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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하나의 약속’ - 삼성의 세상, 안녕들하십니까?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4. 2. 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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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한테는 딸이 하나 있어요. 아빠 고생한다고 돈 벌러 간 착한 딸이에요. 그 딸이 큰 병을 얻었는데 회사에서는 책임이 없데요 … 네가 왜 백혈병에 걸렸는지, 어째서 사람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 밝혀낼게. 아빠가 꼭 약속 지킬게. … ”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이 영화를 과연 ‘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영화라기엔 현실을 너무나도  있는 그대로 담아낸...한 편의 담담한 기록 같습니다. 영화는 저희에게 ‘억지 울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극적인 요소도 많이 들어가지 않은 채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해주기만 합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영화에서 담담히 그린 현실이 드라마보다 아프고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그간 우리는 스크린 속에 있었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도체 공장에서의 죽음의 행렬


 반도체 공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죽음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2013년 12월 기준으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에 제보된 삼성전자의 직업병 피해자는 총 138명이고 이중 56명이 사망했습니다. 삼성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올림, 건강보험공단과의 접촉을 막으려고 하니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팠고 죽었을 것입니다. 이들이 걸린 병은 평범한 병이 아닙니다. 골수성 백혈병, 뇌종양, 다발성경화증, 재생불량성 빈혈 등 일반인이 잘 걸리지 않는 중증병 내지는 희귀병입니다. 이처럼 한 업종, 한 사업체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중증 희귀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젊고 건강한 노동자인 것을 감안하면 상식적인 사람들은 누구나 회사의 책임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나 많은 희귀병 환자가 발생했는데 회사의 책임이 없다고 논증하는 것은 상식에 대한 기만일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은 뻔뻔스럽게도 이러한 기만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고 황유미 씨를 비롯한 수많은 반도체 노동자들의 죽음에 ‘회사는 책임 없다’ 라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책임이 없다고 우기면서도 직업병 피해자들이 반올림이나 근로복지공단에 접촉해 산재를 신청하는 것은 갖은 수를 써서 막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인사 팀장 ‘이 실장’처럼 희귀병을 앓고 있는 반도체 노동자들과 가족들에게 온갖 회유와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가족’을 선전하던 삼성은 자신들의 가족인 노동자들이 죽어나갈 때 이것을 오로지 돈과 ‘기업 이미지’의 문제로 환원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삼성의 변호인이 된 근로복지공단


 국가기관은 삼성의 ‘변호인’이 되었습니다.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1조에서는 업무상의 재해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이 법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 근로복지공단은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의 법무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이 제출한 자료만을 바탕으로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신청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특히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 신청은 모두 기각한 상황입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러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청구하면 다시 삼성을 만나게 됩니다. 행정소송에서 삼성은 근로복지공단의 보조인 자격으로 참가해 회사의 입장에 맞춰 왜곡된 자료를 바탕으로 ‘회사 책임 없음’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완벽한 삼성의 법무팀이 되어버렸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소송에서 힘겹게 승소해 ‘산재 인정’을 받아내도 이들은 다시 항소합니다. 실제로 고 김경미 씨의 유가족은 4년 만에 행정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행정법원의 결정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국가기관의 탈을 쓴 삼성의 ‘변호인’인 것입니다.


누가 이 영화를 만들었는가?


 영화는 이러한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굳이 드라마적 요소를 많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 상황을 스크린으로 보게 되면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영화를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집니다. 투자자도 구하기 힘들어 개인들의 소액 기부를 받아 영화를 제작한 김태윤 감독, 너무나도 감동적인 연기를 한 배우 박철민 씨와 김규리 씨 등등이 생각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영화, 그리고 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 이야기가 나오는 데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과 유가족들의 고통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황상기씨를 연기한 배우 박철민 씨는 영화 속에서 ‘또라이’소리를 듣습니다. ‘그렇게 운동한다고 죽은 딸이 살아 돌아오느냐?’,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왜 계속 하느냐?’, ‘살아있는 아내와 아들이나 책임져라’ 등등의 이야기를 듣는데도 불구하고 삼성에 대항한 싸움을 계속하십니다. 자신의 딸이 겪은 아픔과 억울한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거대 권력 삼성과 오랜 시간 투쟁을 하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요. 고 김경미 씨의 유가족이 산재 인정을 기각한 근로복지공단에 대항해 산재 인정을 받아내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반발해 항소까지 제기한 상황이니 이들의 싸움은 더욱 길어질 것 같습니다. 거대 권력, 삼성과의 싸움은 삶을 너무나도 피폐하게 만듭니다. 주위의 시선, 경제적인 어려움, 삼성으로부터의 회유와 협박에 대응해 오랫동안 싸우는 것은 결코 삼성이 조장하는 이미지처럼 ‘이권 챙기는 세력의 아우성’이라고 볼 수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삼성의 회유에 넘어가 산재 보상금보다 큰 합의금을 챙기고 포기하는 것이 더 쉬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싸움을 계속하는 이유는 황상기 씨처럼 더 이상 삼성에서 죽음의 행렬이 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계속되고 있는 이 미친 죽음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반도체 노동자들의 인권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배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싸움과 고통이 있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 미친 세상에서 여러분들은 안녕들하십니까?


 반도체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정파적인 이야기도, 어려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고 황유미 씨나 황상기 씨를 연기하신 배우들이 보여주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삶은 그저 평범한 가족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은 우리 곁에 있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과 이를 은폐하려는 권력의 움직임. 누구라도 분노하지 않겠습니까? 이를 덮으려고 하는 거대 권력 삼성의 움직임을 넘어서서 반도체 노동자들이 겪은 담담한 아픔을 직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평범한 이웃들의 아픔을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수상한 시절에 여러분들에게 감히 안녕들하시냐고 질문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안녕하실 수 없겠지요. 안녕하지 못한 것이 당연한 이 미친 세상 속에서 결코 안녕하실 수 없겠지요. 평범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이것을 단순히 돈과 기업 이미지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기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종횡무진하는 마당에 안녕하실 수 없겠지요. 그러나 오히려 이 거대한 권력 삼성과 싸우는 황상기씨를 비롯한 반도체 노동자들, 가족들 그리고 반올림 활동가들은 안녕하다고 대답하실 것 같습니다. 국가 기관과 미디어, 국민들의 인식마저 순치시키고 있는 거대 권력 삼성의 은폐에 당당히 저항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안녕하지 못해야하실 분들이 오히려 안녕한 가운데 감히 여러분들에게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이들과 함께 삼성의 책임을 외쳐 같이 안녕해지자고요!! 오늘도 안녕들하신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들인 반도체 노동자들, 유가족들은 ‘또 하나의 약속’을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안녕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여쭤보겠습니다.


 여러분, 함께 안녕해지지 않으시겠습니까?  

 

글_하태승(18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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