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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을 넘어 실질의 품으로 - ‘형사 사법 및 행형절차 과정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현황과 대책’ 토론회 후기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3.01.0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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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미란다 원칙.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를 연행할 때 그 이유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이 있음을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란다 원칙의 역사성은 잠시 뒤로 하고, 이 원칙이 범죄용의자의 형사소송 과정에서 의의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법원 또한 미란다 원칙을 무시한 체포는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어렵지 않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정답을 외칠 수 있다. 그 이유는 공권력에 대항해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 범죄용의자가 겪는 형사소송 절차 중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이 미란다 원칙이다. 즉 형사소송 절차는 범죄용의자가 공권력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고지’받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고지’는 앞으로 진행될 형사소송 절차 속에서도 인간으로서 본인의 권리를 지켜주겠다는 공권력의 선언이다.

 

  미란다 원칙이 형사소송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는 이유. 이는 ‘고지’라는 절차적 성격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존재한다. 만약 경찰이나 검찰이 범죄용의자에게 그의 권리를 고지하였으나, 그가 청각장애인이거나 발달장애인이라면 이는 ‘고지’된 것일까? 해당 장애인이 당연히 가지는 시민의 권리는 보호된 것일까? 경찰과 검찰은 그의 권리를 고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활용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권리를 형사소송 절차 중 충분히 행사할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 살고 있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남에게도 당연히 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음이 모여 이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무지(無知)라 하더라도 귓가의 울림에 의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에 형사 절차 상의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한 울림을 위하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2012년 12월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사 사법 및 행형 절차 과정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현황과 대책’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1. 지적장애인 남성 A씨. 타인에게 장기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비인간적인 생활환경 속에서 살다가 인권센터에 구조되어 생활시설로 인계됐다. 재판에서 상대방 변호사가 ‘지금 생활하는 곳이 어떠냐, 가족 같으냐’라고 묻자 ‘예’라고 답했다. ‘그럼 그때 당시 생활했던 곳은 어땠냐, 가족 같았냐’라고 묻자 역시 ‘예’라고 답했다. 질문방식에 대해 항의하려 했으나 판사에 의해 제지당했고, 결국 가해자는 무죄가 선고됐다.

 

#2. 한 여중생이 다운증후군 장애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무작정 A씨가 근무하던 인근의 보호 작업장을 방문해 근로하는 장애인을 한 줄로 세우고 범인을 지목하라고 했다. 당시에는 용의자를 발견하지 못했으나, 한 달여 뒷길에서 A씨를 다시 만난 여중생은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A씨는 연행됐고, 단독으로 조사도 받았다. A씨는 지적장애 때문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하게 범행을 시인하는 진술을 하게 됐고, 담당형사조차도 진술을 어떻게 받아 적어야 하는지 난감했지만 팀장의 ‘그냥 대답한 대로 써서 처리해라’는 지시를 받아 결국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처리했다. 결국 재판에서 A씨의 무죄가 선고됐다.


 

 

  위는, 토론회에서 제시된 형사·사법 및 행형절차 과정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사례이다. 장애인은 정당한 권리 행사를 위하여 미란다 원칙과 같이 비장애인들의 권리와 더불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형사·사법 절차에서 신뢰관계자·진술조력인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 또한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활용되지 못하고, 형사소송 절차 중에 관련 편의를 보장받지 못해 가해자로 몰리거나 피해사실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해 상대 피의자가 무죄를 선고받는 등의 문제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토론자로 참가한 염형국 변호사는 ‘형사 사법 및 행형절차 과정상의 장애인 인권침해 현황과 대책’이라는 제목으로, 장애인 대상 성폭력 범죄의 경우 형량을 높이는 것보다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전담재판부·전담수사관제도의 시행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였다. 특히 법관이 피해 장애여성의 특성을 어떻게 인지하는가에 따라 유·무죄가 가려지기에 재판절차에서의 진술능력 문제가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하였다. 위의 사례 #1을 보더라도, 피해 장애인의 진술능력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되는 도구는 하나도 없다. 이렇다 보니 상대 가해자 측 변호사의 질문에 의해 진술능력의 증거력이 무너짐으로써 가해자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것이 현재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형사 절차의 현실이다.

 

  따라서 염형국 변호사는 형량을 높이고 진술보조인, 법률조력인 등을 아무리 도입한다 하더라도 재판부의 인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음을 인지하게 된 지금에서, 성폭력 피해 장애여성을 담당하는 전담수사관·전담재판부가 정말 필요하다는 것과 장애 특성을 고려한 질문방식이나 질문을 위한 도구개발, 피해사실을 진술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일반화되어야 한다며 그 대안을 제시하였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사회 파괴범으로 만들고, 사회에서 격리시킬 이유를 찾고 있다.”

 

  토론자로 참가한 서인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의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범죄자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안심했었던가, 우리는 얼마나 장애인을 격리시키기 위해 노력했었던가. 하지만 지독하리만큼 무지로 대응한 우리 때문에 이들의 상처는 얼마나 곪았을까. 이제 그의 말이 우리 사회에 울림으로 다가올 때이다. 이 울림의 시작은 어느 단체가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작게 시작되었을지라도, 이를 듣는 우리는 무지에 대한 가슴 속 부끄러운 감정을 느껴야 한다. 그 부끄러움이 연대를 행동하게 할 것이다. 그 감정만이 장애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형식에 집중한 현재의 형사소송 절차를, 실질적인 권리 행사가 가능한 형사소송 절차로 변화시킬 수 있다.

글_조정민(공감 1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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