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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2호]트랜스젠더에게 국가와 의료제도란? -최근 성기성형 수술 없이 성별정정이 허가된 결정에 부쳐

공감의 목소리/공감 젠더통신

by 뚱깡이 2013.04.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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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발견에 의하면, 수술을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트랜스젠더에게 시민적 지위에 과한 차별을 하는 관행에 대한 더 이상 합당한 이유가 없다.

- 독일연방헌법재판소 2008. 5. 27. 1 BvL 10/05 헌법불합치결정

 

 

지난 3월 15일, 서울 서부지법 강영호 법원장은 다섯 명의 트랜스젠더 남성(FTM : Female To Male)이 성별을 ‘여’에서 ‘남’으로 정정해달라는 요청을 허가했다. 다섯 명의 신청인은 성기성형수술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성별을 바꾸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기존의 관례에서 보았을 때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성별정정이 허가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신청인들은 수십 년간 기다렸던 소식에 실감이 잘 나지 않으면서도, 이 변화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중대해서 혁명과도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신청을 함께 준비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는 이번 신청 사건을 통해서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정정 요건을 완화시키고, 트랜스젠더가 국가가 정한 (임의적인) 기준으로 인해 시민적 권리가 제약되지 않도록 하는데 하나의 원동력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글은 필자가 이 신청사건을 함께 준비하면서 국가, 의료제도에 들었던 여러 가지 물음들을 제기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1. 현재 성별정정 판단의 기준

 

성별 ‘변경’이 아니라 ‘정정’이라고 하는 것에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법적 성별은 아주 제한적인 몇 가지 이유로 정정될 수 있다. 이를테면 출생당시 성별을 오인했거나 등록하는 과정에서 오기가 있었을 때 정정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별 정정을 트랜스젠더에게 적용하여 해석하게 되면서 법원은 성별정정 허가를 내리기 시작했고, 2006년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이후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은 대법원 결정에 준하여 만들어진 대법원의 예규에 근거하여 성별정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는 원칙적으로 강제력이 없는 참고자료이지만, 예규의 기준을 한 가지 넘어서는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던 것처럼 상당부분 강제적인 효과를 지닌다.

 

현재 법원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는 신청 서류의 목록을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성별정정 신청을 위한 서류 목록

 

 

1. 등록부정정허가신청서

2. 기본증명서

3. 가족관계증명서

4. 주민등록등본

5. 제적등본

6. 자기진술서(양식 없음)

7. 인우보증서

8. 주민등록등본(보증인)

9. 정신과 진단서

10. 수술확인서

- FTM : 자궁˙난소적출수술, 성기재건수술 확인서 등

- MTF : 고환적출수술, 성기성형수술 확인서 등

11. 부모동의서 / 가족진술서(양식 없음)

12. 병적증명서(MTF)

13. 출입국사실증명서

14. 범죄수사경력조회서

15. 국내 의사 소견서(해외수술시)

16. 사진자료

17. 신용정보조회서

18. 동거인 진술서(양식 없음)

19. 혼인관계증명서(미혼상태 확인)

20. 의사소견서(비가역성 확인 등)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 참조 :

http://transroadmap.net/%EC%84%B1%EB%B3%84%EB%B3%80%EA%B2%BD-%EC%A0%95%EB%B3%B4/

 

현행 제도에서 법적 신분(신용, 범죄수사경력 등을 포함해)에 관련된 다양한 증명서와 의사소견서를 제외하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기진술서와 부모동의서, 사진자료, 동거인진술서이다. 이것들은 별도의 양식이 없지만 자기진술서와 부모동의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료이고, 신청서를 심사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해진 양식이 없는 서류를 대개 법원장이 판단하여 중요한 근거로 삼는다는 것은 법원장의 자의적 해석이 개입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반증이며, 이 과정이 충분한 정당성을 가진 절차가 되기 위해서 절차적으로 관리되거나 감시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직은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서 개별적인 법원신청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사정이 참작되기도 하고 법으로 정한 것 보다 유연성이 발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과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도 아니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깊이 깨달은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한 최종적 승인이 결국 법원장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은 트랜스젠더 당사자가 피고인이 아니라 신청인으로 법원장과 마주하지만 움츠러들 수밖에 없도록 한다.

