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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여성들에게 여전히 ‘보통의 경험’이다 - 여름 인권법 캠프 주제마당 '여성인권'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3. 8. 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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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인권법 캠프 첫째날 열린 주제마당 '여성 인권' 시간은 여성의 인권에 반하는 법적 사례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법학전공자가 아닌 저는 부부 강간, 데이트 강간, 스토킹 등의 사례를 접할 때 충격을 받았으며, 이러한 경우들은 '공감'에 흔히 접수되는 전형적인 케이스라는 사실을 듣고 또 한 번 놀람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주제마당 강연을 맡은 차혜령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사례를 분석하기 보다는 참가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참가자들의 상당수가 여성주의에 관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어 두 시간 내내 집중의 끈을 놓지 않고 흥미롭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사례는 부부 강간이었는데, 사실혼 관계 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흉기를 배 밑에 놓고 성관계를 강요하는 남성에게 대법원은 강간죄를 적용하지 않았으며, 이는 놀랍게도 직접 차별 형태로서의 여성 차별이 어느 정도 사라진 2013년 5월까지 지속하였다가 최근에 들어서야 대법원 판결이 바뀌어 부부 강간죄가 인정되어 가해자(주로 남성)가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이 가능해 졌다고 합니다.

 

 

두 번째 사례는 데이트 강간으로, 혼전순결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1980년대 말의 사례입니다. 저는 이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요, 그 이유는 물론 전개 과정이 과격하기도 하였지만, 사례를 함께 읽은 뒤 문답 시간이 되었을 때 제가 이 사례를 데이트 강간이라고 부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존 여성주의 세미나나 강연에서 들었던 지식을 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던 기회가 되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 온 생각을 집중하여 사건 분석에 힘을 쏟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사례는 폭력에 대한 신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지적한, 위의 두 사건과 전체적인 맥락이 유사한 가정폭력 사건이었으며, 네 번째 사례는 스토킹이었습니다. 스토킹은 강간과 달리 가해자/피해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들었으며, 피해자의 처벌 수위에 관해서도 참여자 간의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참여자 간의 판단이 가장 갈렸던 사건이었습니다. 스토킹은 현재 ‘경범죄’로 치부되어 경범죄처벌법으로만 처벌할 수 있으며, 스토킹에 관한 특별법은 국회에 발의되었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토킹을 겪은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이야기하였다는 점이 강연에 몰입도를 더해주었으며, 참여자마다 스토킹을 대하는 자세가 달랐기 때문에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였습니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스토킹 피해자 여성을 ‘꽃뱀’으로 의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실제로 검/경찰의 지배적인 시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에서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끝없이 타자화되는 여성의 지위를 반영한 관점으로, 미래 세대가 함께 바꾸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성주의를 공부하며 여성을 직/간접적으로 차별하는 남성사회의 구도를 확인하기는 하였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는 점차적으로나마 성 평등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법적 분쟁으로서 처벌을 요하는 성폭력 사건의 경우 아직도 여전히 남성 중심적으로, 여성은 일방적으로 타자인 경우가 절대다수라는 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해결이 근본적으로 실현될 수 없음을 자각하게 되었고, 이러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상을 사회 구성원 전반이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강연을 다 듣고 적지 않은 부담감과 걱정이 들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강연을 함께 들은 참가자분들 대다수가 저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느꼈다는 생각에 기쁨의 전율이 흐르기도 했습니다.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많은 분이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행복한 페미니즘을 지향한다면, 사회는 진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인권에 대한 현실과 인권 감수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멋진 강의를 해주신 차혜령 변호사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글_이근옥 (캠프참가자)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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