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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현실과 형식 사이 - 윤지영 변호사와 함께한 '취약노동' 세미나 후기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비회원 2013.10.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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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5일, 공감 윤지영 변호사와 18기 자원활동가들이 함께한 '취약노동' 세미나


“상기인은 본인의 원에 의거 귀 ㅇㅇ은마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속직으로 인사 발령되어 근무하게 되면……근무 중 불의의 사고 및 본인의 지병으로 인하여 사망하게 되어도 법률적 관련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2년 전 침수사태로 인해 물에 잠긴 아파트 지하에서 감전사로 사망한 청소노동자가 체결한 “촉탁 근무 동의서”의 일부다. 윤지영 변호사는 동의서와 근로계약서를 나눠 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런 서류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와 고용주 간에 체결되고 있는 일반적인 계약서임에도 불구하고 문제 투성이였다. 노동자를 보호해줘야 하는 법이 반대로 노동자를 억압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슬픈 현실. 그래서 노동자의 인권은 날이 갈수록 개선되기는 커녕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

불안정한 노동자라면 우리는 흔히 청소노동자, 환경미화원, 배달원 이런 직업들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그래서 무시하거나 자신과는 멀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노동자 관련 뉴스를 접할 때도 “나랑은 거리가 먼 얘기니깐…”라는 생각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아니면 그냥 “불쌍하다” “안됐네”라는 동정에 그친 건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더 슬픈 현실은 상당수의 사람이 이런 노동자는 능력이 없어서 하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거고, 그런 대우를 안 받으려면 스스로 노력을 했었어야지 별수 있나? 라고 마치 노동자 개인만의 이유로, 생명을 포함한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IMF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불안정 노동의 확산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지금도 더 많은 직종에, 더 심각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파견, 특수고용, 정리해고, 비정규직과 같은 단어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보편화 되고 있으며, 예전에는 불법이었던 노동형태도 어느덧 합법화가 된 것을 넘어서 이젠 주류를 이루고 있다. 노동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받을 수도 없고, 단지 사업주들의 착취 수단과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 노동은 또한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데 대표로 간접고용의 예를 들을 수 있다. 간접고용이란 사용사업주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고용사업주에게서 필요한 노동자를 공급받는 형태다. 이러한 고용 형태는 사용사업주가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노동법상의 책임을 회피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간접고용을 금지해 왔으나, 개정된 직업안정법에서 유료직업소개소 개설 절차를 간이화하고, 또 1997년 파견법이 제정되면서 간접고용은 날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같은 법의 문제점 때문에 “갑을관계”와 같은 단어들도 생겼고, “갑”인 사업주는 그냥 마음에 안 들면 아웃소싱이 언제든지 가능하고 자유롭게 “을”인 노동자를 억압한다. 현재 우리의 법이 고용주가 “갑”이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근로기준법 24조에 의하면 정리해고가 가능한 상황으로  “긴박한 경영상 필요시”를 규정을 했다. 하지만 “긴박함”을 어떻게, 누가 해석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파생한다. 이런 주관적인 단어로 만들어진 법은 사회 규범으로서 법이 갖춰야 하는 명확성을 무시하고 있으므로 경영자는 얼마든지 법을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이에 따른 여파는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간다.

노동 문제에서 법적으로 분쟁이 생길 때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다고 한다. 특히 취약노동의 문제에서 현실과 형식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아직 법원에서는 눈에 보이는 계약의 형식만 볼 뿐, 파헤치고 느껴야 하는 현실은 볼 의향도 의지도 없다. 근래 “위장도급”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된다. 현대자동차의 예를 보면 고용주는 형식적으로는 도급의 형태로 하청업자를 통해 하청근로자를 고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제조업 특성상 도급형태는 절대 가능하지 않은 형식이다. 그래서 현실은 도급이 아닌 불법파견의 형태이다. 

이러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지금도 단식하면서, 철탑에 올라가서, 파업하면서 시위하는 노동자 개인 그리고 단체가 있고, '공감'처럼 이러한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법적 지원을 하는 단체가 있다. 하지만 이런 소수의 노력으로는 항상 한계가 있다. 형식만 보고 현실에는 눈 감고 귀 닫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취약노동, 노동인권 이런 단어들이 어쩌면 남의 얘기처럼 먼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조금만 주변을 돌아보면 노동자의 이야기는 분명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의 이야기이고 언제든지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기에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사건이 터질 때만 반짝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꾸준한 관심, 관용이 필요하다.

사회의 관심 속에, 노동자를 향한 따뜻한 응원 속에, 우리 사회가 “형식”보다 중요한 “현실”을 볼 수 있는 사회가 하루 속히 되길, 이번 취약노동 세미나를 듣고 다시 한 번 간절히 바란다.

글_이경은 (18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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