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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전쟁 중인 사람들을 응원하며 - 홍석천 강연 '학내 성소수자 문제와 20대 성공을 위한 자세' 후기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4.05.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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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8일, 고려대학교 4.18 지하 대강당에서 홍석천의 강연회가 있었다. 학내 성소수자 문제를 다룬다고 해서 공감 홍보팀과 함께 찾아갔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도 사람들이 이미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였다. 200~300명 규모의 강당이 꽉 차서 많은 사람이 복도에 앉거나 서서 강연을 들어야 했다. 물론 그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모 프로그램의 패널인 것도 한몫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홍석천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말을 걸었고, 사람들은 귀 기울여 그의 진심을 들어주었다.







 홍석천은 강연을 시작하면서, 자신을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지는’ 가장 유명한 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21세기가 시작된 2000년에 커밍아웃을 했다. 당시 그는 <남자 셋 여자 셋>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쁘아송’이라는 캐릭터로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커밍아웃을 결심했고, 인터뷰를 나온 기자에게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그렇게 홍석천은 한국에서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연예인이 되었다.


 그로부터 어느새 14년이 흘렀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단 한 명의 연예인도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고, 아직까지 그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처음이자 마지막 연예인이다. 그의 나이가 어느 덧 마흔 중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지 꽤 오래됐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러나 동성애자에 관한 사회의 인식은 분명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고려대학교에서는 한 동아리의 현수막이 훼손·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성소수자 동아리인 ‘사람과 사람’에서 성소수자의 입학과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이 그 끈이 잘린 채로 사라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이화여대에서는 성소수자 동아리 ‘변태소녀하늘을날다’가 내건 현수막 두 개가 없어졌고, 동아리에서 이에 대해 공식 대자보를 부착했으나 이것마저 훼손당했다. ‘붙일 자유가 있으면 찢을 자유도 있다'는 이른바 ‘혐오를 표현할 자유’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행동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목소리라는 이유만으로 현수막과 대자보를 훼손하는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인 폭력이 과연 ‘혐오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호모포비아적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아주 기본적인 환영 인사마저 물리적으로 훼손하는 것은 차별을 넘어 테러에 가까워 보인다.

 



  사람들은 성소수자들을 쉽게 차별하고, 무심코 자신들로부터 배제한다. 동성애자들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동성애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3월 26일, 십여 명의 사람들이 이태원 부근에서 마약파티를 벌였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이 사건은 기존 마약 사건들과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는데, 바로 “동성애자 마약파티”라는 이름이었다.


 사건의 핵심은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약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동성애자 마약 사건’이라는 이유로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마약을 한 것은 위법행위이고 엄연한 잘못이지만, 그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마약범인 사실’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은 동성애자 집단을 방탕하고 범죄를 일으키는 무리로 만들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기에 급급했다. 그들은 <도심 아파트서 ‘마약파티’한 동성애자들 무더기 입건-연합뉴스>, <마약파티 동성애자 일당 검거 현장 ‘충격’-서울신문>, <‘좀 더 짜릿하게…’ 마약파티 동성애자 일당 -뉴스1>, <주말마다 동성애자 마약파티 -채널A> 등의 제목으로 대중들에게 이 소식을 전달했다.



 홍석천은 이러한 보도 태도를 언급하면서, 성소수자들을 한 번 더 차별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성애자의 수는 동성애자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마약 범죄만 보더라도 동성애자보다 이성애자의 범죄 건수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인식에서 마약과 동성애자는 뭔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차별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언론이, 대중들을 더욱 오해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애자가 마약 사건으로 구속되어도 누구도 그에게 ‘이성애자 마약범’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동성애자들이 마약 사건을 일으키면 여지없이 '마약범' 앞에 ‘동성애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밖에도 사회는 성소수자들을 여러 방면에서 차별하고 있다. 그 예로 최근에 있었던 ‘사랑’의 정의와 관련된 사건을 들 수 있다.


 2012년 국립국어원은 “이성애 중심적인 언어가 성 소수자 차별을 만든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사랑’에 대한 정의에서 ‘남녀’를 명시하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로써 ‘사랑’의 정의는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이 되었다. 이와 함께 ‘연애’, ‘애정’, ‘연인’, ‘애인’ 등의 정의에서도 주체가 ‘남녀’임을 명시하는 표현이 사라졌다. 


  그러나 몇 달 전,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연애’의 뜻 역시 ‘연인관계의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에서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로 수정되었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기독교 단체 등 일부의 재수정 요구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은 다시 단어의 정의에서부터 동성애를 배제하고 차별하게 되었다. 


 같은 사전에서는 여전히 ‘동성애’를 ‘동성 간의 사랑’으로 정의하고 있다. 동성애의 뜻을 새로운 '사랑'의 정의에 맞게 풀어보면 ‘동성 간, 남녀 간에 좋아하는 마음’이 되어 버린다.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평등한 권리인 사랑을 이성애 중심으로 무리하게 끌어가려다 보니 사전 안에서 모순이 생기게 된 것이다.


  홍석천은 계속해서 농담을 던지며, 사람들이 자신의 우스갯소리에 웃는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14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그의 농담에 웃을 수 있게 된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는 웃고 있지만 전쟁 중이다. 그는 그를 이유 없이 비난하고 경멸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세상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으로 성소수자들을 차별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그의 노력 이전과 그 이후는 다르다. 그의 바람대로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와 함께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안녕을 빈다.


글_오경민(19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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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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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15 19:17
    글 잘읽었습니다~ 대학생다운 풋풋함이 돋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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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5.16 11:50
    다른 것에 대해 반감을 가질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무자비하게 탄압할 권리는 없습니다. 나와 다르다고해서 혹은 불편하다고해서 다른 사람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 정말 문제네요.
    한 마디 덧붙이자면, 과거에 비해서 편견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존재합니다. 이에 대해서 서로 소통을 통해서 오해를 줄이고 이해를 도우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힘든 일 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인 홍석천씨가 꿋꿋이 노력해온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기 프로그램인 '마녀사냥' 등 TV프로그램에서 성소수자가 등장할 수 있는 것도 그처럼 세상을 바꾸기위해 노력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없는 전쟁 중인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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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10.03 22:53
    웃기는 일이다. 성적소수자? 그 성적 소수자가 이렇게 큰 소리로 떠들며 자신의 권한을 돌려달라며 사회 정의를 들먹거리는데... 이것을 존중하자는 자들은 정작 사회의 소수자가 아닌 다수의 일일 노동직의 권리,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 장애인과 노인복지,고아...그리고 하루에도 수십명의 낙태 당하는 아기들에 대해서는 별로관심없다. 무엇이 정의란 말인가? 결국 내가 원하고 선호하는 성 지향성에대해 이렇게까지 큰소리로 떠들어야 하는가? 이럴때 낙태당하는 아가 하나 구출해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