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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의 외침,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염형국 변호사와 함께한 장애인권 세미나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4. 3. 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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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4일에 열린 '장애인권' 세미나에 참여한 염형국 변호사와 공감 19기 자원활동가들

 

   요즘 TV를 틀면 어느 채널에서든지 손쉽게 ‘건강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건강’이 우리의 가장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이며, 모두가 건강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건강을 잃게 되면 그에 기인한 고통을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고, 여러 가지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모두가 건강한 삶을 꿈꾸지만, 동시에 우리는 ‘영원한 건강’이란 불가능한 것임 또한 잘 알고 있다. 죽음은 삶의 필연적 결말이고, 누구나 그 결말에 앞서 건강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정신이나 신체에 아무 탈이 없고 튼튼한 상태’라 한다. 누구나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되돌아보면, 누구나 정신이나 신체에 결함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영화 '블라인드'의 한 장면 /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김하늘(수아역) / 출처: 네이버영화

 

 

   사전을 좀 더 찾아보니 ‘정신이나 신체에 결함이 있는 상태’는 곧 ‘장애’를 의미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는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장애’를 정의함에 있어 ‘다름’ 또는 ‘약자’ 따위의 용어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결코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

 

   지난 3월 24일, ‘공감’ 사무실에서 진행된 ‘장애인권 세미나’는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 순서로 우리는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라는 책을 통해 우리의 ‘장애인권 인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해보았다. 흔히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달리 ‘보호가 필요한 대상’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이 과연 정당한 시각이냐는 문제의식의 발로였다. 특히 우리사회의 많은 정신질환 장애인들이 보호시설에서 집단 거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논의가 주로 진행되었다.

 

   정신질환 장애인들의 경우 보호의 필요성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이나 각종 보호시설에서 집단 거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장애인 복지 예산이 편성·지출되었고, 그 액수도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기에 이는 소위 ‘복지정책의 성과’로 여겨진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충분히 그럴싸한 성과이다. 그런데 막상 시설의 장애인들은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라고 외친다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 2013년 12월 20일 정신보건법 폐지를 위한 강제입원피해자 집단진정과 헌법소원청구 발표회

 

 

 

   정신질환을 겪는 당사자들에게 보호시설은 무척 답답한 공간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보호시설 내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정신질환자들은 평생 시설 내에 ‘갇혀’ 산다고 한다. 시설 안에만 있다 보니 그들은 친구를 만나러 가거나, 서점이나 극장에 가거나, 또는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갈 수가 없다. 비장애인들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일들마저 시설 내 장애인들에겐 별나라 세계의 일이 되는 것이다.


  
   혹자는 “오갈 데 없는 이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냐”고 반문하는데, 이는 지극히 협소한 시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을 오로지 먹고, 자는 일로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TV 앞에서 ‘건강 프로그램’을 챙겨보며 자신의 잠재적 ‘장애’를 피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조금 먼저 ‘장애’를 겪었다는 이유만으로 ‘먹고, 자기만 해도 되는’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앞서 보았던 것처럼 ‘장애’는 결코 ‘다름’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진정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 정책을 펼치고자 한다면 단순히 그들의 ‘보호자’가 되려해서는 안 된다. 이웃으로서, 그리고 ‘같은’ 사람으로서 장애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귀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나를 위한다고 말하지 마’임을 알게 될 때 그간의 복지 정책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이었는지 또한 깨달을 수 있다. 기존의 복지 정책이 공급자·정부 중심의 복지였다면 앞으로는 장애인들의 의사와 욕구가 반영된 수급자 중심의 복지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법과 인식, 그리고 장애인권

 

   장애인권이 단연 시설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의 논의 범위도 점차 확장되었다. 지하철 역사 내 장애인 화장실의 남녀구분이 없던 문제, 환승 구간에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았던 문제, 대한항공 웹 사이트의 시각 장애인 접근성 보장 문제 등 그동안 ‘공감’이 다뤄왔던 장애인권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상기 사건들을 검토하며 내가 가장 주목하고, 문제의식을 느꼈던 부분은 바로 우리 법원의 소극적인 태도였다.

 

 

▲ 화장실 픽토그램 / 입체기호와 점자로 작성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2007년 4월 7월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장애인의 고용‧노동‧교육 등에 관한 권리, 참정권, 사법 접근권, 문화 접근권, 이동권 등 사회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의 차별 규제와 구제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2000년대에 장애인들이 직접 시위와 집회에 나서는 등 약 7년여 간의 노력 끝에 입법되었는데, 안타까운 것은 막상 법원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의의와 취지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차별에 대한 실효적 구제장치로써 ‘법원에 의한 적극적 시정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법원이 시정조치를 명한 판결이 단 1건도 없었던 점이 이를 방증한다.

 

 

▲ 세미나에 참여한 공감 자원활동가들

 

 

 

   비록 전술한 ‘공감’의 장애인권 사례들의 경우 조정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시정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그것은 판결로서 시정조치 명령이 선고된 것은 아니다. 법원이 근거 법률을 온당히 활용하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쉽지만, 그렇다고 이를 단순히 법원의 능력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장애인 문제를 다른 사회 이슈만큼 중시하지 않는 사회 일반의 인식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본다. 물론 사법부는 외부 사회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인권 문제에 더 큰 관심과 해결 의지를 보였다면 법원 또한 보다 적극적인 의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활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회 일반의 인식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장애인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심을 키워나가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장애인을 모두 '같은' 사람으로 인식할 때 장애인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차별을 만드는 진짜 장애는 사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세미나에 참석했던 ‘공감’의 모든 가족들이 말 그대로 ‘공감’하였기에, 나는 우리사회에 작은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그리고 세미나를 진행해주신 염형국 변호사님의 말씀처럼 19기 자원활동가들이 ‘공감’에서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더 넓은 곳에 ‘장애인권’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글_김기석 / 편집_김명호 (19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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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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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7 16:11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는 개선된 것 같아보이지만 글쓴이의 말처럼 적극적인 조치들은 취해지지 않고 있어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제대로 된 말인데 '장애우'라는 말을 아직도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말뿐인 도움보다 정말 그들의 입장에서 도와주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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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3.28 10:38 신고
    장애인 화장실 픽토그램을 보면서, 왜 남자 여자와 별개로 휠체어 탄 사람이 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에 남녀 구분이 없었던 것은 큰 문제이지만, 본질적으로 일반 화장실에 장애인들의 접근이 불가능하여 '장애인 화장실' 을 따로 만들어야 했던 현실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공공화장실을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도 불편 없이 어울려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남녀와 따로 장애인을 넣은 픽토그램마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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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09 12:35
      전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일반 음식점의 경우에도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가 잘 되어있는 시설 및 설비를 갖춘 곳이 드믑니다. 장애인이 수적으로 소수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마련하는 일은 뒷전이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편의시설의 경우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표시함으로써 장애인의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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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09 13:49
    자신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비장애인이 이런 이슈를 접할 때 항상 염두해두어야할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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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10 17:05
    언젠가는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당연한" 일이 되어 굳이 장애인 시설 표지판을 달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