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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2호]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활동 보장 방안부터 마련해야 - 성인 피해자에게도 지원 확대, 의견진술권 신설

공감의 목소리/공감 젠더통신

by 뚱깡이 2013.04.2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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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감 젠더통신에서는 7회에 걸쳐 2012년 11월 22일 국회에서 의결되어 2013년 6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성폭력 관련 법률의 쟁점을 짚어 보려고 합니다. 친고조항 전면 폐지에 관한 1회에 이어, 2회에서는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피해자의 법률조력인에서 모든 피해자의 국선변호사로 확대된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의 내용과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 봅니다. ■

 

  [1회] 성폭력 범죄, 고소 없어도 처벌한다 - 친고 규정 전면 폐지,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 높아져

 

 

[2회] 성폭력 피해자 국선변호사, 활동 보장 방안부터 마련해야

 - 성인 피해자에게도 지원 확대, 의견진술권 신설

 

 

 

범죄 피해는 누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까? 고민할 것도 없이, 피해자 본인일 것이다. 그러나 범죄가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사건이 접수되는 순간 범죄와 피해는 피해자로부터 분리되는 것만 같다. 범죄 입증은 검사가 하고, 형벌을 집행하는 것은 국가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다. 부르면 가서 묻는 말에 답하면 그 뿐, 수동적인 위치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친절하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법적 과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정보접근권이 떨어져서 적시에 대응하기 어렵다. 법률 지식이 부족하니 자신이 가진 정보 중에서 무엇이 의미 있고 중요한지, 무엇을 꼭 말해야 하고 무엇을 꼭 제출해야 하는지 구분을 하지 못한다. 법적 절차에서 2차 피해를 입고도 대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 법무부 법률조력인 홍보영상 중에서

 

 

이런 문제를 해소할 한 방편으로 피해자의 변호사 제도가 여러 차례 제안되었던 바 있다. 종래에도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대개 상담 및 고소대리 역할 수준에 그쳤고, 법적 절차에서 변호사의 참여가 보장되지는 않았었다. 때문에 피해자 지원 단체나 가족이 ‘신뢰관계인’의 지위에서 법적 지원까지 포괄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다가 2012년 3월, 19세 미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하여 검사가 국선변호인을 지정하는 ‘법률조력인’ 제도가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법률조력인’ 시행 1년, 전 연령대 성폭력 피해자 포괄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이 제도는 이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지원 대상과 권한을 확대하였다. 개정법이 시행되는 2013년 6월 19일 이후에는 모든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연령을 불문하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사선변호사가 없는 경우 검사는 국선변호사를 선정할 수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변호사는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 참여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피의자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증거보전, 공판준비기일 및 공판 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또한 증거보전 후 관계 서류와 증거물, 소송계속중의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열람·등사할 권리가 있고, 기타 피해자의 소송행위에 대하여 포괄적 대리권을 갖는다. 수사기관의 피해자 조사 및 공판절차에의 ‘출석권’으로만 되어 있는 현행법에 ‘의견진술권’을 추가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법률조력인 제도 시행 이후, 변호사 848명이 법률조력인 예정자 명부에 이름을 올렸고, 2012년에만 2,908건의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에 법률조력인이 지정되었다. 변호사들은 피해자 측에 법적 절차와 수사, 재판 진행을 설명하고, 상담을 통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증거를 발견하여 기소를 촉진하기도 하며, 피해자의 연령, 장애 등 개별적 특성, 범죄 당시 정황, 피해의 정도나 범죄의 영향 등에 대해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조사 및 증인신문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한다.

 

그간 변호사들이 수행한 역할을 보면, 피해자 변호사 제도의 확대는 반가운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모든 범죄 피해자에게로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 갓 1년을 넘긴 피해자 변호사 제도는 아직 정비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국선변호사 제도 고지’와 충분한 설명을

 

먼저 피해자가 이 제도를 잘 알고 이용할 수 있도록, 피해자 조사 전에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 제도를 고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충분한 설명을 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 해에는 법률조력인 지원 대상 피해자 대부분에게 변호사 지정이 이루어졌지만, 시기상으로는 최초 진술 이후 지정된 사례가 많았다.

 

최초 진술 전에 변호사와 상담하거나 첫 진술에 변호사가 동석하게 되면,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고 진술 횟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검사가 모든 조사에 출석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변호사는 법률상 범죄 성립에 필요한 사항을 챙기는 역할을 할 수 있고, 피해자 지원을 목적으로 한 변호사 상담을 다시 할 필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범죄 신고와 동시에 진술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은 좀처럼 변호사를 기다리려 하지 않는다. 변호사 선정을 기다려 재출석하는 것이 번거롭고 힘들다는 이유도 있지만, 변호사에게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법 개정 이후 지원 대상이 확대되면, 필요적 국선에 해당하는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건은 피해자의 요청이 있어야만 국선변호사 선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형사절차에서 피해자가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 피해자의 변호사 제도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피해자가 변호사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변호사 선임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이해한 뒤라야 비로소 변호사 선정 요청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 법원이 국선변호사 지원에 대해 피해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강화하고, 국선변호사의 역할과 도움 받을 수 있는 절차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서면을 피해자에게 교부하도록 하여, 고지 이후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일단 출석부터 보장해야

 

둘째, 변호사의 출석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가 요청된다. 이번 개정법은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할 권리’를 명시하였으나, 현실에서는 수사, 재판에 출석할 권리조차 잘 보장되지 않고 있다. 첫 진술녹화 이후에서야 선정이 이루어지는 사례도 많거니와, 변호사에게 송치·기소 여부, 조사 및 공판 일시 등이 통지되지 않고, 공판 기일 협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사례에서는 피해자 변호사가, 자신이 피고인 변론을 맡은 다른 사건과 같은 일시에 기일이 지정되었음을 확인하고 기일 변경을 요청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예가 있었다. 결국은 법률조력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다른 사건의 기일을 변경해야 했다.

