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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과정 성희롱의 문제 - 진료상 필요인가 진료상 편의인가

공감의 목소리/공감 젠더통신

by 비회원 2014.04.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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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희롱 피해의 조사와 구제 업무를 맡은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직장 내 관계 외에도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이 접수된다. 그중에는 의료진이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에 대하여 성희롱을 한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진료실, 검사실, 수술실 같은 밀폐된 공간, 빈번한 신체 접촉과 노출, 신체적 증상에 대한 설명이 요구되는 진료상황의 특수성 등으로 인해 진료과정은 성희롱 문제가 불거지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2013년 10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 1,000명 중 11.8%가 진료 시 성적 불쾌감이나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하였다. 조사 대상은 최근 5년 이내에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19~59세의 성인 여성이다.

 

   가장 많았던 경험은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지 않는 공간에서 진찰 또는 검사를 위해 옷을 벗거나 갈아입음(4.6%)’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의료진이 나의 외모, 신체, 옷에 대해 성적 표현을 함(3.0%)’, ‘의료진이 진료와 관계없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상태에서 나의 성생활이나 성경험을 물어봄(2.5%)’, ‘의료진이 나의 성생활이나 성적 취향에 대해 불필요한 언급을 함(2.3%)’, ‘의료진이 진료와 관계없이 성적으로 나의 신체를 만지거나 접촉함(2.3%)’ 순이었다.

 

 

 

의료진의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의료기관 이용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호소한 사례 중에는 의료진의 음담패설이나 성적 농담, 성관계 요구, 성추행과 같이 명백한 성희롱이 나타나고 있다.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과 비슷한 양상이지만 진료라는 특수한 상황, 진료가 필요한 이용자에 대하여 의료진의 지위를 이용한 언동이라는 데 특징이 있다. 다음은 성폭력 상담소에 접수된 성희롱 상담 사례들이다.


 

사례1) 발을 다쳐서 한의원에 갔는데 한의사가 진료 도중 배를 만지다가 가슴으로 손을 올려 유두를 만지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음부까지 만졌다.


사례2) 정형외과 치료 도중 의사가 ‘성관계 안 하냐’, ‘성관계 할 때는 흥분해서 아픈 줄도 모르냐’ 등의 발언을 하여 몹시 불쾌했다.


사례3) 엄마가 암으로 입원해 있을 때 담당 의사가 할 말이 있다며 숙직실로 불렀다. 자신과 성관계를 가지면 엄마를 잘 보살펴주겠다고 하여 거절하였는데, 침대로 데려가 옷을 벗기려고 했다. 그 때 동료 의사가 들어와서 중단되었다.

 

 

 

 

진료에 반드시 필요한가?

 


   위와 같은 사례들은 성희롱 여부가 비교적 쉽게 구분되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적지 않다. 문제 된 언동이 진료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이다. 위 조사에서 모호한 상황 몇 가지를 제시하고 성희롱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질문하였다. 동일한 질문이 의료진에게도 제시되었다. 의료진 조사는 의사와 한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이다.

 


사례4) 산부인과 진료 시 남성 의사에게 성기를 보이는 것이 부담스러워 여성 의사를 지정하여 특진을 받았다. 여성 의사가 내진을 하다가 환자에게 묻지도 않고 남자 의사를 불렀고 남자 의사가 들어와서 환자의 신체를 함께 보았다.


사례5) 남성 환자 성기 부분의 초음파 촬영 도중 여학생 2명이 들어왔다. 교수가 성기를 가리고 있던 천을 내리라고 하여 환자가 머뭇거리자, ‘학생인데 어떻습니까?’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촬영 중 학생들에게 촬영 부위에 대해 설명하였다.

사례6) 감기 증상으로 내과에 갔다. 의사가 청진 도중 아무런 설명도 없이 옷 안에서 브래지어를 들어 올리더니 유방에 청진기를 대었다.


사례7) 여성 환자가 복통으로 응급실에 갔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의사가 환자에게 성경험 여부, 최근 성관계 시기 등을 질문하였다.