 

특히나 자기진술서는 자신이 기존 성별에 위화감을 갖게 된 과정과 현재 확립한 성별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만족감을 강조하고 따라서 성별이 정정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진실하게’ 기술하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자기진술서는 자기고백적 형식에 따르지만 진실성이 성공여부를 가리지는 못한다. 개인의 진실이 사법적 질서에 부합하는지 법원이 판단하는 권한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청의 당사자들은 개인의 진실보다 사법적 질서가 유지하고자 하는 진실에 무게를 두고 자기고백적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 사진과 동거인진술서가 하는 증언 또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대해서 타인에게 고백하고, 그것을 사진과 주변인들이 증거해야 하는 것, 그것을 통해서 법적인 신분변동을 허락받는 것. 다른 요건은 제쳐두고서 이것만 보더라도, 정말로 누구에게나 정당한 절차로 인정될 만한 일일까 의문이 든다.

 

한편 부모의 동의서는 대한민국 근간을 이루는 것이 가족제도인 상황에서, 부모가 자식의 성별이 바뀌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동의하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하기 위한 서류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신분등록제도는 호주를 중심으로 했던 호주제가 폐지되고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가족관계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는 가족관계등록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동의서는 단지 가까운 사람의 증언이라기보다 ‘허가’의 의미를 구하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유교적 가부장제 신분질서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대목이다.

 

 

2. 트랜스젠더에게 의료적 조치는 어떤 의미인가

 

법원은 현재 성별정정 과정에서 의료제도를 통한 진단과 의료적 조치를 통해 신체의 전환을 필수적인 요건으로 삼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의료제도를 통해 먼저 정신과적 진단을 통해 ‘성 주체성 장애’를 확인받고 일정기간의 호르몬 투여를 통해서 기존 성별과 다른 신체로 전환을 해나가며, 외과적 수술을 통해서 기존 성별을 표시하는 생식기관을 제거한 후 현재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성별의 ‘성적 외관’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번 법원 허가를 얻은 트랜스젠더 남성의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이라 불리는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하고, 기존의 여성 성별을 표시하는 생식기관(자궁, 난소 등)을 제거하며, 남성의 성적 외관이라고 불리는 페니스(고환모양을 만드는 성형수술이 포함될 수 있음)를 만드는 성형수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 자신의 신체에서 여성의 특질이라고 직접적으로 느껴질만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더 잘 드러나는 유방제거 수술은 법정에서 상대적으로 무관심하게 다루어진다. 법원에서 관심을 두는 것은 실제 사회적 생활에서 어떤 성별로 인식되고 있는가보다 신분제도의 안정성을 위협하지 않는지, 생식능력 제거를 통해서 남성이 어머니가 되거나, 여성이 아버지가 될 가능성이 없는지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생활을 통해서 드러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성기의 모양이 기존 통념에 어긋나지 않는지에 집착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집착은 현재의 외과수술의 수준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기존의 통념에 부합하는 완벽한 신체의 형성은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질서의 정당한 불안의 표출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 불가능성과 불안은 1990년대 초기 트랜스젠더들이 법원에 성별을 정정해달라는 요청을 할 때부터 다양한 논리로 등장한다. 주로 인간의 성별을 결정하는 것이 성염색체, 성역할, 의학계의 인정, 사회적인 통념 등이라고 제시되었고, 이에 따라 개별 판사들은 그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여 성별정정 허가의 근거로 삼기도 하고 불허의 근거로 삼기도 해왔다. 의료계의 인정과 법적 성별정정이 맞물리면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는 자신의 역사 속에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다양한 목소리를 드러내기가 어렵고, 성별 판단을 국가로부터 부여받는 의사와 판사라는 권위에 위임할 수밖에 없다.

