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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8월 14일,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 씨가 충남도청의 수행비서와 정무비서직의 여성에게 총 10건의 성폭력범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제1심 법원이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법원의 결론은 공소사실 전부에 대한 무죄입니다. 이번 호 공감 뉴스레터 <공감 포커스>에서는 제1심 판결의 내용을 살펴봅니다.

 

판결문 전문(114쪽)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1심 법원이 선고기일에 낭독한 선고문(13쪽), 선고 당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배포한 보도자료(9쪽)을 기본 자료로, 재판과정과 선고 이후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충자료로 삼아 판결 내용을 살펴봅니다. 판결문 전문을 분석하지 아니한 한계가 있으나, 1심 법원 스스로 선고문에서 ‘재판부에서 판단한 핵심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으므로, 판결의 ‘핵심 내용’에 대한 검토로서 의미가 있으리가 봅니다.

 

대상 판결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8. 8. 14. 선고 2018고합75 판결[관여 법관: 조병구(재판장), 정윤택, 황용남]

 

 

[톺아보기 4] 성폭력 범죄에서의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

  1심 법원은 선고문에서 이 사건 판단의 전제로 ‘보호법익의 고려’, ‘죄형법정주의 등 원칙에 기초한 해석과 판단’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성인지 감수성적 고려’를 제시하고 있다.

 

  선고문은 “성폭력 피해자는 충격, 수치심, 분노, 불신, 좌절, 무기력, 두려움, 공포 등 복잡한 심리상태를 겪는 경우가 많고,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여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 증거판단에 있어서 성인지 감수성적 고려라 할 것입니다.”라고 쓰고 있다.

 

  선고문의 위 부분은 대법원이 올해 4월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2차 피해에 관한 사건에서 성희롱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 판단방법을 판시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적 고려’를 기준으로 한 판결을 인용한 것이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성폭력 사건에서의 성인지적 고려는 재판절차상 성폭력 피해자에게 형사절차상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것과 증명력 판단의 두 가지로 일응 나눌 수 있는데, 1심의 위 선고문은 후자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심 법원은 “증거평가를 함에 있어서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고려한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일견 피해자가 보인 범행 전후의 언행에 통념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다수의 모순과 비합리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폭력범죄자이기 때문에 느끼거나 가질 수 있는 심리적 곤경이나 수치심 혹은 트라우마 등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신중히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과연 1심은 이 사건 피해자의 진술의 증명력을 판단하면서 성인지적 고려를 다하였는가? 대법원 판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기준에 관하여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논리성․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나 물증 또는 제3자의 진술과의 부합 여부 등은 물론, 법관의 변전에서 선서한 후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에 임하고 있는 증이느이 여러 모습이나 태도, … 심증까지 모두 고려하여 신빙성 여부를 판단하게 되고, 피해자를 비롯한 증인들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되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도저히 신빙성이 없다고 볼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가 없는 한 이를 함부로 배척하여서는 안된다”고 판시한다.

 

  그런데 1심 법원은 피해자가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의 점에 관하여 대체로 일관되게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였다고 판시한 후 별도의 여러 가지 피해자 진술을 구체적으로 판단하면서 피해자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고 결론내렸다. 1심 법원은 특히 ‘성폭력 피해자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언행’들을 다수 제시하였다. 이러한 1심의 판단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기준 중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논리성, 모순 또는 경험칙 부합 여부’를 심리할 때, 피해자의 진술 내용이 ‘합리성’이 없거나 ‘경험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1심 법원이 적용한 ‘경험칙’이라는 기준은 한국사회에서의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의 경험칙, 또는 직장에서 감독관계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의 경험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위력으로써’ 성폭력을 가하는 경우 피해자가 보일 수 있는 말과 행동이 어떤 것인가를 이 사건 피해자와 비슷한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의 경험칙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 유무죄 판단의 관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글 _ 차혜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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