은 공공시설로써 더욱 엄격한 차별금지의무를 지고 있는 바 이러한 공공시설에서의 재화나 용역, 편의시설을 사용∙수익함에 있어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 역시 장차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에 해당한다. 또한 장차법 제31조 제4항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선천적∙후천적 장애 발생의 예방 및 치료 등을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추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지자체의 조치시행 미비 역시 차별행위에 속한다.

 

▲ 진정서를 낭독중인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

 

◇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따라서 에이즈 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개입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 1월 환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및 치료방기가 드러난 S요양병원의 위탁을 해지하는 등의 소극적인 대처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우선시하고 에이즈에 대한 편견이나 혐오, 차별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이곳에서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조치가 제때 이뤄지고 충분한 간병인력을 제공하며 항시 청결한 위생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더불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해 에이즈 환자 본인의 참여가 보장돼야만 한다.

  제도적으로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서비스의 수급권자를 노인으로 제한하고 보장성이 취약하며 서비스의 질이 낮은 현행 요양보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제도상의 문제점이 명확한 탓에, 장애인을 비롯해서 에이즈와 같은 장기 환을 앓고 있는 환자 등 비노인 잠재 수급 층이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제도적 공공성을 보완하고 환자 본인 부담금에 대한 지원을 보장하며 환자의 사회복귀 가능성까지 책임지는 다각적인 국가지원이 절실하다.

 

▲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진정서를 제출중인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


◇ 다른 고려사항은 없는가


  현재 장차법 제2조가 명시하고 있는 ‘장기간’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적으로 인권위와 법무부, 법원 등 장애인차별시정기구가 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으며, 이에 따라 에이즈 환자를 장애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하는 일도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에이즈를 앓고 있는 당사자들 내부에서도 장애의 인정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차법이 존재하기는 하나 장애 인권의 보호 역시 아직은 미진한 상황에서, 에이즈 환자들이 장차법 내에 포함되는 것은 또 다른 낙인을 스스로 찍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때문에 장차법을 에이즈 환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근거로써 간주하기 이전에, 현행법이 그 자체로 실효성을 갖고 있는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_김효빈(19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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