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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포커스] 난민법의 제정 및 시행, 그리고 남은 문제

공감의 목소리

by 비회원 2013.10.1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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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7월 1일 난민법이 시행되었다. 1985년 “최근 증가하고 있는 망명사건 처리에 있어서 아국에 유리한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가 될 것”이라는 기이한 근거로 정부가 처음으로 난민협약 가입을 추진했다. 1993년 난민협약이 비준, 발효되고 출입국관리법에 일부 난민 관련 조항이 삽입된 후 20년이 지났다.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을 자랑하며 보도자료를 뿌린 법무부는 사실 난민법 제정 과정에서 처음에는 그 제정 자체를, 나중에는 제정안의 내용 대부분을 반대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제정된 난민법은 제정법안의 본래 취지를 상당 부분 훼손한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다. 난민법의 시행이 난민보호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이유다.

 

 난민협약에 의하여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본국 혹은 종전의 상주국에서 “박해”를 받을 위험이 사람을 지칭한다. 즉 돌아갈 수 없어 머물 수밖에 없는 이들이다. 난민협약 가입국은 이들 난민, 특히 자국에 존재하는 난민에 대해, 이들의 난민 지위를 확인하는 절차를 두고 난민으로 확인된 경우 체류, 취업, 사회보장 등 여러 권리를 부여하게 된다. 그러나 기존 출입국관리법의 난민 관련 규정은 최소한의 절차만을 규정하고 있었고, 2008년과 2010년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을 통해서도 최소한의 처우 규정이 신설되었을 뿐이다.

 

 비록 원안에 비해 많이 후퇴되었지만 이전 출입국관리법 관련 규정에 비해 난민법은 난민인정절차와 난민 및 난민 신청자의 권리 보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송 제기․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법무부가 난민인정 불허처분을 내린 난민 신청자를 보호를 필요로 하는 난민 신청자의 범주에서 배제하였는데, 난민법은 소송 확정시까지 난민 신청자의 지위가 유지됨을 분명하고 그 체류자격을 명확히 했다. 난민법은 난민인정절차 정보 접근성의 강화, 난민인정 심사기간의 원칙적 제한, 면접 및 면접 과정의 녹음 또는 녹화, 변호인의 조력, 신뢰관계에 있는 자의 동석, 통역, 난민면접조서의 확인, 자료 등의 열람, 복사권, 비밀의 보장, 전담 난민 심사관 신설 등 절차적 보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난민 신청자에게 유리한 자료도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심사 자료로 활용하여야 하는 법무부 장관의 의무, 난민 신청자의 구금 기간 제한, 이의신청 심의기관인 난민위원회를 보조할 난민 조사관 신설도 눈에 띈다. 재정착 난민을 규정하여 해외 난민의 대한민국 재정착의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다. 난민에 대해 최소한 난민협약에 규정된 권리는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난민의 가족결합 보장을 명문화하여 그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난민 신청자의 경우에는 생계비 지원의 가능성과 일정 기간 경과 후 취업 가능성을 규정하고 있다.

 

난민법은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난민법 시행과 동시에 크게 문제 되고 있는 혹은 문제 될 수밖에 없는 일부 규정의 내용을 살펴본다.

 

첫째, 난민협약은 난민의 대한 제한적인 개념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적인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을 그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수 국가들은 자체적으로 난민의 범위를 확장시키거나 “보충적 보호”라는 범주를 만들어 난민에 준하는 인정절차와 권리 보호를 보장하고 있다. 난민법에서 그 취지를 살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인도적 체류”다. 그러나 제정안 원안과는 달리 난민법은 인도적 체류자격 심사 및 부여 여부 모두를 법무부 장관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그 보호의 필요성에서 출발하여 관련 절차와 권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의 시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인도적 체류자격이 부여되어도 체류할 수 있는 권리와 취업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만이 주어진다. 과연 이것이 “인도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둘째, 난민법에 의하면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경우에는 곧바로 난민 신청자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난민 신청을 했는데 심사를 하지 않고 이를 무효화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은 난민협약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일 수 있다. 또한 사실상 난민인정 신청 접수 거부 혹은 심사 거부의 관행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난민법 시행 후 문제제기가 있을 때마다 불회부 결정을 번복해 온 출입국 당국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이러한 위험성이 현실로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난민 심사의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이 절차의 판단 기준 대부분이 일반 난민 심사에서나 논의될 수 있는 실체적인 기준이다. 난민심사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안전한 제3국에서 왔을 것’, ‘오로지 경제적 목적으로 난민 신청을 했을 것’ 등의 기준이 직접 적용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그것도 난민 신청자가 과거의 박해 혹은 박해 가능성을 주장하고 ‘제3국’에서의 부당한 처우를 주장했음에도...

 

셋째, 법무부의 1차 난민심사 단계와는 달리 이의신청 절차의 경우, 이전의 이의신청 절차가 지녔던 근본적인 결함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일단 이의신청을 심의하는 난민위원회는 결정기관이 아니다. 심의도 서면 심의를 원칙으로 한다. 난민 신청자가 직접 자신의 주장을 전달할 기회의 보장은 예외적인 경우에 허용되는 재량사항에 불과하다. 난민위원회 위원들이 난민 신청자가 제출한 자료를 다 보는 구조도 아니다. 담당 공무원의 의견이 들어있는 요약 보고서만이 유일한 판단의 근거다. 난민위원회는 급하게 소집되어 많은 사례를 처리해야 할 수도 있음을 난민법은 명시적으로 예정하고 있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난민 지위를 심의하는 난민위원 중 국가정보원 방첩단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가 안보를 위한 별도의 신원조회 등은 있을 수 있겠지만 난민 개념의 적용하여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자리에 ‘간첩 잡는’ 방첩단장이 참여하는 유사한 사례가 과연 외국에도 있을 수 있을까.

 

넷째, 난민 신청자의 권리는 극히 제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생계지원과 취업허가 모두 당국의 재량사항으로 규정되어 있고, 기타 사회적 지원도 원론적인 언급 정도만이 있을 뿐이다. 달리 합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단이 없는 난민 신청자의 경우 생계지원이나 취업허가로 법을 지키면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난민 법령은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까지도 걸릴 수 있는 난민인정절차에서, 한국에 존재하는 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부정한다. 2013년 난민지원시설에는 수십억의 예산이 책정된 반면 생계지원 예산은 전무하여 출입국 당국은 난민지원 신청자의 생계지원 신청의 접수 자체를 거부한 바 있다.

 

다섯째, 본국에서 떠나온 이들은 당분간 본국에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고 했을 때, 결국 난민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통합을 통한 예측 가능하고, 정신적, 물질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단순히 기존 법 제도상 사회보장 등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은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난민들이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난민들이 처한 경제, 사회, 문화적 어려움을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지원의 제시는 필수적이다. 난민도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것이지 동물적인 생존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난민협약과 난민법은 국내의 난민, 난민 신청자, 인도적 체류자 등에게 진정한 의미의 권리장전이 되어야 한다. 인식 및 제도의 개선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법적 접근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아직도 구금시설에 갇혀 있거나 하루하루 어렵게 ‘불법적으로’ 연명하고 있는 난민 신청자들을 생각한다. 난민법은 시작이다.

 

글_ 황필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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