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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회원 인터뷰] 소외된 목소리를 기록으로 담아내다 - 조이여울 기부회원

기부회원 이야기

by 동-감 2014.06.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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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오래 사귄 친구와의 만남

‘친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란 뜻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활동 초창기부터 공감을 눈여겨보면서 응원해오던 사람, 그리고 공감으로부터 자신이 다시금 나아갈 수 있는 위로를 얻었다는 사람. 햇살 가득한 5월의 어느 날, 혼잡한 도심 속에서 홀로 똑 떨어져 나온듯한 한적한 연남동 어귀에서 조이여울님을 마주하자 마치 오래 사귄 친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곧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여성주의 저널 일다의 기자 조이여울님을 만나보았다.

 

그에게 공감을 후원하기 시작한 계기를 물어보자 그는 담소를 나누듯이 이야기를 꺼내었다.

“아름다운 재단에서 소라미 변호사님이 활동하시던 비교적 초기의 모습부터 공감을 지켜보았어요. 변호사님들이 공익 단체들의 법적 자문이나 사건 수임 위주보다도 실천하는 활동가로써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굉장히 새로웠죠. 이전에 보기 어려웠던 독특한 집단이 나왔구나 생각했어요. 공감의 활동 방향이 일다에서 다루는 이슈와 비슷했기 때문에 친밀하게 느껴졌기도 했고요. 공감은 기존의 사회 정의나 불평등 문제들에서도 별로 취급되지 않았던 진짜 소수의 문제를 발굴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기존에도 인권변호사라는 말은 있었지만, 공감은 한국 사회에서 부여하는 전문가의 개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운 것 같아요. 그리고 옆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고 같이 가는 친구가 있다고 느끼면서 많은 위로가 되기도 했죠. 그렇게 친밀한 느낌으로 인연이 닿게 되었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기부회원이 되었습니다.”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쓰기

어려서부터 의식 있는 반항아(?)였던 그는 대학시절부터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갖고 여성운동에 참여했다고 한다. 지금은 여성주의 저널리스트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을 넘어 운동을 통해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껴 ‘그저 여성운동을 계속 하고 싶을 뿐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하지만 ‘3차 성징’이라는 잡지를 내어 학내에 공유하면서 여성주의 매체에 대한 개념을 고민했던 것을 보면 그때에도 이미 저널리스트로서의 면모가 있었던 게 아닐까. 기록을 통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면서, 여성운동을 하는 데에 자신이 가장 전문성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일지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기자가 되어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일다 창간 이후부터예요. 흔히들 언론인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글을 쓰고 사실을 보도해야한다고 하죠. 그런데 사실 모두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서 사안에 임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못하거든요.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저는 참여하는 저널리즘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저널리스트는 사안에 관심이 있고 진심이 담겨야만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취재에 앞서 내가 얼마나 여기에 진심이 담겨있는지 항상 고민하죠. 그렇지만 기록에 있어서는 서로의 세계관 간에 소통하고 배우기 위해 열려 있으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면 나도 몰랐던 나의 감정이 올라와서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그런 시간에는 기록을 할 수 없죠. 감정적인 상태에서 평정심을 찾는 과정을 거쳐서 상황을 깊게 이해하면 그제야 진정성 있게 기록할 수 있어요. 최근에 출판한 <나는 뜨겁게 보고 차갑게 쓴다>의 제목은 이 점을 정직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순간 신문사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는 현실과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인기 검색어를 제목에 넣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 기사를 쓰는 요즘의 세태는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이윤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언론 매체는 지금까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다는 ‘자발적 정기 구독’이라는 형식으로 후원을 받고 있다.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고 외유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원칙을 위해, 일다는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상업 광고 없이 대안 저널리즘의 길을 걸어 온 것이다. 독자들이 일다가 계속 발간되길 바라야만 다음 기사가 쓰일 수 있다. 그래서 일다는 조회수와 기사수가 아닌 차별화된 콘텐츠를 그 생명력으로 삼는다. 지금까지 이슈화되지 못했던 목소리를 담고, 그 내용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이를 통해 앞으로의 길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일다만의 색깔이자 영향력이다.

 

여성주의를 돌아보다

"일다가 창간됐을 때 여성주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일다가 그 논쟁에 불을 지핀 셈이죠. 여성주의가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는 점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지만, 모든 여성주의가 다 하나라는 것에 이견이 있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일다의 여성주의는 여성뿐만 아니라 주변화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어요. 특정 소수자 집단과 손을 잡는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발언권이 없었던 비주류의 입장에서 기존 주류 역사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랄까요. 진정한 평등을 위해서는 그저 기존의 틀을 그대로 둔 채 문을 더 여는 것을 넘어서, 배제되었던 사람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다시 만드는 것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있어서도 그것이 어떤 원칙에 의한 것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여성주의 정치라는 것이 여성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정치화 하는 것인지, 아니면 여성이 기존 정치의 틀에 맞춰 들어가는 것인지 말이에요."

 

일다가 지향하는 여성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조이여울님의 대답에는 오랫동안 고민해온 깊이가 느껴졌다. 일다가 새로운 여성주의의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가 15년여 간 기자로서 현장에서 여성들의 삶을 바라보면서 쌓아온 내면의 질문들 덕분이지 않을까. 지난 세월동안 여성주의 운동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그는 이제 기존의 여성주의를 재해석하고 여성의 인권에 대한 담론이 다시 활성화 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이야기했다.

 

"20년 전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기존의 가부장제에 대한 맹렬한 비판으로서 여성주의가 대두되었어요. 그때는 다음 세대의 여성들은 더 여성주의적인 삶을 살 것이라고 믿었고, 여성주의의 후퇴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지 않았죠. 하지만 암울하게도 지금은 오히려 여성주의가 그때보다 저평가 받는 것 같아요. 물론 여성의 인권이 후퇴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남아선호사상이나 여성의 순결을 강요하는 문화도 많이 없어졌고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대한 법률도 강화되었거든요. 문제는 그럼 사회의 가부장적인 시스템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실제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지 되돌아보는 것이죠. 문화라는 건 쉽게 바뀌지 않아요. 시스템에 대한 순종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와 조직 문화는 여전하고, 외모에 대한 통제는 예전보다 심화되었죠.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남성들도 자유롭지 못해요. 여성주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보다는 폐쇄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거나 루머 위주로 왜곡하고 폄하하는 것도 안타깝죠. 현시점에서 여성주의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올해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성주의에 대한 강의를 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활동가들을 만나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더 많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요즘은 인터넷과 SNS가 보편화되어 일다와 같은 대안 저널리즘을 예전보다 더 쉽고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집단주의 문화 아래에서 역사적으로 차별받았던 사람들을 다시 처벌하려 드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다. 시대착오적인 지역감정이 여성 혐오와 맞물려 폭력적으로 배설되는 현상이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 한국 사회가 아직 온라인 담론 문화의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선 저널리즘과 관련하여 권력의 개입 문제 외에 언론의 윤리 역할과 방법론에 대해서는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것도 안타깝다.

 

그래서 그는 일다를 운영하면서 마주했던 문제들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강의를 통해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젊은이들이 기록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또한 전문가의 직함보다는 글이 담은 내용의 질을 중요하게 여기는 수평적 소통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의 날갯짓이 커다란 바람이 되어 우리 사회에 되돌아오기를, 그래서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외면당했던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날이 오기를 공감도 함께 꿈꿔본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어 친구처럼 공감에 격려의 목소리를 보내준 조이여울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글 _ 김병인 (19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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