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공감 포커스] 이주아동을 위한 출생등록제도가 왜 필요한가

공감의 목소리

by 비회원 2013.11.15 11:00

본문

무국적, 이주아동, 출생등록▲ 11월 8일에 열린 '무국적과 이주배경 아동 출생등록에 관한 컨퍼런스'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의 수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의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과 상거래, 혼인, 고용 등 사적이든 공적이든 관계를 맺으려 할까? 가족처럼 가깝고 신뢰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면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분확인의 방법이 없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치명적 장애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분확인을 과연 어떻게 할까? 보통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과 같은 신분증의 제시로 신분확인절차가 끝난다. 그러나 운전면허와 마찬가지로 주민등록 또한 본래 사람의 신분관계 증명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주민등록은 “시·군 또는 구의 주민을 등록하게 함으로써 주민의 거주관계 등 인구의 동태(動態)를 항상 명확하게 파악하여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행정사무를 적정하게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외국으로 한 발짝만 나가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은 신분확인수단으로서 무용지물이 된다. 출생등록(우리나라의 경우 가족관계등록)이야말로 한 사람의 신분관계를 증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이다.


아동은 왜 출생과 동시에 등록되어야 하는가


출생등록이 없는 사람들은 자신의 나이를 입증하지 못하며, 국적을 입증하지 못하며, 시험을 보지 못하며, 결혼할 수 없으며,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으며, 여권을 취득하지 못하며, 재산을 상속하지 못하고 선거권을 행사하거나 입후보할 수 없는 등 우리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수많은 행위들을 하지 못한다. 


아동은 아직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성되지 않아 보호되고 양육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한 보호와 양육은 부모뿐만 아니라 그 아동이 살고 있는 국가와 사회의 역할 또한 매우 크다. 그런데 출생등록이 없는 아동은 “공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공적인 보호와 양육체계로부터 배제되기 쉽다. 예를 들면 교육, 보육, 예방접종을 비롯한 의료서비스 등 각종 사회서비스에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질 뿐만 아니라, 나이를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에 형사 절차에 적용되는 아동의 보호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아동임에도 징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가입한 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지며,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이주아동을 위한 출생등록제도가 존재하는가


이주아동의 출생등록. 처음으로 접했을 때 매우 간단한 주제인 듯싶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매우 어려운 주제였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주아동을 위한 출생등록제도가 존재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국민에게 적용되는 가족관계등록제도하에서는 출생신고를 하면 개인별 가족관계등록부가 작성된다.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 결혼, 사망까지 한 사람의 모든 신분변동사항들이 역사적 순서대로 기록된다. 출생증명서는 가족관계등록부등본의 형태로 교부된다. 가족관계등록제도는 원칙적으로 외국인에 대해 적용되지 않는다. 외국인은 국민의 가족인 경우에만 해당 국민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가족으로 등록될 뿐이다. 그렇다면 외국 아동을 위한 출생등록제도가 없는 것인가?


대법원 홈페이지에 가보면 “외국인이 한국에서 혼인하거나 아이를 출생하였을 때는, 호적신고가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회신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호적신고가 필요한 경우(출생 등)와 신고를 할 수 있는 경우(혼인 등)가 있습니다.


(1) 외국인에게 우리나라의 호적을 부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출산을 하거나 사망했을 경우에는 호적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그 외국인의 거주지 또는 신고인의 주소지나 현재지 시(구)·읍·면의 장에게 출생신고 또는 사망신고를 하여야 합니다. 이 신고서는 영구 보존되기 때문에, 출생에 관한 증명서가 필요한 경우에는 신고인 등이 소정의 수수료를 납부하고 출생신고수리증명서를 신고지 시(구)·읍·면의 장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2) 한국인과 외국인 또는 외국인과 외국인이 한국에서 혼인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혼인신고를 하고 시(구)·읍·면의 장이 이를 수리하면 혼인이 성립합니다. 입양이나 인지에 대해서도 각각 입양신고와 인지신고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신고서가 수리되면 한국인에 대해서는 호적에 기재되고 외국인과 외국인 사이의 신고인 경우에는 그 신고서를 영구 보존하게 됩니다. 이러한 신고 사실에 관한 증명서가 필요한 경우, 신고인 등은 소정의 수수료를 납부하고 신고서수리증명서를 신고지 시(구)·읍·면의 장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의 전신인 호적법에 관한 질의회신이긴 하지만, 지금도 위에서 설명된 대로 외국 국적 아동의 출생신고는 가능하다. 다만 위에서 안내하고 있는 것처럼 출생 사실이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신고서가 보관되어 영구히 보존될 뿐이다. 신고인이 요청하면 신고서를 수리했다는 수리증명서를 교부한다. 출생등록 없이 신고서만 보관하는 현 제도를 이주아동을 위한 출생등록제도라 칭할 수 있는가?


