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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변의 변] 상식밖의 노동 이야기 (3) – 고등학교 현장실습생!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윤지영 변호사

공감의 목소리/공변의 변

by 비회원 2013.01.1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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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모든 국민이 대통령 선거에 혈안이 돼 있던 작년 12 14, 울산에서는 선박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항 북방파제 축조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선이 뒤집어져 작업선에 타고 있던 선원과 노동자들이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련 기사가 나온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실종된 노동자 중에는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 홍성대 군도 포함되어 있다는 기사가 눈에 뜨일락 말락 자그맣게 게재되었다. 순천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생이 현장실습 때문에 울산까지 간 거란다. 전공이 전자상거래라는데 콘크리트 타설 작업선에서 성대 군은 무엇을 한 것일까. 어떤 노동조건에서 성대 군이 일했는지, 무엇을 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울산항만청에서 기상 악화를 이유로 피항을 권유했는데도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것, 사고가 난 시간에 비추어 보면 성대 군은 금지된 야간 근로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 정도가 밝혀진 사실이다. 성대 군이 작성했다는 현장실습일지도 침몰 사고 때문에 사라졌다고 한다. 다만 성대 군과 같은 학교에 다닌 다른 학생의 현장일지를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현장일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고등학교 현장실습생! 학생인가, 노동자인가. 현장실습을 규율하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고등학교 현장실습은 직업훈련이지 노동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최소한의 규정만을 두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현장실습생은 근로계약 대신 법적 강제력이 없는 현장실습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정부도 현장실습생은 노동자가 아니라는 관점을 보유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현장실습생은 관련 법령에 따라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개설·운영되는 학교교육과정의 일부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자로서 학생의 신분이며 근로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고용노동부도 실업고생이 향후 산업에 종사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 습득을 목적으로 표준협약서에 따라 현장실습이 이루어지는 경우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장실습생은 노동자가 아니므로 노동관계법령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산업체는 값싼 노동력을 제공 받기 위해 현장실습생을 사용한다. 실제로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전공과 상관없는 업무를 하거나 실습 대상에 대한 교육 없이 곧바로 노동 현장에 투입된다. 성대 군이 사망하기 불과 1년 전에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학생의 경우만 봐도 그러하다. 당시 피해 학생은 12 17일 토요일 밤에 특근을 마치고 쓰러졌는데 그 주에만 60시간이 넘게 일을 했다. 기아자동차 현장실습생은 주·야간 맞교대, 잔업, 특근 등으로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강도로 일한 것이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기아자동차가 현장실습생에게 지급하지 않은 수당 및 상여금은 20억 원이 넘는다. 연장근로 한도 초과, 인가 없는 야간·휴일근로, 건강진단 미실시, 안전조치 미설치 도장 작업자에 대한 방독마스크 미지급 등도 발견되었다. 대기업마저 이러한데 다른 사업장은 어떠하랴.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육의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무조건 현장으로 내몬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현장실습 운영 정상화 방안을 폐지하고 고졸 취업률을 높이겠다며 취업률(2012 37%, 2013 60%)을 달성하지 못한 특성화고는 통폐합이나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며 협박해 왔다. 결국, 학교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전공과 상관없는 사업장, 예컨대 패스트푸드점이나 인력파견업체에까지 현장실습생을 내보내고 사후 감독이나 교육은 등한시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저임금 노동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산업체, 취업률만 고려하고 교육이나 감독을 외면하는 학교,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정부, 그리고 현장실습의 개념이나 기준조차 명시하지 않고 현장실습생을 사용하는 산업체에 대한 아무런 제재도 두고 있지 않은 법령 때문에 현장실습생은 노동자도 학생도 아닌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에 관해서는 현장실습을 정상화하자는 이야기가 줄곧 대두되었다. 정부도 문제가 터질 때마다 실질적인 현장실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해 왔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 예컨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건강하고 쾌적한 노동조건과 일하는 데 필요한 노동인권 교육임에도 기아자동차 대책의 하나로 고용노동부가 제작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핸드북’은 내용의 상당 부분이 직장 예절, 예컨대 “윗사람이 동료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정중하면서도 밝고 명랑하게 인사를 하고, 다시 만나게 될 때는 밝은 표정과 함께 가볍게 목례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로 채워져 있다. 지난 과정과 우리의 노동, 교육 현실을 고려한다면 현장실습 정상화는 그림의 떡인 것이다.

 

이보다는 현장실습생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노동관계법령이 철저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현장실습을 폐지함으로써 노동 착취를 없애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대신 창업동아리 활동, 산업체 견학, 체험학습 등을 통해 학교 안에서 실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글_윤지영 변호사

상식밖의 노동이야기(2) -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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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에세이집 '우리는 희망을 변론한다' 출간 - 박원순 시장, 신경숙 작가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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