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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BTI의 삶에 대한 공개적 논의 -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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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 토요일, 서울청소년수련관 지하 1층 ‘더기’ 강당에서는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자신을 LGBTI로 정체화한 총 3,208명의 성소수자들이 참여한 대규모의 설문조사였다.


조사를 통해 한국 사회에 상당히 많은 LGBTI가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에 관한 욕구를 알 수 있었다. 조사에는 비트랜스젠더-이성애자가 표본으로 쓰이지 않았는데, 그것이 이것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퀴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통계로나마 드러난 퀴어의 모습이 반가웠다.


직접적인 차별이나 폭력에 대한 신고비율은 5.1%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에게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보면 ‘말한다고 해결되지 않을 것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는 가해자들의 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속한 단위가 이를 풀어낼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LGBTI에 대한 폭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응답자의 41.5%가 직접 차별이나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차별이나 폭력을 직접 경험하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무려 61.9%가 ‘신고해도 아무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국에는 수많은 LGBTI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은 현실에서 억압받고, 차별받고 있습니다.”

이 두 문장만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해 사례는 일상적이고도 평범한 이야기지만, 이를 인식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는 더 많은 언어를 확보해야 했고, 조사 결과는 그 일환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를 통해 성소수자의 삶을 보여줄 객관적인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현실을 계속 이야기해나가는 과정에서, “사례를 말하라, 증거를 대라”는 요구에 직면했을 때 이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또한, 당연하게 생각해 온 것에 의문을 품게 하는, 이와 관련해 첫걸음을 내딛게 하는 또 다른 방식이 될 것이다.



LGBTI의 경험과 관점을 반영한 국가 정책, 제도를 기대하며


이번 조사는 지금까지 가시화되지 않았던 LGBTI들의 욕구를 조사함으로써, 이를 반영해 인권운동의 방향을 다시 잡아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조사에 의하면, LGBTI는 차별과 폭력으로부터의 구제를 매우 중요한 정책 과제로 요청하였다. 발표회에서는 이를 고려해 커뮤니티 역량 강화와 함께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꾀하며, 국가와의 괴리감을 극복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변화를 이뤄나갈 것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설문조사의 특성상 이미 답변이 구성되어 있었고, 좀 더 다양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없었다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남는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냐는 질문만으로는 보수·진보를 파악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고, 커밍아웃 혹은 차별 상황에서의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젊은 연령대일수록 좀 더 자신을 기존 언어로 정체화하지 않는 성향을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도 계속 궁금증이 남았다. 연구되지 않았던 우울증이나 삶의 질 파트와 함께 후속으로 기획되어도 좋을 것 같다.


좀 더 세분화된 다음 연구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계속 만들어지기를, LGBTI들에게 더 친화적이고, 피부에 와 닿는 사회 변화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LGBTI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간성(Intersex) 등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퀴어(queer): 본래 기이하고 이상하다는 뜻의 단어인 퀴어는 성소수자를 칭하는 또 다른 말로, 이성애라는 견고한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일반적이지 않고 독특하다는 것을 당당하게 드러내자는 전복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글_ 박선희(19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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