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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회원 인터뷰] 인권을 넘어 자연의 권리까지 - 최재홍 기부회원

기부회원 이야기

by 동-감 2014.03.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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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연환경은 ‘인간 생활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오로지 인간에게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자연이 그 자체로서 지니는 내재적인 가치는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적 가치에 밀려났다. 인간에 의한 2등 존재, 우리가 보는 자연의 모습일지 모른다.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최재홍 기부회원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한다. 법을 도구로 자연에 대한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변호사 한 분, 공감은 인권을 넘어 자연의 권리까지 소중히 여기는 최재홍 기부회원을 만날 수 있었다.

 

 

“산을 좋아하게 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94년도에 대학을 들어갔는데, 학교생활은 별로 안 하고 산을 많이 다녔죠.(웃음) 그 겨울, 비로봉 정상에서 인명구조대 대장과 만난 적이 있었어요. 퉁소도 불러주시던 분이었는데, 눈보라 치는 밤에 텐트에서 촛불도 켜놓고, ‘어떻게 하면 산과 친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 함께 대화할 수 있었죠. 그 분이 제가 법을 전공하고 있다면, 법을 통해 산 밑에서 산을 위해서 일하다보면 언젠가 산이 제 곁에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때 처음으로 환경 개발 관련 분쟁을 법을 통해서 해결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좋아하던 산이 깎이고 파헤쳐지는 것을 보고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했던 그는 대학생 때부터 환경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환경에 대한 문제를 소송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녹색연합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기도 하고, 사법 연수원에 들어가서도 중단되었던 환경법학회도 다시 만들어 환경법에 대한 관심을 이어갔다. 아주 평범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된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은 자신이 걷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도록 하는 동력이 되었다. 그는 인터뷰 당일도 밀양의 지역 주민들과 함께 준비하는 765kV 초고압 송전탑 관련 소송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밀양 송전탑은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에 남게 될 사건이 아닐까 싶어요.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8호기까지 건설 예정이고, 지난달에는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개발 실시 계획 승인이 나왔어요. 정부에서는 이산화배출이 적어서 친환경 녹색 발전이라고 하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핵 연료봉, 즉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문제에 대한 처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비유하자면, 아직 화장실이 없는데 계속 음식점만 많이 만들어버리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는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와 맞물려 있는 원자력발전소 건설 문제를 언급했다. 조그마한 국토에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을 다 둘러싸서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어 버리면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의 처리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방사선 폐기물을 10만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원전 건설은 곧 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현세대가 미리 침해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우리야 편하게 살겠지만, 결국 그 폐기물은 우리 후손들에게 굉장한 짐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다른 환경 분쟁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어떻게 하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환경 분쟁을 담당하면서 고민했던 방법은 무엇인지 물었다.

 

“미국의 경우 큰 까마귀가 원고가 되어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고, 동물이 원고가 되기도 해서 승소를 하기도 해요. 대한민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소송이겠죠. 예외적으로 회사의 경우 법인격을 만들어주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법에서 권리는 인간에게만 허용됩니다. 즉, 자연물이라는 것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종사하는 물건일 뿐, 그들 고유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미국처럼 자연의 주체적인 권리가 인정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권을 넘어 자연의 권리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환경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이라면, 아직 인권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마당에 환경이라는 권리가 묘연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든 환경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나아가는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소한 자연환경에 있어서 무지막지한 난개발로부터 자연을 보호해야 하며, 생활환경에 있어서 침해된 환경으로부터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개선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법학은 사회과학의 정점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것이 사회 발전에 따라서 질곡으로 작용된다면, 결국 그 법은 변화되어야 할 법이겠죠. ‘악법도 법이다’가 아닌 ‘악법은 법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현행 법 시스템에서 주민들이 소송을 할 때, 각 개인의 손해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파괴도 겪게 될 때가 있어요. 온 몸을 다해 막으려했던 개발은 개발대로 변함없이 진행되고, 경제적으로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그 법을 개선해서 동일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에요.”

 

그는 계속해서 피해를 양산하는 법은 악법이라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높인다. 사법부를 통해서, 국회를 통해서 그 제도가 주민들의 피해를 양산할 수밖에 없으며, 중대한 환경이라는 공익을 계속 누락하거나 또는 잘못 판단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으니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가자고 요청한다. 그런 것들이 기존의 법제도가 가지고 있는 은폐되어 있는 장막을 걷어버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알릴 뿐만 아니라 종종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는 ‘녹색 법학’, ‘녹색 철학’, ‘녹색 경제학’ 등으로 입법의 배경적 기반이 될 학문을 연구하고 있기도 했다.

 

“법철학 쪽으로라도 왜 인간만이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봐요. 자연도 또 다른 법적 권리에 위치할 수 있다면, 자연을 권리의 주체로서 인정하는 법은 어떤 구조, 어떤 논리로 생성될 수 있는 가에 대한 철학적 기반이 있어야 해요. 비용 편익 분석 또한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익 창출의 기준으로 상정해놓은 것이 대부분인 것 같은데, 그러한 비용편익 분석을 ‘녹색 경제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논의해볼 수 있겠죠.”

 

산을 좋아해서 시작한 환경 운동이 환경 분쟁 관련 소송의 변호인으로, 그리고 입법 운동의 배경이 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을 연구하는 일로 이어졌다.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다는 것이 복이죠”라고 소탈하게 말했던 그는 사실 시인 김소연의 말을 빌리자면 ‘이 생에서 성공한 사람’일 것이다. 나무와 교감하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환경 운동은 인간중심주의에 토대를 둔 법과 의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공감과 공감의 기부회원은 서로 모양은 다르지만 꼭 들어맞는 퍼즐처럼,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그 소중한 인연에 감사드린다. 인터뷰의 마지막, 그는 공감에 몇 마디 말을 남겼다.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이 있어요. 하나의 산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내부에서는 신갈나무, 떡갈나무가 치열한 생존 투쟁을 통해서 계속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그려낸 책이에요. 공감도 나무들의 투쟁처럼 언제나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할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구성원들에게 발전의 기회가 제도적으로 제공되었으면 하고요. 공익, 인권에 자원하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그 사업도 조금씩 늘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터뷰에 응해주신 최재홍 기부회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글_ 정소망 (18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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