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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인권법캠프 후기] ‘타자의 인식론, 대안적 세계관으로서의 여성주의’ - 이수연

공감이 하는 일/공감 인권법 캠프

by 비회원 2013. 2. 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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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법 = 인식하는 법

 

박장대소(拍掌大笑). 정희진 선생님께서 강의를 해주시는 내내 말 그대로 박장대소하며 들었습니다. 조원들이 그만 좀 웃으라며 타박을 줄 정도였는데, 그만큼 정희진 선생님의 강의를 즐겁게 들었습니다. 강의 초반에 정 선생님께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여성학자라고 부르는데 스스로는 ‘여성’도 ‘학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보통 양성평등이라는 말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양성평등’이라는 말에 대해서 “남자, 여자가 동등하게 대우받자고 주장하는 것이니 좋은 뜻”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왔고 그 말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통해 양성평등이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가 아니라 ‘여자가 남자처럼’ 똑같이 되자는 말임을 깨닫고, 이미 알고 있었던 현실인데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을 인식하는 법-정 선생님께서는 이걸 공부 잘하는 법이라 하셨는데-을 저는 몰랐던 것입니다.

 

 

여성의 삶은 기존의 언어와 불일치한다.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남자가 여자처럼 똑같이 되는 것은 어불성설일 터이고 여자가 남자처럼 똑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은 여성들입니다. 여성은 여성의 역할에 더해서 남성의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류가 아닌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무언가 할 수 있음을 세상에 어필해야합니다. 장애인들이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이유, 여성들과 노인들이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을 그들의 자아실현이나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비주류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다르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당연’과 ‘원래’의 세상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여성학입니다. 이 여성학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학과 다르기에 정희진 선생님께서는 자신은 여성학자가 아니라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남성이라는 기득권층은 그들의 삶이 기존의 언어, 지식 체계와 일치하기에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고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삶은 기존의 언어와 불일치하기에 여성학은 기존의 세상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궤도 밖에서 생각해야 궤도 안에서 살아남는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창의력이 요구됩니다. 잘 익어서 떨어지는 사과가 누구에게는 먹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중력의 작용이듯,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힘이 바로 창의력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가지고 궤도 밖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는 대부분 궤도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이 짜놓은 틀 안에서 주어진 선택지를 선택하며 주류에 편입되지 못한 채 겉돌고 있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여성과 비주류 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의 이야기로 넘어왔는데, 이는 비약을 한 것이 아닙니다. 개인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에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는 모두 소수자입니다. 소수자인지 아닌지는 개인이 놓인 맥락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입니다. 현대 사회 속에서의 생존에 있어서 어디 크게 믿을 구석이 있지 않다면 우리는 소수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존하기 위한 출발점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느 맥락에 놓여있는지를 아는 방법(way of thinking)을 배우는 것입니다.

 

 

공부는 습득이 아니라 지도 그리기(mapping)이다.

 

정희진 선생님께서 오늘의 강의 주제가 공부 잘하는 법이라고 하셨을 때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여기서 공부는 어떻게 나 자신을, 타인을, 사회를 인식해야 하느냐를 아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존에 제가 생각하던 공부의 개념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공부 잘하는 법, 즉 아는 방법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수단입니다. 나와 타인, 사회를 어떻게 위치시키고 그 관계를 재구성하고 분석하는가가 우리가 배워야 할 공부입니다. 정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야 자신의 언어가 생긴다고 하셨습니다. 여성 등 소수자들이 기득권층이 아닌 것은 그들의 언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언어가 있어야 ‘목소리’를 낼 수 있는데, 바로 이 목소리를 갖자고 주장하는 것이 여성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들으면서 그동안 여성학에 대해서 편협적으로 바라보았다는 것과 여자임에도 지금까지 여성-혹은 소수자-과 나를 동일시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여성학은 세상을 인식하는 자신의 틀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언어를 형성하는 대안적 세계관이라는 것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타자의 인식론’을 비롯하여 공감 인권법 캠프를 통해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리고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 처음으로 깊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캠프의 좋은 점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공감 구성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글_이수연(6회 공감 인권법 캠프 참가자)

 

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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