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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인권법캠프 후기]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자는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 노승욱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3. 3. 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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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며

 

제6회 공감 인권법 캠프의 여운이 다 가시지도 않았지만, 이 느낌을 미처 잊기 전에 어서 후기를 쓰고자 서둘러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캠프 내내 느낀 감동과 즐거움을 짧은 글에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지식도 필력도 모자라지만, 사람은 모르는 것에 대해 글을 쓰면서 비로소 깨우치게 된다는 여성학자 정희진 님의 강연 내용을 상기하면서 지난 2박 3일간의 기억을 풀어내어 보려 합니다.

 

공감 인권법 캠프는 인권 문제를 스스로 고민해보게 하는 여러 활동과 양질의 강연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인권 교육의 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인권, 성 소수자 인권, 여성인권, 노동인권, 빈곤과 복지 등 소수자 인권 전 영역을 아우르는 강연과 활동이 2박 3일 내내 진행되었습니다.

 

 

2. 하종강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장 강연 - 노동에 대한 편견을 깨다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은 바로 성공회대학교 노동대학장 하종강 님의 강연이었습니다. 경찰이 제작하는 수배전단에 범죄자를 표현하는 단어로서 ‘노동자 풍’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리는 현실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 사회에서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극히 부정적입니다. 이러한 인식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하종강 교수는 초중등 교육과정 내 노동교육의 부재를 꼽았습니다.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노동’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니 무언가 낯설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렇지만도 않은가 봅니다. 미·영·프·독 등 선진국들의 노동교육 현황은 저에게는 문화충격에 가까웠습니다. 동맹 방법, 항의문건·요구서 작성 방법, 연설문 작성 방법, 서명운동 방법 등을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할 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고등학교 1학년 교육과정에 ‘단체교섭의 전략과 전술’이 있을 정도입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모의 노사교섭’을 특별활동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노동문제에서 보수적인 편인 미국도 중학교 교과서에서 노동운동사를 다루고 있기도 합니다.

 

‘노동’이라는 단어에 대한 거부감 덕에 한국의 노조조직률은 10% 미만으로 OECD 최하위이자 대만의 1/4수준입니다. 연간 노동시간 1위, 인구 10만 명 당 산재 사망 수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합니다. 앞서 살펴본 선진국의 사례를 교훈 삼아 다른 것에 앞서 ‘노동’이라는 단어의 거부감 털기가 우선되어야 함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3. 차별 터널과 인권의 재구성 - 차별에 대한 편견을 깨다

 

강연 이외에도, 역할극과 같은 여러 참여활동을 통해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더욱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두 줄로 길게 늘어선 사람들이 편견이 가득한 말을 내뱉는 동안 그 사이를 눈을 감고 지나가야 하는 이른바 ‘차별 터널’의 경험은, 소수자가 평소에 어떻게 편견에 둘러싸여 고통 받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감의 장이었습니다. 로스쿨에 합격한 시각장애인, 파키스탄 남성과 사귀는 한국 여성, 수용시설에 입소하기를 거부하는 홈리스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보면서 우리 사회에 깊숙이 침투해 있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확인하고 또 반성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공감 인권법 캠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소수자 인권문제에 대한 고민과 조원들 간의 팀워크의 집약체인 ‘인권의 재구성’ 시간입니다. 제가 속했던 조는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의 구성에서 착안하여 이성연애가 오히려 소수자인 세상을 가정하고, 성 소수자 커플이 현실에서 겪고 있는 차별의 불합리성을 드러내는 내용의 뮤지컬을 연기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소수자가 받는 고통이 또 다른 영역에서는 곧 나의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4. 마치며

변호사법 1조 1항은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그리고 변호사를 꿈꾸는 자라면 마땅히 인권과 정의를 고민해야 함을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감 인권법 캠프를 거치면서, 참가자 모두는 분명 훗날 변호사가 된 후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인권’을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만으로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인권법 캠프를 통해 또 한 번 우리 사회에 큰 공헌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설익은 속단도 해봅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자는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는 프랑스의 저술가 앙드레 말로의 말처럼 벌써 아홉 해 동안이나 분투하여 많은 사람의 선망과 존경을 받는 공익인권법재단이 되었습니다. 공감 인권법 캠프를 통해 소수자 인권을 고민해본 우리 모두가 훗날 우리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일원이 되리라 믿습니다.

 

글_노승욱(제6회 공감 인권법 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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