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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 행위자, 왜 처벌받지 않는가? - 법과 여성인권 사이의 현실적 간극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3.10.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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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6일, 공감 차혜령 변호사와 18기 자원활동가들이 함께한 '여성인권' 세미나


법이라는 것은 어떠한 기준에 따라 제정된다. 보통 여성과 관련한 법이라 하면, 그것의 기준은 사회에 통용되는 평균의 여성에 대한 인식에 맞춰지게 된다. 집행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집행과정에서의 수많은 집행인이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인식과 통념에 의해 많은 사건이 집행되고 사건이 판결 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과연 그 기준이 정말 여성을 잘 이해하여 만들어진 기준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여성에 대한 편견적인 인식이 존재하고 ‘평균의 여성’이라는 말이 가지는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제고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법에 존재하는 그 기준이 여성인권을 보장한다고 할 수 있을까. 특히나 여성폭력과 차별과 관련한 문제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류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평균적인 기준’ 하의 법은 여성 각 개인의 개별적 아픔을 얼마나 이해하고 그들에게 얼마나 공평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여성인권과 관련하여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여성인권 이슈와 그와 관련된 법규를 살펴보면서 법과 여성 인권 사이에서 존재하는 현실적인 간극에 대해 알아보았다.

 

여성 인권과 관련한 문제는 여성폭력과 차별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여성폭력과 관련한 이슈 중에서도 인신매매 사례를 살펴보았다. 


필리핀 여성 A는 필리핀의 작은 마을에서 작은 밴드의 리드보컬로 활동하던 중 한 연예기획사에서 한국에서의 가수 제안을 받고 오디션을 봐 한국에 오게 되었다. 그러나 A는 오자마자 여권 등을 빼앗긴 후 외국인 전용 클럽(유흥음식점)에서 일할 것을 강요당한다. 이때 A는 약속된 가수활동은 전혀 하지 못한 채 클럽에서 일해야만 했다. 특히 그녀는 매일 해당되는 주스쿼터를 채워야 하는 업무를 배당받는데 이 주스쿼터는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클럽에서 하루 종일 일 해도 정해진 기한 안에 채울 수 없는 양이다. 따라서 유흥주점들은 바파인이라는 성매매 방식을 이용하여, 여성들이 바파인을 하게 되면 주스쿼터의 일정 부분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성매매를 강제하고 있다. 따라서 주스쿼터를 채울 수 없는 A와 비슷한 처지의 이들은 바파인이라는 이름으로 업소 밖에서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다. 주스쿼터 시스템을 성매매 강제의 주요 수단으로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누구나 이 사례에서 필리핀 여성 A는 명백한 피해자이기에 보호받아야 하고 클럽주나 기획사 관련인들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법적으로는 A가 입국한 후 클럽으로 인계되는 과정을 인신매매로 볼 수 있고 주스쿼터시스템을 성매매 강요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클럽주를 고소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고소를 할 수 있다는 것과 현실적으로 인신매매범죄가 처벌된다는 문제는 다르다. 필리핀 여성 A와 같은 여성들에게는 고소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험난한데다가 한국으로 일하러 오는 많은 여성이 극심한 빈곤탈출을 위해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체념 후 돈을 위해 고소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 실제로 인신매매 행위자들이 처벌받는 경우는 매우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고소하려는 시도는 더욱더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인신매매 행위자들이 처벌받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것일까? 그들은 어떻게 법망을 피해 나가 피해자들의 고소의지마저 꺾는 것일까? 일단 피해여성들이 계약서에 사인했다는 이유로 그들이 위 계된 것이 아니라고 인정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또한, 성매매 강요 또한 물리적 강요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처벌되지 않는다. 


UN 국제조직범죄방지협약 상 정의된 인신매매는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 무력의 행사 또는 기타 형태의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 또는 당사자의 취약한 지위의 남용. 타인의 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지불 또는 혜택의 수수 등의 수단에 의한 인신의 모집, 운송, 이전, 은닉, 인수’를 말한다. 이와 같은 개념은 보다 인신매매를 포괄적으로 정의함으로써 필리핀 여성 A와 같은 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게 한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실의 복잡한 문제와는 달리 우리의 법은 그다지 촘촘하지 못하다. 그리고 여성폭력이나 차별문제에서 그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시도도 부족해 보인다. 사실 세미나를 듣기 전에는 막연히 법이 여성 피해자들을 보호해 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실제 사례와 실제 법규를 대입해보니 우리의 법은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이제는 좀 더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그들의 개별적 아픔을 달래줄 수 있는 법규의 개선을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이 든다. 

여성 폭력과 차별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일이고 주위에서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여성 폭력과 차별에 대한 더 활발한 논의와 고민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_이가영 (18기 자원활동가)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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