 

트랜스젠더에게 의료적 조치는 중요하다. 그것은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 안에서 자신이 신체에 느끼고 있는 불편감을 해소하고,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성별로 살아나가기 위해 다양한 의료적 조치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의료적 조치는 모든 트랜스젠더에게 동일한 방법과 똑같은 수준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현재 의료제도가 가지고 있는 “트랜스젠더를 진단하고, 그 사람이 가진 ‘성 주체성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반대의 성에 부합하는 신체로 전환하는 수술을 수행한다”는 모델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인간의 존재는 과거로부터 이어진 신체적 연결고리와 현재 성별화 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신체이미지를 향해가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다. 그러한 욕망은 자신의 신체를 관리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수행을 통해서 일어나는데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들의 수행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하면서, 트랜스젠더의 행위만을 특별한 것으로 구별 짓는 것 자체가 비트랜스젠더의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권력은 트랜스젠더이든 아니든 기존의 성별 규범과 맞지 않는 젠더표현을 하고자 하는 이들을 차별하도록 만드는 논리가 되기도 한다. 신분질서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기 위해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신체가 상당히 변화한다고 해도 어떤 것은 신분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고 어떤 것은 신분질서를 위협하는 것이 되는가? 성별의 경계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그 어떤 신체변형도 제도적 차원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가?

 

 

3. 성별정체성이 인권과 만나는 이유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동원되는 개념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다. 성적지향은 다층적인 성적 이끌림이 어디를 향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보통 이성애, 양성애, 동성애를 구분하게 해준다. 성별정체성은 신체적인 성별 표식뿐만 아니라 자신이 인식하고 표현하고 느끼는 성별에 대한 정체성이 무엇인가를 설명하게 해준다. 주로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쓰이는 개념이지만 서술한대로 모든 인간에게, 단지 ‘일반’, ‘정상’이라고 불려왔던 이성애자와 비트랜스젠더의 성적 특징 또한 설명하는 보편적인 용어이다.

 

자신이 신체적인 성별 표식과 다른 성별정체성을 가졌다는 것은 앞서 서술했듯이 특정한 방법으로 의료제도 속에서 신체와 정신이 다루어지고, 국가로부터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정당한가? 이 질문이 어쩌면 가장 핵심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성애가 아닌 양성애/동성애의 성적 지향을 가지는 것과 트랜스젠더라는 성별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흑인으로 태어나는 것만큼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예를 들어 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처럼 선택 혹은 신념인가? 현재 지배적 질서에서는 소수적 정체성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간주되는 경우에 좀 더 쉽게 정체성을 승인하고자 한다. 또한 한번 인정된 정체성은 다시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확인받고자 한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성별정체성을 선택했다기보다는 강력한 깨달음이나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언제부터 확신했는지조차 알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인식이 또다시 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한다.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하든 아니든 정체성이 발견, 구성, 확립되는 과정을 자연화 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사회제도이다. 그리고 정체성을 승인하고 관리하는 힘이 외부에 있는 이상, 이것은 인권침해의 가능성을 현저하게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이상적으로 국가의 신분등록제도 국민들을 통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적, 공적 생활을 원활하게 하는데 최소한의 장치가 되고, 의료제도가 특정한 신체를 감별하고 비정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증진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현재와 같은 성별정정의 과정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상상하는 것은 이르지 않다. 트랜스젠더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성별정체성의 의미를 숙고함과 동시에 성별을 규제하는 국가와 의료제도를 낯설게 보게 되는 것도 피할 수 없다. 이것은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증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국가와 의료제도의 성격을 바꾸기 위한 여정과 만난다.

 

* 현재 한국에서 성전환자는 의료계와 법학계에서 ‘성전환증’을 진단받은 사람으로 한정해서 쓰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성전환자 보다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트랜스젠더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 나영정(공감 객원연구원 /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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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4.28 02:53
    잘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찬내용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