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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난민, 그리고 탈북자... ‘타자’는 어떻게 배제되는가? - 여름 인권법 캠프 후기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공감이 2013.08.1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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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동안 진행된 공감 여름 인권법 캠프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한 여운을 남겼다

 

국제학부 전공 때문인지 여태 ‘인권'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유엔 헌장과 평화유지군, 제노사이드 및 전쟁범죄로 인한 인권침해, 인도적 개입,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와 같이 거시적이면서 추상적인 개념들이었고 ‘남의 나라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캠프 주제마당 네 가지(여성인권, 노동인권, 장애인권, 이주와 난민) 중 두 가지의 강연을 택하라고 했을 때 ‘이주와 난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좀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주와 난민’ 강의가 우리나라와 관련된 심지어 ‘탈북자’에 관한 것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전으로 인해 나라를 잃고, 살 곳도 빼앗긴 피난민이나 국가로부터 추방당해 세계 곳곳을 불안한 신분으로 떠돌아다니는 정치적 난민이 멀지 않은 곳에 있지만, 관심과 문제의식이 부족한 탓에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난민의 인권’은 아프리카의 르완다나 수단 같이 내전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난민 지위 인정, 취업 허가 등에 관해 불리한 출입국관리법과 출입국 관리소의 비협조적 태도는 이미 한국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난민신청자의 인권침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님 ‘이주민, 난민, 그리고 탈북자... ‘타자’는 어떻게 배제되는가?’ 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로 강연에서 해주신 가슴에 팍팍 꽂히는 말과 지금까지도 되새김질 중인 한국 사회의 편견과 모순된 법리의 난제를 나눠보고자 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노동조합을 설립, 가입할 권리가 있는가?’
‘빈곤한 난민신청자에게 취업허가가 이루어져야 하는가?’
‘북한이탈주민은 외국에서 난민으로 보호될 수 있는가?’
‘현행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합동신문은 타당한가?’

 

위의 질문에 답이 쉽게 떠오르는가? 처음 조별 토론 사례와 주제가 적힌 종이를 받았을 때 하얀 캔버스에 수십 가지 색의 물감을 한 번에 뒤엎은 기분이었다. 마치 재작년 ‘다문화 사회와 이해’라는 강의에서 처음 동성애와 성소수자 차별에 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하면서 스스로 가졌던 무관심, 무지로 인한 편견을 마주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과 같았다. 강연을 듣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이주노동자, 난민신청자,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도 이들이 겪는 부당한 현실에 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고, ‘정의’를 위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먼저 각 질문별로 두 개의 조가 짝을 이루어 반대되는 입장을 맡아 토론 발표를 했다. 모두 심적으로는 이주노동자, 빈곤한 난민신청자, 북한이탈주민의 편이었기 때문에 ‘Devil’s advocate’를 맡은 팀은 유난히 힘들어했다. 그렇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현재 법리의 모순, 사법부와 행정부의 법리 적용의 문제점을 간파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예를 들어 두 번째 질문은 난민의 지위인정과 신분보장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에 관한 것이었는데, 우리 조는 서울출입국관리소의 관점에서 난민신청자의 주장에 반박하는 논리를 제시해야 했다. 제시된 사안의 난민신청자 A는 난민인정불허처분을 받은 후 법무부 장관에게 이의신청을 하였고, 동시에 취업허가신청도 불허처분을 받았다. 당장 생계유지를 위한 합법적 수단이 부재한 상황에서 A는 취업활동을 하던 중 단속되어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을 받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되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취업허가불허는 부당하다는 A의 주장에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은 취업허가 없는 취업활동은 어쨌거나 위법하고 제도의 악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즉, 모든 빈곤한 난민신청자에게 취업허가를 할 경우 한국 내 불법체류자가 비자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난민신청을 통해 취업허가를 받아서 생계비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데, 현재 한국인 실업자가 사회보장제도 절차 신청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이는 오히려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억지스러운 논리지만 성문법 국가에서 ‘법’대로 정해진 ‘절차’에 맞는 행정처리를 했을 뿐이라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입장을 피력하기엔 꽤나 용이했다. 우리나라는 출입국관리법의 애매한 단서조항을 근거로 누가 봐도 난민의 기본적 ‘인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자의적인 법 적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황 변호사님이 사안의 쟁점을 설명하며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와 독일 및 남아공 헌법재판소의 난민의 생계보장권과 취업허가권에 대한 판결을 비교해주었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일찍이 난민신청자의 생계보장권과 취업허가권을 인정하였고, 유럽의 난민은 매달 250유로에 해당하는 기초생활비를 지원받고 있다. 최근 판결의 쟁점은 매달. 지급되는 250유로의 기초생활비가 생황 수급의 수준으로 적다는 점이었고, 독일 헌법재판소는 이를 인간존엄성 조항에 반하는 위법행위로 판결을 내렸다. 남아공헌법재판소에서도 난민 신청 절차 중 달리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는 사람에게 취업허가를 주지 않는 것은 굶거나 위법행위를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위법판결을 내렸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난민이 합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을 봉쇄해놓아서 불법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 법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합리한 법 규정을 두어 차별적인 법 해석을 자행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한국사회에서 ‘생계보장’ 및 ‘사회권’은 ‘국민’의 권리이지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고 해석하여 위와 같이 부당한 논리를 합리화하고 있다. 이는 정말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국적불명의 헌법해석임이 분명하다.

