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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행사 참가 후기] 공감에서 공감을 배우다 - 허세령

공감이 하는 일/공익법 교육·중개

by 동-감 2013.09.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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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에서 공감을 배우다

 

같은 해, 4월경 방과 후에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님과 짧은 만남을 가졌었다. 그 때, 우리 동아리 아이들과 변호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많은 것을 얻어 갔었다. 그 때 얻어갔던 것 중 하나가 공감에서 여는 청소년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의 신청기간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신청하고 보니 8월 12일 개학이 예정되어 8월 13일에 열리는 공감 청소년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실망하기를 며칠, 막상 개학날을 맞이하자 찌는 듯한 폭염에 꿈만 같은 여름방학 연장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마음 놓고 공감의 프로그램에 참석할 수 있었다. 당일 날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 시작 5분 전에 국가인권위원회에 도착했다. 내 곁에는 전에 공감에 같이 방문했던, 같은 동아리의 일원인 친구도 함께였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재생되고 있는 공감의 활동 영상을 보았다. 이 영상을 통해 공감의 활동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여러 노력의 과정들을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우리가 받은 것들은 명찰과 공감 자료집, 공감에서 만든 달력이었다. 처음에 받은 명찰, 즉 이름표 목걸이를 목에 맸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내려진 미션은 ‘친해지자!’였다. 서로의 연령대와 관심사 등을 모르니 좀 어색한 방안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진행하시는 자원봉사자 분께서는 게임을 하나 소개해주셨다. ‘새 날아, 둥지 날아’라는 이름이 게임이었다. 여담이지만 처음에 게임이름을 ‘새나라, 둥지 나라’라 듣고 ‘새 나라를 위한 해결 방안이나 정책을 논의하는 게임인가?’라고 어이없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너무 딱딱하게 생각한 데에서 비롯된 착각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그런 짧은 착각을 뒤로 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 게임을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새, 둥지로 역할이 나뉘는데, 둥지 역할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둥지를 만들고 1명의 새가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 술래가 되는데 술래는 판이 바뀔 때마다 ‘새 날아, 둥지 날아, 모두 날아.’ 중에 하나를 선택해 말하고 그 지령을 따르는데 지령을 따르지 못하고 혼자 남게 된 한명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이 게임이 시작되자, 한 명, 한 명, 술래가 되기 시작하고 모두 다 술래를 한 번씩 하게 되자, 모두의 행복한 순간과 나이, 이름 등을 알게 되었다. 연예인을 볼 때 가장 행복한 사람도 있었고, 영화를 볼 때, 혹은 음악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연령대도 중1부터 고3까지 정말 다양했고, 재치와 유머감각, 성격, 이름도 모두 다양했다. 두 변호사 분도 함께 게임에 참여하셨는데 장서연 변호사님께서는 한참 유행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짱변에 자신을 빗대며 재치있게 자신을 소개하셨고, 염형국 변호사님 역시 짬뽕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며 유머감각을 곁들여 소개해주셨다. 두 분 모두 친절하시고 재미있으셔서 변호사가 되려면 유머감각도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웃고 친숙해지게 했던 게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애매한 문제들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정하고 그에 따른 근거를 바탕으로 토론하는 시간이 주어졌는데 토론의주제로 주어진 첫 번째 사례는 시작장애인의 수능문제였다. 점자 시험지를 배부하고 시험 시간을 1.7배 더 주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었는데 나는 반대, 즉 ‘공평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택했다. 많이 애매하고 헷갈리는 문제였기에 반대편에 섰어도 찬성 쪽으로 마음이 넘어갔다 말았다 왔다 갔다 했다. 