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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고 깨우친 시간 -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을 다녀와서

공감이 하는 일/로스쿨 실무수습

by 비회원 2013.03.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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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노동. 인권?

대한민국에서의 청소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교복 입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가 밤늦게 지친 얼굴로 들어오는, 공부와 입시 부담에 찌든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그리고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이야기들을 접하고 들을 때는 청소년들도 동등한 인격적 주체로 여겨져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현실이 이렇게 단적으로 드러나는구나, 라는 생각만 했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청소년들이 부딪치게 되는 문제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부끄럽게도 노력을 하지 못했었다.

 

로스쿨에 입학하고 인권법학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해오던 중, 여름방학을 앞두고 '빵과 장미'라는 이름의 '청소년 노동 인권교육'이 있으니 일일 주교사와 보조교사로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소년 노동? 노동인권교육? 청소년 노동 인권교육?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들었던 이 단어에 대해서, 곰곰이 되새겨 보니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청소년 노동이라 하면 아르바이트일까, 특성화 학교의 현장실습일까. 현재 상황에서 청소년들의 현장실습을 완전한 노동의 문제로 말할 수 있을까. 내가 '교육'을 할 수는 있을까. 청소년들이 현장에서 스스로 노동인권을 말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떠올랐다.

 

# 청소년의 노동에 대한 소통

이러한 질문들을 품은 채 여름방학이 되었고, 서울 전자고등학교에 처음으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나가게 되었다. 교육을 나가기 전 받게 된 자료들에는 최저임금으로 가계부 만들어보기, 노동인권 관련한 OX 퀴즈, 짧은 영상, 근로계약서 직접 써보기 등이 마련되어 있었다. 처음 떠올랐던 질문과는 달리 특성화 학교의 현장실습 문제는 다루기 어려웠고,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나갈 경우에 부딪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떨리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는 상태로 학교에 도착했다. 일일교사활동을 하기 위해 모임 사람들의 표정에도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고 있었다. 각자 배정받아 들어간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얼굴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최저임금을 받는다는 제한을 두지 않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스로 생활비를 벌어서 산다고 가정했을 때 자유롭게 한 달 가계부를 써보도록 했다. 대부분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을 지급할 텐데, 아이들은 이것만으로 생활을 하는 것을 상상해보았을까? 정작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있나? 최저임금이 발표되면 하루 몇 시간, 한 달 며칠 계산해서 너무 적은 거 아닌가, 라고 비판은 했지만 실제 그렇게 생활하는 상상은 해보지 못했는데. 한 달 기준으로 화장품 20만 원, 술값 50만 원, 옷값 100만 원, 밥값60만 원, 대학을 다니는 걸 가정할 경우에는 한 달이 부담하게 될 등록금 100만 원 등. 아이들이 적어낸 목록은 귀엽기도 하고, 나도 고등학교 졸업 후에 돈을 벌며 스스로 꾸려가는 생활을 상상할 때 갖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맘껏 사는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하며 아이들과 즐겁게 목록을 만들어보았다.

 

그 후에, 작성한 목록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한 달 생활비를 책정해서(4,580원씩 하루 8시간, 25일을 일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규모에 맞게 다시 고쳐서 책정해보도록 하였다. 일단 대학을 다닌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등록금을 스스로 납부하는 것이 학자금 대출 이외에는 마련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고, 밥값, 옷값, 방값 등을 모두 줄이고 최소한의 생활만을 유지해야 했다. 줄여야 한다고 하니까 아이들이 거침없이 줄이기는 하였지만, 막상 줄이고 보니 적어놓은 밥값으로는 매일 김밥이나 라면을 먹어야 유지 가능한 생활비가 나오고, 아이들도 어이없어 했다. 스스로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많았음에도, 최저임금만 받을 경우 생활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처음에 걱정하고 긴장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과 함께 가계부를 만들어보면서 처음 잠시 동안의 어색함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접할 수 있는 문제들, 예를 들어 9시 출근이지만 그 전에 준비를 위해 일찍 나가서 일한 시간이 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자신의 부주의로 다쳤을 경우에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퀴즈를 내고 맞히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을 미리 한번 살펴보면서 스스로도 헷갈리고 잘 모르겠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문제를 다 읽기도 전에 답을 아는 경우가 많아 놀라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이 일했던 사업장의 환경이 어떠했는지에 따라서 경험한 게 다르고, 그래서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똑같이 마련된 최저임금이고 근로기준법이고 정책이면, 아이들이 일한 사업장이 다르더라도 같은 경험을 하고 적어도 같은 내용을 알아야하는 건 아닐까? 이러면 안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해보는 시간에도, 아르바이트하면서 이걸 써봤다는 아이들도 있었고, 이런 거 쓰지 않았었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성인들도 근로계약서를 원하는 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계약서를 써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는 청소년들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아이들의 입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다시 한번 청소년, 그리고 노동인권

만약 내가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을 나갈 기회를 갖지 못했더라면, 청소년노동의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고민해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 들었을 때 막연하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단어들이 모여서, 참 중요하면서도 정작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인권을 담아내고 있었다.

 

충북대 로스쿨 인권법학회 학생들이 처음 마련하였고, 서울지역 로스쿨 인권법학회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서울시 교육청과 MOU를 체결해서 매 해 여름, 겨울 방학에 신청한 학교에 하루씩 이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겨울방학에도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와 리라아트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교육을 우리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 공부도 해보고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소중한 기회가 되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좀 더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감사한 시간이 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수업으로 배우는 과목들만큼이나 절실하게 필요한 교육임에도, 교육과정이나 학교의 시스템 차원에서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청소년의 노동인권. 이것이 표현할 수 있는, 표현해야 하는 권리의 내용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권리들은 당연히 보장받고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것들이 얼마나 이야기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어디까지 포함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다른 의견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노동의 의미, 청소년노동의 범주를 어디까지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한 공부가 많이 더 필요하겠지만)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나이가 어린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의 현장실습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에 있어서, 청소년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직접 권리를 침해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이 무관심일 텐데, 아이들이 현장실습에 나갔다가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야만 잠시 언론에서 들끓고, 다시 수그러지는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노동인권은 하나의 좋은 단어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교육을 나가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현실을 알고자 노력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의 문제들, 현장실습을 나가는 아이들이 부딪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현행 법제도 안에서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지, 혹은 충분히 보호할 수 없다면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를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법을 공부하고 법을 고민하며 살아갈 사람들로서의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의 경험만으로 무언가를 단정해서는 안 되겠지만, 좀 더 시야를 넓히고 항상 고민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소중한 기회들이었다는 것과 함께, 앞으로 이런 고민들을 계속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을 깊게 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청소년도 시민이다'라는 말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공감하는 날이 오는 데, 노동의 주체로서의 청소년과 청소년노동인권을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것이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글_오민애(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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