 

 

 

   여성 이용자들은 대부분의 상황에 대하여 70% 이상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답변하였다. 가장 낮은 응답은 응급실에서 복통 여성 환자에게 성경험에 대해 질문한 상황으로, 43.3%가 성희롱이라고 보았다. 다른 상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적지만 무시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다.의료진이 성희롱이라고 생각하는 정도는 여성 이용자보다는 낮다. 복통 사례는 9.5%만이 성희롱이라고 보았고 나머지 사례는 56.0~60.5%가 성희롱이라고 응답하였다. 이 같은 결과는 성희롱에 대한 여성 이용자와 의료진의 인식 차이를 드러내 준다. 여성 이용자들은 동일한 상황에 대하여 성희롱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더 높다. 그러나 성희롱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이 여성 이용자와 크게 다르다고 결론 내리기도 부적절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여성 이용자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복통 사례를 제외하면 절반을 넘는 의료진이 성희롱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료에 ‘필요’해도 성적 수치심을 야기한다면?

 


   청진이나 검사, 치료 등을 위하여 유방 등 내밀한 신체 부위에 손을 대거나 환자의 몸을 노출시키는 것, 성적 이력에 대해 질문하는 것 등은 진료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도 행해질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른 의사와 협진이 필요한데 마침 그 의사가 환자와 동성이 아니라거나, 대학병원에서 교육을 위해 실습생을 참관하도록 하는 것도 그 자체로서 성적인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절반 이상의 의료진이 성희롱이라고 답변한 것은 그 같은 상황으로 인하여 환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이해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 된 언동이 성적 의미를 담고 있거나 의도적 성희롱인 때에는 진료 관련성과 무관하게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런 경우를 제외하면 진료 관련성이 있으면서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언동은 좀 더 세분해볼 수 있다. 첫째, 진료에 필요하고 다른 방법으로 대체 불가능한 경우, 둘째, 진료와 관련된 언동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체 가능한 경우다.


   문제 된 언동이 진료상 ‘필요’인지 아니면 단순한 ‘편의’에 불과한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에 해당한다면 정당화될 수 없으며,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편 전자에 해당하는 때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예방할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진료에 필요함에도 환자가 성적 수치심을 호소하는 것은, 환자를 진료의 객체로만 보는 의료진의 태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환자에게 해당 진료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환자의 동의를 구한다면 회피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의료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이용자들은 진료 관련성 여부나 필요성의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때문에 진료상 필요에도 불구하고 성적 수치심을 호소하기도 하고, 반대로 의도적인 성추행마저도 진료 관련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성적 수치심을 느낀 후 이용자들은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편이다. 52.5%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31.4%는 해당 의료기관에 다시 가지 않는 것으로 성적 수치심의 반복을 회피하였고, 상대방에게 즉시 이의를 제기한 사례는 10.2%, 병원 직원에게 이의를 제기한 사례는 6.8%, 병원 책임자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경우는 4.2% 수준에 불과했다.


   적극적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진료과정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가 46.9%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적극적 대응을 한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30.2%, ‘대응방법을 몰라서’ 16.7% 순이었다.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 지침 및 자율적 규제 필요


 

   의료기관 이용자들이 의료지식을 두루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진료과정 성희롱의 문제는 의료진의 자정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며 또한 효과적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활용할 수 있는 지침이나 의료진 내부의 규제 수단은 부족한 실정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환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내진 시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제3자가 입회하여야 한다’, ‘진료 관계 종료 전에는 합의에 의한 경우일지라도 환자와 애정 관계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 의사의 성희롱 금지 및 예방을 위한 규정을 <의사윤리지침>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06년 동 지침이 개정되면서 이 같은 항목들은 모두 삭제되고, 추상적인 품위유지의무만이 남게 되었다. 현재 윤리지침에 성희롱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의료진 단체는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정도이다.


