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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이 어려운 성폭력 피해자 지원하는 ‘진술조력인’ 제도 도입

공감의 목소리/공감 젠더통신

by 공감이 2013.07.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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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젠더통신에서는 7회에 걸쳐 2012년 11월 22일 국회에서 의결되어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성폭력 관련 법률의 쟁점을 짚어 보려고 합니다. ■

 

[1회] 성폭력 범죄, 고소 없어도 처벌한다 - 친고 규정 전면 폐지,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 높아져

 

[2회]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활동 보장 방안부터 마련해야 - 성인 피해자에게도 지원 확대, 의견진술권 신설

 

[3회]

의사소통이 어려운 성폭력 피해자 지원하는 ‘진술조력인’ 제도 도입

 

장애로 인한 소통상의 어려움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등 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언어 이해나 표현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청각장애, 음성기능 상의 장애 등으로 듣지 못하거나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 지적능력은 낮지 않으나 뇌성마비 등의 사유로 발음과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장애와 관련된 심리적, 정서적 원인이 소통상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청각장애 외에도 의사소통 장애는 다양

 

의사소통 장애가 있는 사람이 범죄 피해자가 된다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사기관의 질문에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까. 형사소송법은 ‘국어에 통하지 아니하는 자’의 진술을 통역을 하도록 할 의무를, ‘농자 또는 아자’의 진술에는 통역인에게 통역하도록 할 수 있다고 하는 임의규정을 두고 있다. 청각장애 또는 말하지 못하는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이 진술할 때 수화통역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의사소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 중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그에 비하면 행정규칙이 정하는 범위는 좀 더 넓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범죄수사규칙, <13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조사지침> 등 범죄 수사와 관련된 몇몇 행정규칙에서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에 대하여 ‘보조인’ 또는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뇌성마비로 언어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조사할 때에는, 피해자와 대화를 많이 나눠본 경험이 있어 피해자의 발음을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보조인 자격으로 조사에 참여하여 피해자와 수사기관 간의 의사소통을 보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조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경찰의 재량에 달려 있고, 피해자 보조인은 행정규칙에만 언급되어 있을 뿐 형사소송법에 근거규정이 없다. 실무상으로도 피해자의 보조인이 피해자 조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조인보다 더 일반화된 제도는 ‘신뢰관계인’이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조사와 증인신문에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도록 하여야 하기 때문에, 보조인 역할이 필요한 때에도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예가 많다.

 

그러다보니, 역할이 모호해진다. 신뢰관계인은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동석이 허용되고 있다. 수사, 재판에 지장을 주거나 신문 또는 진술을 방해하거나 피해자의 진술 내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기 때문에 대개는 피해자와 가까운 곳에 앉아 있는 것만이 허용될 뿐 의견을 제시하거나 진술을 보조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보조인’의 자격으로는 소통 보조가 가능하지만 ‘신뢰관계인’으로서 동석하였을 때에는 그러한 역할이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우리 형사소송 절차에서 활용되고 있는 의사소통상의 어려움을 보조하는 역할은 수화통역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화통역 이외의 소통 보조가 일반화되지 않은 현실이다보니, 종종 소통상의 문제로 인하여 범죄 입증이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수사관은 피해자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하였거나, 장애가 있는 것은 알지만 일상적 의사소통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좀 더 쉬운 표현을 사용하는 선에서 직접 수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피해자의 소통 장애, 수혜자는 가해자

 

그나마 수사 단계에서는 전문적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 대부분 판사, 검사, 변호인이 직접 피해자를 신문한다. 그로 인해 새로운 오해가 발생하고, 범죄 입증은 더욱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아저씨 집에 가서 뭐했어요?
- 아저씨랑 연애했어요.
몇 번이나 그랬나요?
- 한 번.
피고인은 다섯 번이라고 자백했는데, 언제언제였나요?
- ....
두 번째는 언제인가요?
- 작년 여름이요.
날씨가 어땠나요?
- 추웠어요.
아저씨가 때리거나 무섭게 했나요?
- 아뇨.
처음 아저씨 집에 갈 때, 아저씨가 무슨 손을 잡고 끌고 갔나요?
- 왼손이요.
증인은 경찰서에서는 피고인이 양손을 다 잡았다고 했는데, 양손을 어떻게 잡혀서 갔나요?
- ....

