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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 잊어야 할 상처와 잊어서는 안 될 이야기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3.11.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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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공지영작가의 저서로 더욱 화제가 된 <의자놀이>라는 책을 통해 쌍용자동차 사태를 접한 사람이라면 한상균 전 지부장을 궁금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쌍용자동차의 새로운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되어 길고 험난했던 파업기간 내내 몸을 사리지 않고 파업을 이끌었던 분으로, 책 곳곳에 그의 활약상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1일 정독도서관에서는 한상균 전 지부장의 쌍용차 사태에 관한 강연이 있었다. 처음 그와의 만남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의자놀이>를 통해 갖게 된 이미지와는 달리 그가 너무나 평범한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정부의 엄청난 경찰력과 대자본을 맞서 싸웠던 노동자들은 건장한 체격에 우락부락한 외모를 지닌 ‘싸움꾼’들이 아니라 우리 아빠고 옆집 아저씨들이었던 것이다. 노동문제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강연하고 있는 한상균 전 지부장

 

염치없는 세상과의 싸움

 

 77일간의 옥쇄파업과 그 후 5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은 쌍용자동차 투쟁에 대해 한상균 지부장은 이를 염치 없는 시대와 상식이 통하지 않은 세상과의 싸움이라 했다. 상하이기차 매각 과정부터, 회계조작에 의한 법정관리 그리고 정리해고 이 모든 것이 상식대로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국정조사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법정관리는 조작된 회계자료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따라서 당시 정리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없었던 부당한 것이었음에도 이에 대한 파업은 ‘경영상 결정’에 대한 ‘부당노동쟁의행위’가 되었다 (현행 법 상 ‘경영상 결정’에 대한 파업은 허용되지 않는다).

 

 국민을 보호했어야 할 정부는 오히려 ‘비상식적’ 행위를 앞장서 진행했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을 처단했다. 14만 명의 경찰력이 동원되어 이들을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100여 명의 구속자가 발생했으며, 노동자 개개인은 430억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가 걸리게 되었다. 보수언론들은 앞 다투어 쌍용차 노조 때문에 나라가 망할 듯이 떠들어 댔고, 노동자들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빨갱이 자식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3명의 사람이 유서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당시 상황이 얼마나 암담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들은 세상에서 그 어떤 희망도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 어떤 말도 하기 거부했던 것이다.

 

 잊혀지는 것과 잊어서는 안되는 것-시민운동의 중요성

 

 그는 쌍용차 문제는 5년 간의 투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상태라고 말했다. 노동자 전체는 아니지만 499명의 노동자가 공장으로 돌아갔고,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있고, 많은 시민들의 지원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물적,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그간 투쟁으로 인해 얻게 된 상처들은 이제 ‘잊어야 할 것’이 되었고 앞으로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가야 할 테지만 동시에 잊어서는 안되는 것들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했다. 

 

 쌍용차 문제는 한 회사의 단순한 정리해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정부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시범케이스로 탄압하여 국가는 언제든지 직장인들을 해고할 수 있다 본보기를 보이고자 했다. 쌍용차를 탄압함으로써 아무리 크게 저항하더라도 결국 해고는 피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폭력적으로 전달한 것이다. 97년 IMF 이후 대량 정리해고가 경영 방법의 하나로 이어져 오면서 기업과 정부는 그 진압방식에 대해서도 학습효과를 축적해 오고 있다. 전문적인 노조 파괴 집단이 기업화가 되기도 하고 언론을 이용해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한상균 지부장은 쌍용차 사태에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중운동은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중운동이 물적인 측면에서 파업을 많이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을 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쌍용차 사태를 범사회적인 문제로 공론화 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시민운동의 참여가 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파업이 막 시작했을 때의 네트워크화 되지 못한 시민 개개인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의자놀이>가 20만 부 팔리고 쌍용차투쟁을 담은 동영상의 Youtube 조회 수도 단일 사건에 대한 숫자 최대를 기록한 지금, 누가 앞장서서 조직한 것은 아니지만, 자발적인 시민 참여가 어느 정도 조직적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고 그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운동과 시민운동의 결합을 잘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 ‘희망버스’ 사례가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에서 농성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시민들이 ‘희망버스’를 타고 방문하여 지지를 표한 결과, 노동자들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당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이 모일 수 있었다. 물론 최소한의 대중운동, 조직된 노동자들은 문제점을 사회에 고발하는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분노가 이와 같은 대중운동과 결합할 때, 비로소 시민 네트워크가 형성되게 된다. 흩어져 있을 때는 작은 힘이 하나로 결집할 때 정부와 대자본에 저항할 수 있는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 지난 10월 31일에 열린 공감 월례포럼, '쌍용차 사태 24명의 죽음,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마음이 강한 자 만이 용서할 수 있다.

 

 윤지영 변호사는 질의 응답 시간 때 쌍용차와 관련된 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파업 당시 많은 시민 단체들이 쌍용차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공장으로 모였는데, 한 명 씩 돌아가며 ‘연대발언’을 하려고 하면 일명 ‘산 자’(해고되지 않은 노동자)들이 확성기로 욕을 하며 이를 방해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퇴근 시간이 되자 통근 버스로 퇴근하는 노동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잘 가라고 인사하는 것을 보고 진정한 승자는 저들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상균 지부장은 쌍용차 투쟁에서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사용자였는데 사용자에 의해 이용당하는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러나 심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였고 주말에는 부부 동반 여행을 갔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적이 되어 나를 보고 죽으라 하는 저들이 너무나 밉고 원망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한상균 지부장이 3년간의 수감 끝에 감옥에서 나오는 날 정지시켰던 핸드폰을 켜자 많은 문자가 쏟아져 왔는데 그중 대부분이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에게서 온 것이었다 한다. 대부분 자신을 욕하는 문자들이었다. 누구나 그런 문자를 받으면 분노를 느끼고 어떻게 복수할 수 있을까 고민할 텐데 그는 그 날 집에 돌아와 그들 중 5명에게 현 사태를 알리는 구구절절한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이를 받은 5명 모두 답장을 썼는데 어느 편지 하나 눈물에 젖지 않은 것이 없었고 모두 그에게 용서를 구했다 한다. 


 
 “용서는 잘못을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강한 자가 할 수 있는 것이다”라는 말. 오늘 날 쌍용자동차 사태가 이만큼의 진전을 보일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동자들의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글_박상희(18기 자원활동가)

 

* [동영상] 공감 월례포럼 '쌍용차 사태, 끝나지 않은 이야기' 현장 스케치 및 참가자 소감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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