상대적으로 ‘시작장애인에게 수능시간을 1.7배 더 주는 것이 공정하다’라는 의견이 적었는데 아마 수능시험, 즉 대입관문을 결정짓는 시험이라서 더 예민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서 궁금했던 것, 또는 애매했던 것 중 하나는 왜 하필이면 1.7이라는 숫자인 것인가,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장애가 후천적이냐, 선천적이냐, 즉 점자를 배운 기간이 얼마나 짧고 얼마나 긴가에 대한 문제였다. 점자에 정말 익숙하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 사람은 일반학생과 똑같은 시간을 주어도 모두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시각장애인이 되어 점자를 배운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점자에 익숙하지 않아 2배의 시간을 줘도 다 풀어내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배수의 숫자가 정말 애매한 것 같다. ‘장애인이나 노약자와 같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 정도가 일반인의 불만을 야기하지 않을 정도가 딱 정해져 있으면 정말 편할 텐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문제였다. 이 정책을 아예 뒤집자는 식의 해결방안도 많이 나왔는데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인용 시험지를 아예 따로 만들자와 대학에서 장애인을 학교나 지역별로 일정숫자 이상 뽑도록 규정하자라는 의견이 나왔다. 한마디로 장애인들끼리 경쟁하도록 하자라는 의견이었다. 시각장애인은 청각이 예민하니까 아예 시험문제를 청각 쪽으로 집중시키는 것에 대한 생각도 했다. 그렇게 애매한 문제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보니 해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제 3의 문제, 즉 더 애매한 쟁점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 주제는 성소수자인 학생 사례였는데, 남들과는 좀 다른 성적 취향 때문에 놀림을 받다가 자살까지 이르게 된 한 학생의 이야기이다. 주된 논제는 과연 이 학생의 자살에 대해 학교에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이 문제는 반대쪽의 의견이 더 많았던 전자의 문제와는 달리 훨씬 찬반의 숫자가 거의 비슷했는데 의견을 정하기 더 힘든 문제라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학교의 책임이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했는데 기본적으로 학교 폭력을 해결해야 하는 총 책임자는 학교이기 때문이라서 학교가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후에 논의를 진전시키다보니 과연 학교가 제시한 전학이라는 대안보다 더 효과적인 대안이 있었냐가 화두로 떠올랐다. 변호사님께서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과 상담도 해 보고 얘기도 많이 해 봤다는 조건까지 붙자 학교에 책임이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 같았다. 전학이라는 해결책이 최선의 해결책이 아님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다른 최선의 해결책은 선뜻 내놓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현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학교에서 문제가 생긴 이상 그대로 이 학교에 둘 수는 없고, 다른 학교에 보낸다고 해도 전 학교에서의 소문이 퍼지거나 문제 상황이 그대로 노출된다면 그 학생은 똑같은 일을 당할 것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대로 둘 수는 없고, 정말 곤란한 상황이다. 그래서 학교 측이 학교 폭력의 문제를 피하고 눈감으려 한다는 식으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았다 싶다. 학교 폭력에 대한 좀 더 실질적인 대안을 사회의 높으신 분들이 머리를 모아 만들어 내셨으면 좋겠다. 학생들을 교화하고 교육하고 전학 보내고 하는 것보다 좀 더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할 듯하다. 변호사님께서도 판결이 학교 측에는 거의 책임이 없다는 것으로 났다고 말씀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사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나중에 좀 더 사건에 대해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기본적으로 여성 성향의 남학생들은 오히려 남자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여자 친구들과도 잘 지낸다. 그리고 학생이 커밍아웃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말이다. 성소수자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학교 안의 성소수자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관심가지지 않았었다. 앞으로는 학교 안의 소수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선을 가져야겠다.