출생등록이 신분확인의 기초가 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출생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확인하는 정부의 행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가 발급한 출생증명서는 한 사람의 출생이 등록되었음을 증명하는 문서이다. 따라서 출생신고서를 수리하고, 일종의 접수증에 불과한 신고수리증명서를 발급하는 것을 온전한 출생등록제도로 평가할 수 없다.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있는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의 담당자도 신고수리 및 수리증명서 교부가 원래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국민이 발견된 경우 등록부가 마련될 때까지 취하는 일시적 조처에 불과하고, 외국인의 출생신고나 등록을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라고 설명해주었다. 


이주아동을 위한 출생등록제도가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에서 출생하는 이주아동 (여기서 이주아동이란 외국국적 또는 무국적 아동을 말한다) 대부분은 자국 대사관에 가서 출생신고를 할 수 있으며, 이때 해당 정부에서 그 나라 법에 따라 출생을 등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이주아동 중 자신이 처한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자국대사관에 가서 출생등록을 할 수 없는 아동들이 있다. 부모가 우리나라에 비호를 신청한 난민인 경우가 그 대표적 예이다. 난민은 자국의 박해를 피해서 우리나라에 온 사람들로, 자국 정부에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싶지 않거나 어떤 일을 당할지 두려워 자국 대사관 출입조차 꺼리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체류자격이 없는 자국민이 한국에서 태어난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경우 이를 거부하거나 높은 수수료 등을 부과함으로써 출생신고를 어렵게 하는 대사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수에 대해서는 아무런 공식적 통계가 없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에 입국했다가 비자 만료 후에도 계속 한국에 체류한 미등록 아동의 수는 6,698명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에서 출생한 미등록 이주아동의 수에 대하여 아무런 자료도 없다. 그러나 많게는 31,755명까지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힌 보고서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출생등록을 아동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으며,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 제1항은 “당사국은 자국의 관할권 내에서 아동 또는 그의 부모나 법정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인종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과 관계없이 그리고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각 아동에게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또한 한국의 현행 법제와 실무가 어떠한 상황이라도 생물학적 부모에 의해 등록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도로서 적절하지 못하고, 난민, 난민신청자 또는 미등록 이주민이 실제로 또는 일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출생등록방법이 없다는 점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며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과 상관없이 모든 아동들의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태어나서 자라고 있는 아동 모두에 대하여 출생등록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은 해당 아동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아무런 공적 기록도 없는 아동들이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이주아동은 국민인 아동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자라며 우리 사회의 일원이 된다. 따라서 이주아동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고 북돋아 주는 것은 우리 사회에도 이익이 된다.


마치며


2013년 11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세이브더칠드런, 유엔난민기구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공동주최로 열린 “무국적과 이주배경 아동 출생등록에 관한 컨퍼런스”에 토론자로 나선 법무부 관계자는 ‘부모가 자국 대사관에 자녀의 출생등록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기피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국내체류를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자녀를 사실상 무국적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하는 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그 자리에서 발표한 보고서는 주로 자국 대사관에서도 출생등록을 할 수 없는 사례들에 관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위 관계자는 자녀를 출생 등록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부모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국내체류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도 없이 계속해서 자녀의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것이 부모의 책임이므로 한국정부의 책임이 아니라고 역설하였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책임을 다했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출생등록은 교육권 보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긴 하지만 또 다른 문제이다(게다가 근래 발표된 여러 보고서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난민아동을 포함한 이주아동은 현재도 입학이나 취학과정에서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어 여전히 문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등록이 없는 아이가 학교를 실제로 다니고 있더라도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그것을 자신의 학력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부모에게 책임이 있건 없건, 한 국가의 관할 내에 있는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책임은 부모뿐만 아니라 그 국가에게도 있다. 출생등록뿐만이 아니다. 만약 부모가 아동을 학대하거나 유기할 경우 부모에게 책임이 있다고 그 아동을 방치할 것인가? 이주아동의 권리보호가 근본적으로 아동의 권리보호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글_박영아 변호사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 공 SNS 에서 공감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