 

“타인의 권리를 부정하는 자는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

 

한국 사회의 빈곤한 난민신청자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헌법, 출입국관리법과 같이 다양한 법 규정이 존재하지만, 그 법을 적용하는 한국 사법부와 난민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태도는 그들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미국, 유럽과 같은 국가에서 아시아 사람 혹은 타국 국적의 사람이 ‘소수자’ 취급을 받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그들과 동등한 권리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씁쓸했다. 이러한 자의적인 법 적용이 용인되는 우리나라 사회의 ‘외국인, 난민, 탈북자’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이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황 변호사님은 본격적인 강연에서

1) 반다문화주의, 외국인 혐오주의, 인종주의

2) 외국인 범죄, 인종적 문화적 갈등에 대한 우려,

3) 차별적 법률, 모순적 법제도

4) 탈북자와 난민의 ‘타자화’

이렇게 네 가지의 큰 주제를 중점적으로 짚어주셨다. 이 소주제들을 관통하여 내 가슴에 팍 꽂힌 핵심은 우리 사회가 이주노동자, 다문화 가정의 자녀, 난민, 탈북자를 ‘소수자’라는 이유로, ‘정치’적인 이유로, 사회 집단의 ‘권력 다툼’을 이유로, 그리고 이에 편승하여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고 세력을 키우려는 공정치 못한 ‘언론’을 이유로 공공연히 ‘타자화’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난민지원과 관련한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은 ‘외국인 혐오주의’적인 경향을 국민의 인식으로 규정, 반영하려 한다. 좀 더 자세히 보자면 정부는 파주에서의 난민지원시설 설립이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난민'이라는 단어를 생략하는 식으로 시설 이름을 바꾸고, 영종도로 설립 지역을 옮기면서 ‘난민지원소’가 혐오시설이라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셈이 되어버렸다. 이는 한국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갈등의 해소가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한국의 신문, 방송에서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여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는 내용이 자주 보도되는데 이는 실제 통계 자료와 전혀 상관없이 사회적 편견을 부추기는 오보이다. 실제 통계로는 내국민 100명 중 2.3명이 범죄를 저지르는 데 비해 외국인은 100명 중 1명이 범행을 저지른다고 한다. 또한, 황 변호사님의 말처럼 서울 강남에 범죄율이 높다고 해서 서울 강남구 주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진 않지 않는가. 생각할수록 편견에 기초한 언론 보도가 얼마나 편협한 사고를 손쉽게 합리화하는지 무서울 따름이다. 

 

탈북자 관련 기사는 혐오주의와 배척의 정도가 더 심하다.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탈북자’는 한국 사회에서 쉽게 ‘이방인’이 되고, 그들의 인권문제는 정치적 논쟁에 덮여버리기 일쑤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탈북자를 상대로 한 인신매매의 성행을 알리는 기사는 ‘인신매매’ 자체의 심각성과 ‘탈북자’의 인권 문제보다 북한 정권을 비방하기 위한 용도로 부각될 뿐이라는 부분이었다. 놀랍게도 국정원이 주는 정보를 기반으로, 혹은 외부로부터 돈을 받는 북한 미디어가 여전히 편향적이고 원색적인 기사를 써내고,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아무런 반발심 없이 자연스레 이러한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우리 사회에서 차별적 법률, 모순적 법제도가 만연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은 사실상 재중동포와 재러 동포 등 일반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의 가난한 동포들을 그 적용대상에서 배제하여 위헌결정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한국의 행정절차법에서는 이주민, 난민관련절차는 행정적, 절차적 투명성 및 신속성이 필요 없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다문화가족지원법은 다문화 가정에 최소한 한국인이 한 명 이상 있어야 다문화가족으로 인정하며 결국 이주민 가족은 철저히 법의 적용 범위에서 배제되고 있다. 또한, 국가배상과 범죄피해자보호와 관련해 외국인이 피해자인 경우 우리나라는 상호주의를 채택하여 한국과 타국 간에 상호보증 협정체결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 피해 입증의 책임을 피해자 당사자가 지게 된다. 이는 ‘난민’에게 너무나 불리한 차별적 법 제도이다.

 이주민,난민,공감 여름 인권법 캠프,인권,▲ 2013 공감 여름 인권법 캠프 주제마당 '이주와 난민'

 

‘법’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무기이다. 그러나 동시에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법’의 적용은 사회 구성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흉기가 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법’이 외국인, 탈북자와 난민에게 꼭 필요한 ‘무기’이자 ‘방패’가 되려면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은 사회 구조적, 인식적 차별이 없어져야 할 것이다. 차별적 법률과 모순적 법 제도는 비단 사법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 언론, 나아가 국민 전반의 인식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이주와 난민’에 대해 현존하는 법 규정이 어떤 것이 있고, 왜 차별적인지 관심과 문제의식을 느끼고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어느새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과 다름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 냉혹한 현실일 수도 있겠지만 달리 보면 내가 이번 강연에서 이 문제에 처음 눈을 뜬 것처럼, 몹시 어렵거나 대단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조그만 관심과 동기를 통해서 탈북자, 난민에 대한 언론의 왜곡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법 제도의 모순을 어떻게 바로잡아야할지 함께 고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이주 노동자, 난민, 탈북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서는 이 문제에 관해 꾸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나는 공감 인권법 캠프를 통해 참가자 모두가 우리나라에서의 ‘이주와 난민’ 인권문제에 눈을 뜬 바로 그 순간 정의로운 대한민국 사회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현대사회의 빈곤, 인권, 환경, 자원, 개발 등 우리 앞에 놓은 수많은 난제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무지’함에서 깨어나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발전에 필요한 핵심가치: ‘정의감’과 ‘문제의식’을 짧은 시간 감동적인 ‘지식의 전달’로 일깨워준 공감 구성원들께 마음속 깊이 감사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 _ 정은정(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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