 

‘의견을 진술’하기 위해서는 일단 출석부터 보장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피해자가 절차나 기일 등에 대해 통지를 신청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변호사에 대한 통지는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조사 및 공판 기일 지정 시 피해자의 변호사와 협의하여 출석권을 보장하고, 최초 조사부터 변호사가 출석하여 사건을 파악하고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가해자의 주장을 알아야 대응도 가능

 

셋째, 열람·등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확대되어야 한다. 열람·등사권은 가해자 측의 주장을 파악하여 그에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변호사가 직접 듣지 못한 피해자의 진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실무상 열람·등사 허가는 매우 제한적이다. 피해자의 열람·등사권 자체가 잘 보장되지 않아, 변호사 역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형사소송법은 증거제출 이전 단계에서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을 명시하지 않고 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피해자가 신청하면 진술녹화 과정에서 작성한 조서 사본을 발급하도록 하는 규정만이 있다. 다만 대검찰청 지침에 따라 기소 전 또는 공소제기 후 증거제출 전에 검사에 대하여 본인 진술서 및 본인 제출 서류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피해자 측에서는 피의자의 주장이나 수사기관의 의견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2012년 7월 선고된 대법원 판결(2010두7048)에 따르면 범죄사실, 적용법조, 증거관계, 고소인 및 피고소인의 진술, 수사결과 및 의견 등은 그 실질적 내용을 살펴보아 수사 방법, 절차 등이 공개됨으로써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 이처럼 판례가 공개를 인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만이라도 피해자의 열람·등사권을 보장하는 규정을 마련하여 정보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재판 단계로 가면, 피해자 및 변호사는 재판부에 소송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 재판장은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기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범죄의 성질, 심리의 상황, 기타 사정을 고려하여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열람·등사를 허가할 수 있다.

 

그런데 ‘권리구제에의 필요성’, ‘기타 정당한 사유’, ‘범죄의 성질, 심리의 상황, 기타 사정’과 같은 판단기준이 매우 넓고 추상적이어서 사실상 담당 재판부의 재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재판부에 따라서는 피고인 측이 제출한 증거를 포함하여 전체 기록의 등사를 허가하기도 하고, 피해자 본인의 진술 열람조차 불허하기도 한다. 법원의 불허에 대해서는 불복할 수도 없다.

 

개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피해자 변호사의 소송기록 열람·등사권 규정에서, 현행법에º  명시되어 있는 ‘재판장의 허가’ 문구를 삭제하였다. 하지만 19세 미만 피해자에 적용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개정 후에도ºº 재판장 허가 요건을 그대로 남겨두고 있어, 입법취지 상의 변화로 보이지는 않는다. 형사소송법 또한 여전히 신청과 허가를 요구하고 있는 데다 법원은 재판부마다 허가 여부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므로 당장 모든 소송기록의 열람·등사가 가능하게 될 것 같지도 않다.

 

피고인 측에 대하여는 소송기록의 열람·등사에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피해자가 소송기록을 열람하는 것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열람·등사 허가 여부를 법원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기는 현재의 방식은 변화가 필요하다. 피해자 측에도 소송기록의 열람·등사 허가를 원칙으로 하되 법원이 허가하여서는 안 되는 사유를 예외로서 규정하고 대신 등사한 기록의 용도 제한 등 오용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하여 피해자 측의 열람·등사권을 실질화할 것이 요청된다 하겠다.

 

 

피해자에겐 복불복, 변호사 교육으로 상향평준화해야

 

넷째, 국선변호사의 교육 이수 및 평가의 의무화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변호사마다 편차가 매우 커서, 특정 변호사를 지명할 만한 정보가 없는 피해자에게는 그야말로 ‘복불복’인 상황이다. 앞서 보았듯 상당한 역할을 해내는 변호사도 있지만, 최소한의 상담과 한 차례의 의견서 제출 정도로 역할을 마무리하거나, 상담과정에서 피해자의 변호사가 도리어 2차 피해를 유발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피해자의 변호사는 업무 영역, 방식 등에서 피고인의 변호인과 차이가 있다. 더구나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는 피해자의 특성,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의 특수성 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만큼, 국선변호사 활동 전에 의무적으로 교육을 이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심화교육을 받도록 하여야 하며, 피해자 평가를 의무화하여 국선변호사 활동, 검사의 국선변호사 선정에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당사자 아닌 당사자

 

피해자는 범죄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고, 수사와 재판의 진행에 대하여 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는 수사, 재판을 통하여 자신의 피해를 공적으로 인정받고 피해를 복원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민사 배상을 받기 위해서도 유죄 선고에 이르는 것은 중요하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어느 순간 피고인으로 자리이동되기도 한다. 성폭력을 주장했다가 유죄 입증에 실패하여 무고로 피소되거나, 더 나아가 가해자의 배우자로부터 간통의 상대방으로 고소당하고 손해배상 청구까지 받는 사례도 있다.

 

수사와 재판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피해자에게 변호사를 지원하는 것은 피고인에게 기울어져 있는 법적 지원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피해의 당사자이나 형사사법절차에서는 당사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범죄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 제도의 정착은 지위 확보를 위한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다.

 

 

º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의5

ºº 법률 제11572호. 개정 성폭력처벌법과 함께 2013년 6월 19일에 시행된다.

 

 

 

글_ 김정혜(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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