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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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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이주와인권연구소(사), 이주민과 함께, 지구인의 정류장 및 한국이주인권센터와 함께 지난 7개월 동안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농촌에서 이주노동자는 그 빈자리를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공간의 폐쇄성과 작업장 간의 거리로 인해 외부에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파악하기는 힘듭니다. 또한 인권침해가 있어도 이주노동자들이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 결과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실태는 관심 밖의 대상이었습니다. 또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실태조사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인권 실태에 관한 전국적인 규모의 실증적인 연구였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객관적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팀은 문헌조사,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설문조사 및 심층면접, 그룹 인터뷰, 현지조사, 기관방문 및 면접조사, 전문가 의견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상담 사례를 수집하기도 하였습니다.

 

실태조사 결과 중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짚어보겠습니다.

 

농축산업 분야로 E-9 비자를 받아서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2년 현재 16,454명으로 건설업이나 어업 종사 이주노동자의 수치보다 높습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농축산업을 선택해서 들어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농축산업 특화국가 제도와 한국어 능력 시험 성적에 의한 선발제도 때문에, 혹은 농축산업 분야를 선택하면 다른 분야를 선택할 때보다 조금 더 일찍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농축산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만큼 농축산업은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기피 업종에 속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 있을 때 근로계약을 체결해야만 입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근로계약서의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41.5%), 기본적인 노동조건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는 계약서를 작성(25.2%) 했다는 응답자도 있었고, 아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8.7%)는 응답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36.7%는 작성한 계약서를 교부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61.1%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입국 전부터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일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주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127만여 원인데 이중 상당액이 숙식비 형태로 공제되기 때문에 실제 수중에 들어오는 임금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반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는 한 달에 이틀밖에 쉬지 못하고 월 평균 근무시간도 283.7시간에 이릅니다.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응답자도 전체의 1/3을 차지했습니다. 이러한 근무시간은 농한기라고 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기계화, 영농화, 전문 경영화의 길을 걷고 있는 농촌에서 농한기에도 이주노동자들은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용자는 농한기를 이유로 이주노동자에게 임금을 덜 주거나 이주노동자를 해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문 응답자 가운데 68.9%는 임금 체불을 경험했으며 일을 잘 못한다고 임금에서 벌금을 공제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12.4%에 달했습니다. 또한 일을 하다가 화장실에 가지 못하게 제지를 당한 경우도 9.9%였습니다. 그러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미만 지급, 임금체불, 벌금공제, 강제근로 등으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들의 주장은 묵살되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고용센터나 고용노동청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설문조사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60.9%는 고용허가를 받은 원 사업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에 보내져 일한 경험이 있었는데, 다른 곳에 보내져서 일한 경험이 있는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74.5%는 고용주가 노동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곳에 보내서 일하게 했고, 70.4%는 어디서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 모르고 보내졌으며, 65.3%는 가서 일한 곳의 고용주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일을 했습니다. 또 38.8%는 고용주가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 일부를 중간에서 가져갔거나, 더 오래 더 힘들게 일했는데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소위 이주노동자를 다른 사업장에 빌려 주거나 돌려쓰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숙소형태는 컨테이너나 패널로 지은 가건물이 67.7%로 가장 많았습니다. 설문조사 응답자 중 52.8%는 숙소에 고용주나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었고, 44.7%는 욕실과 침실에 안전한 잠금장치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불만과 불안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도난의 위험 뿐 아니라 성폭력의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39.8%는 화장실이 숙소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분뇨 수거를 하지 않아서 넘쳐흐르고 있는 상태라 사용할 수 없거나, 노동자는 여러 명인데 화장실이 1개 밖에 없는 등 화장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26.7%는 숙소에 창문이 없었고, 23.0%는 욕실이나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실내에 없었으며, 14.9%는 조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었고, 11.8%는 난방시설이 없었습니다.

 

설문 조사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57.8%가 산재로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이 있었지만 응답자의 66.5%는 장갑, 장화, 모자, 마스크, 비옷, 작업복 같은 기본적인 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산재로 병원을 이용한 경우 본인이 돈을 내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 응답자가 58.7%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설문조사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75.8%는 욕설이나 폭언을 들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14.9%는 폭행당한 경험이, 15.5%는 고용주가 신분증을 강제로 압수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여성 노동자의 30.8%는 본인이 직접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50.0%는 같은 농장이나 지인의 성폭력 피해를 직접 목격했거나 그런 경험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고용주나 관리자가 본인의 허락 없이 숙소에 들어온다는 응답자는 56.5%, 외부와 연락을 하지 못하도록 제지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1.9%, 업무 시간이 끝난 이후나 휴일에 외출을 금지 당한 적이 있는 응답자는 18.6%였습니다. 소지품을 수색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0.0%였습니다. 고용주나 관리자가 이주노동자의 본 업무 외 집안일 등 개인적인 일을 시킨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28.0%였는데, 여성 노동자에게는 설거지, 청소, 빨래 등 집안일을, 남성 노동자에게는 집수리나 보수, 페인트 칠 등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는 노동자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때로는 노예처럼, 때로는 기계처럼 혹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제는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장에 소홀한 대신 농촌에 인력을 공급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전근대적인 인식과 제도의 미비, 그리고 농축산업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 상황에 무감각한 정부와 기관들의 태도가 문제를 키웠다고 할 것입니다. 사용자의 인식을 전환하려는 노력과 제도의 개선, 그리고 정부와 기관들의 적극적인 태도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번 실태조사가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_윤지영 변호사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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