   성희롱 예방 교육도 불충분하다. 의료기관은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직장 내’ 성희롱을 다루다 보니 근로자 간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의료진과 환자와의 관계는 잘 다루지 않을 뿐 아니라 의사의 교육 참여도는 낮다. 대학교육의 경우 의료윤리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대학이 늘고 있지만, 의과대학은 생명윤리를 주된 내용으로 삼고 있고, 한의과대학은 한의학의 특성이 좀처럼 반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료진이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보수교육 과정은 의료윤리를 잘 다루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니 의료진은 스스로 성희롱을 피하고자 하여도 지침으로 삼을 만한 정보가 없다. 의료기관 이용자도 마찬가지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때 그것이 성희롱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각 직역과 진료과목에 맞는 성희롱 예방 및 규제 지침을 마련하고 그 내용을 의료기관에 비치할 것이 기본적으로 요청된다. 더불어 의료기관은 성희롱 피해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의료진 교육기관은 의료진과 환자와의 관계, 의료진의 책임, 진료과정 성희롱 예방법 등을 교육 내용에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성희롱 행위자인 의료진에 대한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몇몇 국가에서는 내밀한 신체 부위를 진료할 때 ‘샤프롱’이라고 불리는 제3자가 동석하도록 하기도 한다. 샤프롱은 성희롱을 예방하고, 성희롱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목격자로서 성희롱을 입증한다. 반대로 의료진이 성희롱의 오해를 받을 경우에는 의료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환자가 의료진 외의 제3자의 동석을 원치 않을 수 있으므로, 환자의 의사에 맡기되 환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진료과정 성희롱, 의료기관 접근성 악화에 기여

 


   성공적 진료에 있어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성희롱을 비롯하여 성적 수치심을 야기하는 일련의 언동은 의료진에 대한 환자의 신뢰를 파괴한다. 위의 조사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낀 이용자들 다수가 해당 병원에 다시 가지 않았던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 진료과정 성희롱이 더욱 나쁜 것은 의료기관 접근성을 악화시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진료는 상호의 과정이다. 환자는 ‘감정 없는 치료 대상으로서의 신체’가 아니라 인격을 가진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글_김정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객원연구원)

 

[초대] 4/17 진료과정의 성희롱 예방기준 실태조사 결과발표회 및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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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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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16 12:22
    솔직히 애매한 경우 있습니다 배나 가슴이나 등에 청진기를 대거나 손으로 눌러보는경우.. 암튼 그런 경우라도 성희롱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의사가 환자를 인간으로 안보고 존중하지 않았기때문입니다 환자는 마네킹이 아닙니다 의사들에게 윤리교육과 성희롱예방교육을 중요하게 실시해야만 합니다 그동안 피해자가 얼마나 많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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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16 12:48
    솔직히 병원 문제 많다
    어린이나 성인남성도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낄수 있는데 주사를 맞을때나 검진할때 제대로 밀폐된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얼마없다
    성추행에 더 민감한 여성들은 말할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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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21 11:03
    진료상 편의?? 편의는 형편이나 조건이 편안하고 좋다는 뜻인데 편의의 뜻 을 알고 사용하신건지.. 저건 비대칭적 권력관계를 악용해 욕망을 채우려고 한 것일뿐인데 어떻게 편의라고 표현할 수 있죠? 불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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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21 11:23
      물론 정말 악의적으로 성희롱을 한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에는 의도적이었다기보다는 좀 더 배려해야하는 부분이 있는데 진료시에 의사가 편하고자 커뮤니케이션을 생략하거나 배려해야하는 과정을 건너뛰면서 환자로 하여금 없을 수도 있었을 성적수치심을 야기한 것에 대해서 `진료상 편의`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닐런지요? 직장내 성희롱 뿐만이 아니라 진료과정 시의 성희롱에 관해서도 정확히 인지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것이 주된 내용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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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21 16:50
      의사의 입장에서 진료상 '편의'에 불과한 것을 진료상 '필요'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성희롱과 같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만. 글 똑바로 일독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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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29 11:53
    키워드에 '진료시 성희롱'이나 '진료 성희롱'도 넣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