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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함께 쌓아 올리는 벽돌 - 최준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공감이 하는 일/로스쿨 실무수습

by 비회원 2013. 7. 3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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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실무수습 수료식 ▲ 7월 8일부터 2주간 공감에서 실무수습을 마친 로스쿨생 13명과 공감 구성원

 

공감에 지원하기까지와 첫 출근의 설렘

 

나는 항상 어떤 목표를 이루고 나면 다른 사람을 돕는 삶을 살겠다고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런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변호사가 되었을 때 여유가 생긴 후에 다른 사람들을 돕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나를 찾는 이웃이 있다면 달려가겠다고 다짐하고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를, 특히 소외된 이웃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누가 나의 이웃이고 내가 왜 그들을 도우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많은 글과 강연을 통해서 인권과 공익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내가 직접 접하지 못한 이웃의 현실은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다. 실무수습 기관을 찾으며 수업시간에 우연히 알게 된 공감이 떠올랐다. 세상의 많은 부를 얻지 못하지만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기에 너무나도 행복한 곳,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 그 위의 것을 위해서 열정을 쏟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공감'에서라면 나의 의문에 대해서 몸으로 체험하고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에 '공감'에 실무수습을 지원하게 되었다.

 

실무수습 첫날, 사무실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꿈꿔왔던 공감에서 실무수습을 한다는 생각에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을 많이 했다. 사진에서만 보던 변호사님들과의 첫 만남이 설레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진에서의 온화한 모습이 아니면 어떡하느냐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사무실에서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정말 안 입어도 될까? 복장이 불량스러우면 변호사님들한테 안 좋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변호사님들의 자유로운 복장과 온화한 미소가 나를 반겨주었고, 그 순간 형식에 얽매여 일반적인 기준과 모습에 맞는 사람이 옳고, 아닌 사람을 그르다고 생각했던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 일반 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마음을 열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공감이곳이 아닐까 하는 기대를 조심스럽게 하게 되었다.

 

공감에서의 배움의 시간

 

매일 오전에는 공감 변호사 다섯 분이 자신이 담당하는 공익·인권분야 세미나를 열어 사회 현실을 같이 살펴보며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구성원 각자 담당 실무수습생과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하여 같이 검토하고 서면을 작성해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전 세미나에서 장서연 변호사님은 성 소수자, 소라미 변호사님은 이주여성, 염형국 변호사님은 장애인권, 윤지영 변호사님은 취약노동, 차혜령 변호사님은 빈곤과 복지, 황필규 변호사님은 국제인권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각 분야 사회 현실을 접하게 되면서 내가 몰랐던 사회 문제가 너무 많고, 소수자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공감' 변호사님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남의 일이 아닌 자기의 일로 여기고, 피해자와 소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면서 '공감' 변호사들이 세상 속에서의 부와 명예를 따르지 않고 왜 남들이 고개를 돌리고 알아주지 않는 좁은 길을 택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알고도 외면해버린 이웃의 문제

 

장애인 인권을 담당하고 있는 염형국 변호사님의 지도로 내가 검토한 사건은 지적 장애인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사건이었다. 몇십 년을 농장에서 노동하면서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한 아저씨의 삶을 보며 다시금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보다 상대방이 약자라는 이유로 폭행하고 이익을 편취함에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농장주 부부를 보며 내가 웃으며 지내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신에게 행하여지는 행위들이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알았다 하더라도 알릴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현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기록을 검토하면서 농장주만이 잔인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더 잔인한 이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도 비슷한 사건에 대해서 보도할 때 그 사건의 당사자가 내 이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TV에 나오는 사람일 뿐이었다. 예전의 나의 모습을 잊고 싶었다. 준비서면을 작성하면서 내가 이 사건을 담당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하였다. 이 사건의 지적 장애인 아저씨가 우리와 같은 삶을 되찾게 할 방법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으로 서면을 작성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내 이웃이 당하는 부당함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공감'은 지적 장애인 아저씨에게 우리가 느끼고 있는 삶의 행복을 찾아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직접 체험하면서 다시 한 번 이곳의 변호사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 이웃의 문제를 직접 접하다.

