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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공익변호사가 본 변호인, 시대의 희망을 변론하다!

공감의 목소리

by 공감이 2014.01.0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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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5공화국 정권 초기 부산 지역에서 벌어졌던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이 우리 사회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전두환 정권 초기에 정권의 하수인들은 군사정권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빨갱이’를 만들어냈다. 사회과학책 독서모임을 꾸리던 평범한 대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끌고 가 북한을 찬양하고 사회를 전복하려 했다는 무시무시한 혐의를 씌우고 온갖 고문과 협박을 통해 사실을 날조해냈다. 영화 <변호인>은 돈을 벌어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던 소시민 변호사가 이러한 사건을 접하여 변론하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30년도 넘은 실제 ‘부림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09년 부림사건 피해자 일부가 무죄를 받기도 했지만 국가보안법위반 혐의에 대한 재심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당시 고문에 관여했던 경찰에 대한 고소사건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모두 처벌되지 않았다. 오히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담당검사는 검사장을 거쳐 3선 국회의원이 되었고, 부림사건 관련자들에게 “어떤 사과도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처음 느꼈던 감정은 ‘수치심’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내가 살아왔던 바로 그 시대에 누군가가 죄없이 끌려가 발가벗겨진 채 통닭구이를 당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하는 그 폭력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는 소시민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예외일 수 없었겠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고, ‘국가’가 ‘국민’을 향해 노골적으로 ‘폭력’을 쏟아내는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것이 몹시도 수치스러웠다. 그 사건을 접한 검사와 판사는 또한 어떠했는가. 검사는 어떻게든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혈안이 됐었고, 판사는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원만히’ 사건을 ‘처리’하는 데에 급급했다.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조인들이 자신의 안위에 급급하여 인권과 정의를 헌신짝처럼 던져버렸던 모습을 보며 같은 법조인으로서 몹시 부끄러웠다. 


둘째로, 영화 <변호인>은 우리에게 ‘상식’을 이야기한다. 미국 드라마 CSI와 같이 고도의 수사기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OJ 심슨 사건처럼 현란한 법정 다툼을 말하지도 않는다. 영화가 우리에게 얘기하는 것은 국가는 정권 최고위직인 대통령을 뜻하지 않고 헌법 1조 2항에 나와 있듯이 국민을 뜻한다는 것, 그러므로 국가는 시민을 고문해서 빨갱이를 만들어서는 안 되고, 오히려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적극적 의무를 진다는 상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난과 싸울 능력이 되지 않는 정부는 가난한 자들 그리고 힘없는 자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싸우고 있다. 


한편 영화에서는 ‘변호인’과 ‘변호사’를 분리해낸다. ‘변호사’는 송우석과 같은 직업인으로서의 속물 변호사를 가리키고 있고, ‘변호인’은 변호사 직업을 넘어서서 공권력 앞에서 속절없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소시민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변호하는 사람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왜 ‘변호인’과 ‘변호사’가 분리되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형사사건을 변론하는 변호사를 변호인이라고 칭한다. 또한, 변호사의 사명 자체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변호사법에 규정되어 있다. 시민들이 변호사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고, 아직도 변호사를 ‘사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은 변호사 모두가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할 현실이다. 대중이 돈만 좇고, 권력만 좇는 사람들로 변호사를 인식하는 한 변호사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결코 얻을 수 없다. 


넷째로, 영화는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언론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 부산일보 기자는 주인공에게 “언론을 믿냐?”고 묻는다. 주인공은 언론을 믿지 않으면 뭘 믿냐고 대꾸하지만, 재판의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언론에 분노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의 언론은 어떠한가. 대중이 믿을 수 있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언론이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 사회는 죽은 시인의 사회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영화 <변호인>은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이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섰을 때 그를 변호하기 위해 지역의 99명의 변호사가 재판정을 가득 메웠다. 재판장이 변호인 명단을 한 명씩 부르고 방청석에 앉아있던 변호인들이 한 명씩 기립한다. 송우석 변호사는 공동으로 변론하는 변호인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지지받지 못했지만, 그가 피고인이 되었을 때에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혼자서 상식을 부르짖었을 때는 아무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지만, 모두가 함께 연대하여 목소리를 낼 때에 상식은 우리 모두의 상식이 되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하며 모두가 진실을 외면할 때는 상식이 상식이 아니었지만, 그 사람의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되어 정의와 기본을 이야기할 때에 비로소 상식이 우리의 상식이 되고, 희망을 변론할 수 있게 된다. 혼자서 꾸는 꿈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희망이 되고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다. 우리 함께 희망을 변론하자!


글_ 염형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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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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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7 16:41 신고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정말 마음에 와닿는 글귀입니다. 87년 이후 직선제를 통해 형식적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하긴 하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과연 독재의 잔재를 완벽히 청산했을까요? 당시 공안사건을 담당하던 관료 등의 통치 엘리트들이 여전히 권력의 중심부에 건재합니다. 끊임없는 '종북'담론을 사용해 내부 분열 통치를 시도하는 등 권력의 작동방식이 70,80년대와 동일하게 가고있습니다. 독재의 시대는 청산되지 못한 현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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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7 17:32
    왜 ‘변호인’과 ‘변호사’가 분리되어야 하는가.. 의 물음에서 멈췄습니다. 변호사법에서 말하는 변호사와 제가 익히 알고 있던 변호사의 상이 정말 다르다는 것에 또 놀랐네요. 양심있는 법조인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많이 생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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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8 15:59
    그 담당검사가 3선국회의원 됬나는데 혹시그게 똥누린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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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8 17:02
    조만간에 영화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습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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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8 17:17
    정권의 여론 몰이와 출세욕에 인권감수성을 잊어버린 수사기관들. 먹고살기 바쁘다고 타성에 젖어 정의와 사명을 잊은 변호사들. 재판과 영화내용을 넘어서 우리 현실에 대입하고 세상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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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8 20:16
    정말 소신있고 맘속에 깊은울림이 있는글 잘읽고갑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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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8 22:33
    그래도 아직은 대한민국은 후진 유전무죄 무전유죄 국가 아님니까.. 법조인들 판사하다 변호사 개업하면 다들 식구라 첫공판 떠들석한 큰거 맛아서 전관예우니 해서 이름한번 띄워주고 그 유명세 없고 고객유치 아니라고는 말씀 못하실겁니다..
    그게 오늘 지금 현제의 대한민국 입니다
    부정하고싶지만 현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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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8 22:59
    This article is sooooo wonderful!! Lik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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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8 23:56
    저도 보면서 감동과 분노가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 글을 보니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어느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했지만 영화 자체로 봐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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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9 01:21
    울고싶다 개한민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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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9 08:22
    "변호인"의 소재 = 부림 사건부림사건 담당검사: 최병국 전 한나라당 의원(3선)부림 사건이란? = 부산판 학림 사건원조 학림 사건 담당판사: 황우여 현 쌕누리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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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1.09 08:43
    아침 출근 길에 글 읽다 눈물 나는 거 참았네요. 저는 영화 보는 내내 미안한 마음만 들었습니다. 국민의 한사람이지만 그때도 지금도 아무것도 기여할 수 없다는 제 무력함에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 때문에요..
    제 표 한장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아직은 멀었나싶어 우울하기도 합니다만 언젠가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