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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해결과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후기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by 비회원 2012.11.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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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결과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

      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 공감

 

 

11월 7일 오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발달장애인 인권침해 해결과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실 이날 토론회의 주제였던 ‘원주 사랑의 집 사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때에는, ‘원주’라는 지역에 가장 먼저 눈길이 갔다. 예전에 잠시 강원도 원주에서 학교생활을 한 경험이 있기에, 그 지역에 관한 관심과 친근감이 남다른 탓에서였다. 그런데 토론회에 참석하며 사건 발생 지역이 ‘귀래’라는 마을임을 알게 되었고 나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곳은 시내 중심부와는 꽤 멀리 떨어진 원주의 외곽 지역으로, 내가 배우며 생활했던 곳의 바로 옆 동네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태평하게 먹고 자며 학교에 다니던 몇 해 전 그날에도, 옆에 살던 그들은 창살 밖으로 내다보는 세상이 전부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옆에 사는 이들의 절망을 까맣고 모르고 지냈던 날들, 실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긴 세월을 남모르게 아파하며 죽어가던 비정상적인 한 가정의 이야기는 비참하리만큼 차가운 무관심의 침묵에 묻혀있었다.

   

원주 사랑의 집 사건은 목사를 사칭한 장OO씨라는 한 남성이 1970년대 후반부터 30여 년간 발달장애인 21인을 자신의 자녀인 것처럼 허위출생신고하거나 입양하여 그들을 감금, 학대하며 수급비를 착취해온 것으로, 지난 6월에야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버려진 장애 아동들을 돌보며 희생적인 삶을 사는 목사인 것처럼 행동하였고, 과거 각종 방송에 ‘천사 아버지’와 같은 이미지로 등장하여 많은 사람으로부터 후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한 방송 프로그램 취재 도중 밝혀진 그의 실체는, 천사 아버지와는 정반대로 인면수심의 악마와 같았다. 그와 함께 지내던 장애인들의 몸에는 곳곳에 학대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심지어 팔과 손에는 ‘장애인’ 등과 같은 문구와 전화번호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장애인은 장 씨가 직접 목욕을 시켜주었다는 증언까지 나와 더욱 충격적이었다. 가해자는 자신이 아이들을 ‘목’숨바쳐 ‘사’랑하기에 자칭 ‘목사’라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까지 했다.

 

한 사람이 어떻게 21명이나 되는 장애인을 자신의 자녀로 둔갑시킬 수 있었을까? 그는 선량한 목사로 세상에 알려지자, 형편이 어려워 아이들을 맡기기 위해 찾아온 부모들에게 친자 포기각서를 쓰도록 하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각서는 법적으로 무효이나 부모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하였고, 또 장 씨를 선하고 훌륭한 목사로 믿었기에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학대받으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장애인 1명을 여러 명인 것처럼 허위로 등록해 중복으로 장애수당을 받아왔으며, 2명은 이미 목숨을 잃어 10년 넘게 병원 냉동 창고에 방치되어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사건이 밝혀질 당시 그와 함께 살고 있던 장애인은 모두 4명이었고, 나머지는 주민등록에 대한 신원이 밝혀지지 않아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안타까웠던 사실은, 가해자와 같이 살던 장애인 4명 중 2명은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았다면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는 지적, 건강 상태가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우리와 다름없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린 나이부터 모든 자유와 권리가 박탈된 채 가둬져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학대를 받았다니. 고통받은 그들의 세월은 그 무엇으로도 다시 되돌릴 수가 없기에 더 가슴이 아팠다.

 

 

     토론회에 참석한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 공감

 

토론회 말미에는 객석에서 그 가짜 목사에게 속아 수십 년간 사랑의 집을 방문하고 후원한 한 남성이 등장하기도 해 모두가 깜짝 놀랐다. 그 후원자는 최근까지도 장 씨의 실체를 전혀 알지 못한 채 그의 위장된 모습에 속아 사랑의 집을 방문하고 쌀을 전달하는 등의 후원을 이어왔다며 분통해했다.

 

이처럼 이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 어려웠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가정’이라는 탈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나 지자체에서는 이 끔찍한 감금과 학대에 대해서도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라는 핑계를 앞세워 사건 해결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가증스러운 탈을 쓰고 수십 명의 삶을 파괴한 장 씨가 첫 번째 가해자라면, 그들을 알면서 모른 체하고 충분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지자체나 나와 같이 주변에 무관심했던 방관자들 역시 제2의 가해자 또는 조력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염형국 변호사는 이처럼 가정에 대한 불개입 원칙만을 내세우는 국가와 지자체에 대해 개탄하고, 입양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장 씨는 병원이 아닌 가정 등에서 출산하는 경우 출생증명서 없이 2인의 인우보증만으로 동사무소에 출생신고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손쉽게 21명의 장애인을 자신의 친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일을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출생신고 요건 및 심사를 강화하고 입양을 목적으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 규정을 신설할 것을 주장했다. 또 학대 등의 발생으로 파양을 청구할 경우, 그 파양 청구권자의 범위를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의 공무원’ 및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같은 ‘이해관계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지금 우리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의 주변 곳곳의 지역에서는 장애인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제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 안타까운 사건들이 세상에 알려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집 사건과 비슷하게 장애인 인권침해사례로 드러난 경기도 평택의 미신고 시설 같은 경우에는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지난 8월 검찰이 ‘무혐의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수많은 우리의 이웃들이 법과 사회의 안전망에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어려운 싸움을 해나간다. 하나의 동네, 하나의 나라, 하나의 지구라는 공동체에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우리라는 말에는 개인의 사회적 의무나 인지상정의 단순한 동정심을 넘어서는 ‘함께 걸어가야 할 책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글 _ 배현아 (1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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