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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에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08. 12. 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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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에 다녀와서
                                                                                                                  

벌써 20일정도 지난 일이다. 지금와서 이 글을 쓰는 건 그 날 내가 보았던 공단의 풍경이 쉽사리 잊혀지기 않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2일, 남양주시에 있는 마석 성생가구공단에서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대규모 단속이 있었다. 260여명의 법무부 출입국 직원들이 투입되어 100여명의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단속되었다. 그 와중에 다친 사람이 10명남짓,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3명이었다.


 12일 당일은 공감 출근일이 아니었다. 저녁무렵 황변호사님께 전화가 왔다. 마석에서 대규모 단속이 있었다고. 내일 마석에 있는 샬롬의 집에 실태조사를 하러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급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이주 분야를 담당하고 있었던 터라 주저없이 다녀오겠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인터넷 기사들을 대충 훑어 보아도 상황은 심각한듯 했다. 가늠할 수 없는 상황, 어떤일을 해야할지 모르는 막막함에 마음이 복잡했고,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다.


그렇게 뒤척이며 밤을 지내고 마석으로 향했다. 청량리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 조금 넘는 거리. 9시 반쯤 공단입구에 도착해 샬롬의 집으로 전화를 드리고 찾아갔다. 이미 샬롬의 집 앞마당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어제의 단속에 놀라 단속에 대한 두려움에 일하러 나가지 못한 사람들, 단속 된 사람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그들의 여권과 짐을 챙겨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사무실도 부산스러운 건 마찬가지 였다. 단속 된 사람들의 명단을 정리하고, 보호소로 보낼 짐을 정리하고, 여기저기에서 밀려드는 전화응대로 일하시는 분들 모두 바쁘신듯 했다. 가서 바로 할일이 없을 수도 있을 거라는 황변호사님의 우려와는 달리 도착하자마자  나에게도 샬롬의 집에서 일하시는 사회복지사님과 함께 실태조사 문항을 정리하는 일이 주어졌다. 무력하게 앉아있을 새도 없이 학부생의 조악한 법률지식을 짜내어 문항을 만드는 일을 도왔다.


10시쯤 송종호 인턴님이 도착했다.  (외부인으로 뻘쭘하게 앉아있다가 아는 얼굴을 만나니 어찌나 반가웠는지^^) 송종호인턴과 샬롬의 집의 전도사님, 사회복지사님과 둘씩 나누어 곧바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공단을 돌면서 사업주와 단속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인터뷰하며 단속과정에서의 피해와 출입국 공무원의 위법적인 단속행위등을 조사하는 것이 실태조사의 목적이었다.


실태조사를 다니며 내가 목격한 공단의 모습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어떤 '공단'의 이미지(바둑판모양으로 정돈 된,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는 대형 건물들이 열을 맞추어 들어서 있는)와는 사뭇다른 느낌이었다. 마석 성생가구공단에는 가구공장, 신발공장, 플라스틱 제품류, 섬유제품 등을 만드는 작은 공장들이 제멋대로 들어서 있었는데, 적게는 3-4명 많아봐야 30~40명의 노동자들이 일하는 영세한 규모였다. 


톱밥이나 플라스틱 부스러기들이 날려 편하게 숨쉬기 조차 어려운 공간. 육중한 기계소음과 화학약품의 독한 냄새만 가득한 공간. 환기는 커녕, 빛조차 잘 들지않는 공간. 단속된 이주 노동자들이 일하던, 실태조사를 하는 동안에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던 공장은 그런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대다수의 이주 노동자들은 마스크도, 장갑도 없이 작업복도 입지 않은 채 일하고 있었다.  


기숙사는 더욱 열악했다. 공장 건물위나, 근처에 아무렇게나 지어진 가건물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숙사였다. 입구의 문을 닫으면 빛이 새어 들어올 틈따위는 찾을 수 없어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조차 없을 것 같았다.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촘촘히 들어앉은 방들은 단촐한 짐 몇개 놓인 자리와 누울자리가 전부였다.


상상력의 부재였을까. 내가 머릿속으로 그리던 '공단'의 이미지와 내가 마주한 공단의 모습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놓여 있었다. '이런 곳에서 살면 없던 병도 걸릴것 같다.' 실태조사를 다니며 농담처럼 나눈 말. 공단의 느낌은 저 문장 그대로였다. 그런데, 그 곳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공간, 고국에서 기다리는 가족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줄 꿈을 꾸는 삶의 공간이었다.


공단은 아이러니의 공간이기도 했다. 소규모의 사업장은 사장도 직원도 함께 일하는 모두가 영세한 공간이었다. 사업주 그 자신도 삶의 무게에 힘든 어떤 노동자의 모습이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악덕 기업주'라는 어떤 편견은 이들에게는 가혹해 보였다. 정반대의 모습도 있었다. 드문드문 공장앞에 주차되어있는 외제차들. 공단의 모습과 번쩍이는 외제차의 모습은 너무도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이런저런 풍경을 바라보며 드는 생각들에 공단을 둘러보면 둘러볼 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10시에서 4시까지 6시간을 꼬박 발품을 팔았지만, 그 실태조사의 결과가 어떤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실태를 파악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남기지 못하는 미약한 작업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 자신에게는 이주 문제에 대한 어떤 글을 읽는 것보다도 그 6시간이 너무나 큰 경험이었다. 글의 추상성은 삶의 개별성과 구체성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으므로. 이방인의 입장에서의, 그것도 아주 잠시의 '목격' 에 불과한 것이었지만 현실을 잠시나마 마주한 경험은 아마, 앞으로 내 삶에 큰 의미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그곳엔 '불법체류자'라는 단어가 담을수 없는 사람, 사람의 삶이 있었다.


(첨부한 사진들은 오마이뉴스에서 퍼왔습니다)



 글_8기 인턴 이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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