 

피해자의 장애에 대한 고려 없이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 사례는 폭행이나 협박도 없었고, 성폭력이라기보다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가까워보인다. 또한 범행 일시와 횟수도 명확하지 않고,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신빙성이 의심된다.

 

그러나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추상적 개념 이해가 부족하고, 종합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답변하고, 범죄의 입증이라는 신문 목적에 따라 증언하지 못하는 피해자에게, ‘연애’는 ‘옷 벗고 이불 덮는 것’으로서 성폭력을 포함한 성적 관계를 총칭하는 의미이고, ‘무섭게 하다’는 건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몇몇 특정한 행위만을 뜻할 뿐 일반적인 협박을 포괄하는 개념이 아니다. 숫자와 계절 개념이 없어서 별 의미 없이 ‘한 번’이라고 말하고, 12월을 ‘여름’으로 알고 있고, 복잡한 문장이나 어려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피해자의 답변을 곧이곧대로 이해하여 진술능력이나 신빙성을 부정할 것이 아니라, 신문 방식이 적절했는지를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질문이 시작되고 나면, 돌이키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진술은 ‘번복’되는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는 진술능력 자체가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때문에 처음부터 피해자의 이해와 소통방법에 부합하는 조사와 신문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위와 같은 지적장애 피해자에게는 어려운 단어를 피하고, 복합적인 문장은 간단하게 질문하며, 피해자에게 익숙한 표현을 사용하고, 피해자의 특유한 용법을 이해하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제도로는 의사소통 문제 해소 어려워

 

수사기관이나 소송관계자들을 교육하고, 부족한 부분은 전문가 의견 조회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문제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담부의 수명이 짧은 현실에서 수사․재판기관의 이해 확보에는 한계가 있고, 개별적인 피해장애인의 특성을 평가할 능력을 갖추는 일도 쉽지 않으며, 전문가 의견 조회는 사후적인 보완 방법에 불과하다. 애초에 피해자에게 적절한 질문이 행해져야 하는 것이지, 문제 있는 조사, 증언이 이루어진 다음에 피해자의 장애 특성이나 신빙성 판단을 하는 것만으로는 증거가치 있는 증언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수사․재판기관에 대한 교육이 완벽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각지대는 남는다. 피고인의 변호인과 배심원이다. 피고인의 변호인에게 의사소통 장애에 적절히 대처할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거니와, 그 같은 능력을 갖춘 변호인이 반대로 피해자의 장애를 악용하여 진술 혼란을 의도하는 문제도 생긴다. 의사소통 상의 어려움은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질문만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지적장애 등 정신적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진술은, 피해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선행될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러한 이해가 가능한 사람들만으로 배심원을 구성할 수는 없고, 배심원 설시(배심원에 대한 판사의 설명)로도 한계가 있다.

 

올해 말 시행되는 ‘진술조력인’ 제도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이다. 진술조력인은 성폭력범죄 피해자가 13세 미만 아동이거나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피해자 조사 및 증인 신문에 참여하여 의사소통을 중개하거나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조사 전에 피해자를 면담하여 진술조력인 조력 필요성에 대한 평가 의견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고, 피해자 조사에 참여한 뒤 피해자의 의사소통이나 표현 능력, 특성 등에 관한 의견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할 수 있다. 피해자 조사 시에는 검사, 사법경찰관의 직권이나 피해자, 법정대리인, 피해자 변호사의 신청에 따라, 증인신문에서는 법원의 직권 또는 검사, 피해자, 법정대리인, 피해자 변호사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진술조력인을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올해 진술조력인 양성과정을 거쳐, 2013년 12월 19일부터 시행된다.

