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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결혼의 정의 수정 법안(Definition of Marriage Amendment Bill)' 통과 - 아태지역 최초 동성결혼 합법화

공감의 목소리

by 비회원 2013.05.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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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결혼의 정의 수정 법안(Definition of Marriage Amendment Bill)' 통과 

- 아태지역 최초 동성결혼 합법화


2013년 4월 17일 저녁, 뉴질랜드 국회에서는 마오리족의 전통 사랑 노래인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가 울려 퍼졌습니다. ‘결혼 (결혼의 정의) 수정 법안 (Marriage (Definition of Marriage) Amendment Bill)’이 통과되어 뉴질랜드가 전 세계 13번째이자 아태지역 최초로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함에 따라 국회의원들과 이를 지켜보던 관중이 한마음이 되어 노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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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결혼의 정의) 수정 법안은 여성 동성애자이기도 한 노동당의 루이자 월(Louisa Wall) 의원이 2012년 7월에 발의한 법안으로, 1955년 제정된 결혼법 제2조에 ‘성별이나 성적 지향, 성 정체성과 관계없이 2인이 결합함’이라는 결혼의 정의를 추가한다는 내용입니다. 월 의원의 발의 후 존 키(John Key) 뉴질랜드 총리와 제1야당인 노동당의 대표는 이 법안을 지지할 것을 약속했고, 각 정당의 대표들은 당 의원들에게 당의 노선보다는 각자의 양심에 따른 투표를 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국민들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이 법안 관련해서 2만 건 이상의 서면 의견이 접수되었고, 2012년 중반에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가 시행되어 전 국민의 63%가 동성 결혼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뉴질랜드 법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동성애에 관대한 편이라 이번에 수정된 결혼법 이전에도 동성 커플들은 시민 결합(Civil Union)이라는 이름으로 입양과 결혼을 제외한 재산권, 상속 등 기혼자에게 주어지는 대부분의 보호, 혜택, 권리를 보장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법이 동성 관계를 인정한 것은 아닙니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남성 간의 성행위는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였습니다.

 

사실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구전 설화 등에 의하면 유럽과의 접촉 이전에는 동성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뉴질랜드를 처음 ‘발견’, 정착한 유럽인 대부분이 선교사였으므로 기독교를 전파하면서 ‘동성애는 악’이라는 기독교의 교리를 함께 전했고, 1840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영국의 법이 그대로 적용됨에 따라 남성 간 성행위가 범죄화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1986년이 되어서야 16세 이상 남성 간의 성행위를 허용하는 동성애 법 개정법(Homosexual Law Reform Act 1986)이 제정되었고, 1993년에는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법이 제정되었습니다. 2004년, 시민결합법(Civil Union Act 2004)에 따라 동성 커플의 관계 자체가 ‘시민 결합’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게 됩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시민결합법 제정 후 10년 가까이 되어서야 마침내 모든 커플이 성별과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며칠 되지 않아 프랑스 또한 관련법을 통과해 세계 14번째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동성 결혼에 대한 벌금을 폐지한 후 2014년에는 동성 결혼 합법 여부를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하며, 태국에서는 지난 2월, 최초로 시민 결합 합법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한편, 결혼 (결혼의 정의) 수정 법안에 대한 투표 직전 마지막 토론 중 오클랜드 지역구의 한 의원은 “이 법은 외국에 핵전쟁을 일으키자는 것이 아니고, 농업을 초토화할 바이러스를 수입하자는 것도 아닌, 그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그 사랑을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이 법의 영향을 받을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법의 영향을 받지 않을 사람들의 삶이 바뀔 일은 없으니 크게 호들갑 떨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에게 심지어 어떤 사람은 몇 달째 계속된 뉴질랜드의 가뭄도 모두 이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모습에 하나님이 노한 탓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대답이라도 하듯 그의 지역구에는 아침에 폭우가 쏟아졌다네요. 그리고 비가 그친 그 자리에는 유례없이 커다란 무지개가 떴다고 합니다. 


글_ 김진 공감 연구원(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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