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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성년후견제 국제 컨퍼런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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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0일,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성년후견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 공감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성년후견제 국제 컨퍼런스에 다녀와서


5월 10일 한양대 법학대학원 모의법정실에서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한 성년후견제 국제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성년후견제를 시행한 싱가포르의 다니엘 고 (Daniel Koh) 후견청장과 일본의 푸미 수가 (Fumie Suga) 법학 교수가 초빙되어 두 나라의 정책과 성과에 대한 경험을 나누었다. 이어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의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이 성년후견제에 대한 생각을 교류했다.


우리나라 민법에는 ‘금치산’과 ‘한정치산’이라는 제도가 있다. 금치산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기 재산을 관리, 처분할 수 없도록 법률적으로 금지하는 제도이고 한정치산은 심신 박약자나 낭비벽이 심한 사람 등 재산의 낭비로 자기나 가족의 생활을 궁핍하게 할 염려가 있는 사람의 사회생활을 부분적으로 제약하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행위무능력자 제도’는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적 필요로 생겨났지만, 성년자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또 재산 관리기능에만 치우쳐져서 그 대상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2013년 7월부터 성년후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성년후견제는 현재 정신적 장애를 가진 사람뿐 아니라 미래에 정신적 능력이 약해질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포함하는 보편적인 제도이고, 기존의 ‘행위무능력자제도’의 부정적 언어를 탈피한다. 또, 재산권 행위만이 아닌 치료, 요양, 복지 등의 폭넓은 분야의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한다.


제도의 대상과 영역이 확장되는 것 이외에도 성년후견제는 두 가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먼저, 이 제도는 피후견인의 자기의사결정권을 확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현행제도 안에서는 금치산자로 선정되면 독자적 법률행위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성년후견인제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거래행위는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 또 현재 한정치산자로 선정된 사람은 수익적 법률행위를 제외한 모든 법률행위를 하기 위해서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성년후견인제도로 전환 후에는 가정법원이 정한 특정한 행위만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성년후견제는 피후견인의 자기의사결정권을 존중하고 확장시킨다. 


또, 성년후견제는 현재의 가족적 후견으로부터 사회적 후견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지금은 후견인을 배우자, 직계혈족, 8촌 이내의 친족 순서로 선임하지만, 개정 후에는 가정법원이 전문성과 공정성을 고려하여 선임하게 된다. 장애 복지의 의무와 책임을 그 가족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해결하려는 사회적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거 후견제도와 새로운 성년 후견제도 비교>

구분

과거의 후견제도

시행될 성년후견제도

용어

금치산 한정치산의 부정적 용어

부정적 용어 폐지 / 성년후견제

대상

중증 정신질환자에 국한

정신장애 및 치매노인 등 고령자까지 확대

범위

재산행위 치중

의료, 요양 등 복지영역까지 확대

후견인 선임

사전 순위 규정

(배우자, 직계혈족)

가정법원이 상황을 고려하여 선임

본인의사

본인의사

후견심판시 본인의사를 청취

감독기관

친족회

가정법원이 선임한 후견감독인

후견인 자격

자연인 1인만 가능

복수 또는 법인 후견인 가능

후견계약

본인결정 불가능

본인이 후견인과 내용 결정 가능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컨퍼런스의 마지막 토론회에서 성년후견인 제도에서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를 제시했다.

 

새로 시행될 성년후견제의 경우 의사결정능력에 장애가 있는 사람 중 성년후견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일상생활에서의 자기결정을 존중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일상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휴대전화기 구매행위는 일상행위로 보아야 할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상담사례를 보면 장애인이 휴대전화기를 산 후 사용청구서가 2~3백만 원가량 나오고, 그 가족이 그 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지적 장애인의 금전적 행위를 제한해야 할까? 만약 그렇다면 얼마만큼 제한해야 할까? 또, 지적장애인들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대포폰이나 대포차 같은 명의도용의 사기의 경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염형국 변호사는 휴대전화기 구매와 관련한 명의대여와 자기사용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기가 직접 사용한 것은 비용이 많이 나와도 원칙적으로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휴대전화기 요금이 많이 나온다고 계약행위 자체를 못하게 하거나, 휴대전화기 개통을 위해서 성년후견인이 있어야만 하게끔 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의 인권을 억압하는 것일 수 있고, 본래 법의 취지와도 어긋난다.


또, 그는 모든 지적 장애인의 휴대전화기 구매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것보다는 일정액수나 금액을 정한 후, 그 액수를 넘으면 구매나 사용행위를 취소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1년 기준으로 100만 원이 넘는 요금이 나오면 휴대전화기 구매나 사용을 취소할 수 있다. 일본도 자기결정권의 범위를 행위 자체가 아닌 그 행위와 관련한 액수로 한다고 한다.

 

성년후견인 제도가 장애인의 단독 법률 행위를 억압하지 않도록, 또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도록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확실한 제도적 지침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글_ 한예솔 (17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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