 

진술조력인, 어디를 지향하나

 

진술조력인의 양성과 역할은 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런데 현행법은 ① 원활한 조사, 원활한 증인 신문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는 점, ② 진술조력인의 역할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고 지원의 연속성이 담보되기보다는 분절적인 지원이 우려된다는 점, ③ 조사 및 증인신문에 진술조력인의 평가 결과를 반영할 방안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첫째, 법은 진술조력인 참여를 허용하는 목적을 절차의 원활한 진행에서 찾는다. 진술조력인 제도가 피해자에 대한 지원보다 수사․재판기관에 대한 지원의 측면에서 고려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이 같은 목적은 제도 구성과 운영에서 ‘절차의 원활함’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원활한 조사 및 재판에 방해가 되면, 절차의 편의가 우선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가가 필요할 때만 부른다?

 

같은 맥락에서, 둘째, 피해자에 대한 소통 보조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수사․재판기관의 필요에 따라 분절적으로만 행해질 위험이 있다. 법은 피해자에게 진술조력인을 선정하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피해자 조사와 증인 신문에 진술조력인을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때문에 피해자는 정해진 조사와 신문 시간 이외에 진술조력인의 소통 보조가 필요하더라도 도움을 청할 방법이 없고, 진술조력인 역시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확보하거나 절차상 필요한 지원을 할 기회가 부족하게 될 우려가 있다.

 

피해자의 의사소통적 필요와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시설물을 점검하듯 몇 가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함으로써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형성하고 시간을 들이며 익숙해지고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성이 담보되는 방식으로 진술조력인과 피해자가 연계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피해자가 법적 절차와 조우하는 것은 피해자 진술과 증인 신문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피해자 보호 제도와 관련한 정보를 습득하고, 결정하고, 신청하고, 피해자 변호사와 상담하고, 증거나 의견을 내는 과정은 모두 의사소통과 의사표현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즉 중개와 보조가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현행법에서는 진술조력인이 이 같은 절차에서 중개와 보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보공유와 협의 과정 부족

 

셋째, 피해자에 대한 진술조력인의 이해가 조사, 재판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절차가 부족하다. 법은 진술조력인이 조사 전에 피해자를 면담하고 진술조력인 필요성 평가에 대한 의견을 수사기관에 제출할 수 있으며, 피해자 조사 참여 후 피해자의 의사소통 및 표현 능력, 특성 등에 대한 의견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임의규정이어서 진술조력인은 이 같은 의견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진술조력인의 의견을 검토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도 소통상의 어려움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지 않는 한은 신속성을 방해하는 별도의 절차를 거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특성에 대한 진술조력인의 의견이 수사․재판기관에 전달되어 조사 및 증인 신문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조사, 재판에 진술조력인이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진술조력인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피해자와 직접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당사자는 경찰관, 조사관, 검사, 판사, 변호사이다. 부적절한 질문은 질문 순간에 이미 피해자에게 혼란을 주거나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질문자가 적절한 질문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따라서 진술조력인의 평가가 질문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에서 진술조력인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중개자(intermediary)는, 조사와 신문에 참여하여 의사소통을 중개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조사 및 신문 전에 담당 경찰관, 판사, 검사, 변호사와 필요한 사항을 논의, 조정한다. 조사 전에는, 조사에 대한 피해자의 이해도를 확인하는 방법, 질문 형식이나 질문 방식에서 고려할 점, 조사실 준비 관련 사항, 의사소통 보조도구의 사용법, 휴식시간과 간격, 증인의 이해 및 건강상 필요 관련 사항 등을 경찰과 논의하여야 한다. 또한 증인 신문 전에 판사, 검사, 피고인의 변호인 등과 함께 증인에게 적합한 질문 방법, 중개자의 참여 방법 등을 결정한다. 이 과정을 통하여, 수사․재판기관과 변호사는 소통상의 문제로 인한 오류를 최소화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을 확보할 방법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의 구체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2007년 제정 당시부터 이미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사법절차 및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이를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바 있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 대한 의사소통 보조는 성폭력 범죄 가해자에 대한 빠짐없는 처벌과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장애인에게 제공하여야 하는 ‘정당한 편의’의 일종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금의 진술조력인 제도는 절차상의 편의를 넘어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시 평가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당한 편의 제공이 요청되는 범위가 성폭력 피해 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향후 의사소통 및 의사표현의 어려움이 있는 모든 범죄의 피해자, 피의자, 피고인에게도 소통 보조를 확대할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글_김정혜(공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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