 

마지막 순서는 염형국 변호사님의 강의였다. 변호사가 하는 일, 깊이 들어가 공익변호사가 하는 일,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 자신이 담당했던 여러 사례들까지 설명해 주셨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변호사가 법으로 밥벌이를 하는 직업이라는 것에 대해 긍정하시면서 소개하신 한승헌 변호사님의 어떠한 명언이었다. ‘면기난부’. 즉 굶는 것을 면할 수는 있으나 부자가 되기는 어렵다. 이 명언의 뜻은 돈을 탐하지 말고 변호사의 사명감을 가지라는 뜻이었다. 나도 이 말씀을 들으며 꼭 면기난부의 법조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시각 장애인이 목욕탕에서 거부당한 사례, 노숙인 쉼터 설치가 주변 학교에 거부당한 사례, 그리고 소년재판에서의 감동적인 사례도 말씀해 주셨다. 판사가 어린 피고인에게 무죄를 주며 어른들 때문에 미안하다며 사과한 사례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거창고등학교 직업선택 10계명을 말씀하시며 사회에 인정받고 따라가는 직업보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택하라는 말씀으로 마무리하셨다. 변호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소수자와 약자들의 생활 속 인권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변호사의 사명과 진정한 법조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날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질의 응답시간이었다. 정말 다양하고 유익한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변호사의 윤리와 사회 정의 실현간의 괴리 문제에 대한 물음, 사형제도, 배심원 제도, 친일파의 유산 상속 등의 찬반이 나뉘는 주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 법이 사건에 적용되는 것에 대한 물음, 무죄와 유죄인정 후 형량 감경 중의 선택 문제, 의뢰인의 거짓말에 대한 물음, 법조계의 부정, 청탁 등에 대한 물음 등 수많은 질문들을 듣고 그에 따르는 변호사님들의 답변을 들으면서 여러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고 나의 견해를 넓혀 갈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답변 중에는 배심원 제도의 도입에 관한 답변이 있었는데 장서연 변호사님께서 현재 재판제도 상에서는 변호사가 말을 하는 능력보다 글을 쓰는 능력이 더 중요한데,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어려운 법률 용어를 국민들에게 쉽게 풀어 말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되어 그 방면에서는 좋지만, 배심원들의 편견과 사고방식, 배심원들이 매수당할 가능성 등의 이유로 뭐가 정답이다 할 수 없다 답변해주셨다. 나는 이 답변을 듣고 나는 배심원 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좀 굳혀지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말보다는 글에 자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배심원 제도의 단점이 내 귀에는 좀 더 크게 들렸다는 이유도 있다.

 

그리고 사형제도 역시 변호사님께서 검사일 적에는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쪽이었지만 변호사가 되고 나니 사형제도가 실시된다고 해서 범죄율이 낮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인권에 대해서 너무 가혹한 처벌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나도 사형제도의 반대쪽으로 의견이 굳혀지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여러 찬반 논란이 있는 법적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정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사회악의 범죄자를 변호하는 것이 정의실현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정의 실현이 될 수도 있고, 검사, 국가 측의 큰 권력과 피고인이라는 작은 권력 약층 사이에서 좀 더 공평하게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정의 실현이 된다고 말씀하신 것이 너무나 감명 깊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가슴에 남았던 말은 법만이 판결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권력, 정치 등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법 외적인 것에서 힘이 없는 게 힘들었다는 말이었다. 그런 면에서 상처를 받으신 경험이 있으신 것 같아 나까지도 안타까웠다. 법조인 꿈나무로써, 그리고 법조인이 아니더라도 법률을 지키며 살아갈 국민으로써 법 외적인 것들에 영향 받지 않는 판결을 만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지금이라도 생각해 나가야겠다. 친절하고 자세한 답변에 머리가 꽉꽉 채워진 느낌이었다.

 

공감 측에서 제공해준 푸짐한 간식과 음료수도 너무 맛있었고 재미있는 게임과 토론 주제와 강의들도 너무 맛있었다. 2, 3시간 되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져서 정말 아쉬웠다. 내가 부족한 말 실력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나에 대한 아쉬움과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 밖에 없다. 변호사님들, 자원봉사자 분들,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 너무 재밌고 좋고 존경스러운 사람들이었다. 다음에 한 번 더 찾아가고픈, 그리고 10년 뒤에 다시 되새기고픈 그런 하루였다. 이 날 배운 것들을 가슴이든 머리든 꼭꼭 새겨놔 절 대 잊지 말고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겠다. 그냥 법조인에서 법조인 꿈나무에게 희망과 훌륭한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친절한 법조인으로 꿈도 더 커졌다. 그 꿈을 이루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다.

글_허세령 (일산대진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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