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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통신] 오늘이 2013년 13월 같은 이유 - 끝나지 않는 농성, 끝낼 수 없는 농성 <장애등급제폐지, 부양의무제폐지 농성>

공감의 목소리/공감통신

by 비회원 2014.01.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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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농성장 앞에는 농성이 시작된 후 돌아가신 장애열사들의 영정사진과 함께 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왼쪽에서부터 고 김주영씨, 고 박지우,지훈 남매, 고 박진영씨, 고 김준혁

 
 2013년 12월 31일, 각종 방송에서는 연이은 시상식을 했고,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 위해 종각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했고, 시민들의 따뜻한 새해 소망을 이야기했다. 아름다운 덕담들이 오고 가고 서로에 대한 축복과 2014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맘껏 부푼 기분을 감출 필요가 없는 날이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2013년은 갔고, 2014년이 왔다. 그러나 이렇게 새해가 되었는데, 새해임을 느낄 수 없는 공간들이 있다. 여전히 2013년 같은 공간, 그대로 멈춰 있는 공간들이 있다. 나는 그 공간 중의 하나로 광화문 지하보도에 자리 잡은 <장애등급제폐지, 부양의무제폐지 농성장>을 들고 싶다. 2014년 1월 2일로 광화문 농성은 500일째가 되었다. 

 500일이나 된 광화문 농성장은 18대 대선의 분위기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자리 잡았었다. 각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겠다는 약속과 부양의무제는 단계적 폐지 또는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모두 약속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당선됐고, 1년이 지났다. 바뀐 것은 없었다. 여전히 장애등급제의 모순으로 인해 필수적인 사회서비스를 못 받은 장애인들이 화재, 익사, 병사로 인해 죽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독소조항인 부양의무제는 폐지되기는커녕, 오히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자체를 개악하려고 시도했고, 개별맞춤형복지라는 말장난으로 빈곤층에 대한 급여수준을 하락시키려는 시도를 했다. 결국 정부의 이 시도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를 막아내기 위해서 빈곤·장애단체들은 또 여의도 거리에서 외치고 또 외쳐야 했다. 발달장애인법도 제정되지 않았다. 


 누구는 박근혜정부 1년을 이명박정부의 6년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박정부의 국정파탄과 민주주의 후퇴가 더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새해가 되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 뭔가 바뀔 것이라는 기대, 희망, 국민들의 꿈은 언제나 허망한 것일까? 2013년 1월, 경기도의 한 중증장애인은 혼자 숨진지 보름만에 발견, 시신은 이미 반려견에 의해 훼손된 상태였다. 3월 강원도의 한 정신장애인은 춘천의 자기집에서 번개탄을 피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나는 쌀 한 포대가 아닌 자립을 원했다”는 유언을 남겼다. 6월에 전북 익산의 장애인시설에서 장폐쇄증과 극심한 기아상태로 6살 난 장애아동이 학대와 방임에 의해 죽었고, 11월엔 발달장애자녀를 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발달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가기 너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연말의 축제분위기에 들떠있던 12월 29일에는 50대 중증장애인이 노모가 없는 사이에 휴대용가스렌지를 사용하다 폭발화재로 죽었다. 이 씨 또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본인에게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받길 희망한 사람들, 국가로부터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바랐던 가난한 사람들, 장애가족도 여느 가족들처럼 행복하게 살길 바랐던 사람들, 쌀 한 포대가 아닌 자립을 원한 사람들은 그렇게 2013년에 죽어갔다.
(인터넷언론 비마이너 기사참조 : http://beminor.com)


 광화문 농성은 끝나지 않았다. 언제 끝날 것인지 기약이 없다. 그렇게 500일이 흘러간 사이에 농성장 앞에는 돌아가신 장애인들의 영정사진이 하나둘 늘어갔다. 지하보도의 벽은 부양의무제로 인해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의 사연으로 빼곡히 채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 광화문 지하보도에도 새해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2013년의 죽음은 2013년으로 끝내고, 2014년의 1월은 죽음이 아닌 삶을, 절망이 아닌 희망을, 포기가 아닌 연대로 춤추는 ‘새해’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광화문 지하보도의 지난 500일간의 공간은 아직은 끝나지 않은 공간, 끝낼 수 없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 그 연대의 공간에서 함께 춤을 추자. 


글_김정하(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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