 

'공감'에서 세미나도 그 내용이 충실하고 좋았지만, 단체방문과 월례포럼, 그리고 공청회 방문도 나의 사회문제에 대한 시야를 확장하고 이웃의 문제를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공감에서의 많은 프로그램은 자신의 문제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국회에서 이루어진 국내 입양아제도에 관한 공청회, 난민에 관한 소송 법정방청, 난민인권센터 방문 등은 우리가 생각해야 할 이웃의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를 느끼게 해준 기회였다.

 

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 방문

특히 기억에 남는 단체 방문은 처음 방문한 친구사이(한국게이 인권운동단체)’였다. 성소수자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고 편협한 시야를 가지고 있었기에 단체 방문이 낯설기만 했다. ‘어떤 질문부터 해야 하지, 혹시 내가 하는 질문이 이곳의 사람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 아닐까?’등 여러 가지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문제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 보았다면 지금의 혼란스러움이 없었을 것이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친구사이방문을 통해서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이기에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월례포럼에서는 임소연 활동가님으로부터 장애인 탈시설 문제와 대안에 대해서 듣게 되었는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장애인 시설을 탈출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분들의 말에 의하면 장애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시설로 보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시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다른 사람들에 의해 그 사랑이 저지당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사랑의 감정을 누릴 수 없었다. 장애인들도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사랑도 나와 같다는 것을 왜 외면하였던걸까? 그동안 장애인에게 도움을 줄 때 그들의 뜻을 묻지 않았고 그랬던 때가 많았다. 나의 관점에서만 본 것이다. 장애인들의 뜻은 내 생각과 다를 수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을 시설로 내몰고 우리와 함께하는 것을 거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이 소통하고 공감하며 살기 원하는 것을 한 번이라도 물어보았던 적이 있었는가.

 

활동가님의 질문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왜 다른 사람을 도우려 하는 것인가?’였다. 나는 항상 나의 만족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도우려 했는데 그게 아니라 왜 그들이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활동가님의 말씀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공익에 대한 출발점은 나만의 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사회 구성원인데 왜 소수자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살아야 하고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감할 수 있었기에 행복했던 2

 

'공감'에서의 2주간은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의 연속이었다. 내가 이 땅에서, 이 공간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과 함께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내 이웃은 누구일까? 이러한 질문과 함께 공익과 인권을 위해서 노력해 본 적이 얼마나 있었고 그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 기회가 얼마나 있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공익은 내가 여유 있을 때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주변의 많은 말과 염려로 내 생각과 관심에 대해서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항상 외로움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 헤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2주간의 경험은 앞으로의 삶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 많은 동료와 함께 하는 삶이란 확신을 하게 하였다. 서로의 생각에 대해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서 같이 고민했던 순간순간을 잊을 수 없다. 좋은 사람들과 서로의 생각을 공감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함께 쌓아 올리는 벽돌

 

공감에서 내 이웃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사회에 살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누리는 삶을 함께 공유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내 이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직접 경험한 이웃의 삶을 보면서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감하고 그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하면서 그들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함께하고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미 그것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공감' 구성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지금도 공감’ 구성원들의 열정과 진정한 마음이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고 있음을 확신한다.

 

'공감'에서의 실무무습을 통해, 항상 눈앞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살아왔던 내가 이루고 싶은 커다란 삶의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나를 통해서 내 이웃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기를, 행복해 질 수 있기를 꿈꿔본다. ‘공감의 구성원들이 쌓고 계신 한 장 한 장의 벽돌 위에 나와 동료들이 벽돌을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이웃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커다란 집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준 공감 구성원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했던 순간이 감사했음을 다시 한 번 전한다.

  

글 _ 최준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집] 2014 공감 인권법 캠프 참가자 모집 (예비법전원생 및 예비사법연수생)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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