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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인권운동 못하겠다.’ ‘인권도 중요하지만 내 밥 좀 챙기자.’ 부끄럽지만 이게 제가 공감 인권법캠프를 신청한 이유였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제 꿈은 인권변호사였고, 법을 사용해 세상의 부조리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 다니면서 인권운동에 지쳐 2학년 1학기를 끝내기 전까지 전 대학교에서 학생*소수자 인권위원회 활동, 반 내규제정 운동, 성폭력 사건 특별위원회 활동, 각종 자보쓰기, 학교 장애인도우미, 장애인권동아리활동, 사회공헌단 활동으로 ‘녹두 고시촌 공동체 만들기’, 그리고 각종 인권세미나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짧은 1년 반 만에 인권활동들에 지쳐 버렸습니다.

내규를 만들자고, 인식을 바꾸자고 해도 어떤 세상의 인식도 바뀌지 않는 것 같고, 심지어는 저와 가장 가까운 동기 한 사람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글을 쓰고 세미나를 하고 토론을 해도 제 말은 학내 커뮤니티에 ‘젠신병자’가 한 말로 되어 있어서, 활동하고 계획을 하고 자보를 붙여도 모든 것은 그대로라서 회의감과 무력감이 가득했습니다. 설득하는 것도 힘들고 약자의 위치에 서는 것도 힘들어서 그냥 인권운동 다 그만두고 스펙관리하면서 평범하게 로스쿨을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계절학기만 듣는 시간 많은 여름, ‘법 관련 활동 수료증’을 받겠다, 그리고 로스쿨 준비생들에게 로스쿨 준비방법 물어보자는 생각으로 공감 인권법캠프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권운동 그만두고 로스쿨 스펙활동 열심히 할 거야!’란 생각으로 인권법캠프를 신청한 것은 완벽한 바보짓이었습니다.

 

인권강연을 들으면서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권법캠프에서 다양한 인권법 강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들었던 강연은 이주난민인권, 여성인권, 그리고 혐오표현에 관한 강연이었습니다. 이주난민인권 강연에서는 최근 쟁점이 된 제주도 예멘 난민 수용에 대해 ‘가짜난민, 진짜난민’이라는 논쟁을 넘어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관련한 제도와 인식의 실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인이라서 몰랐던 한국 내의 극심한 인종차별 문제와 이주민에 관련한 차별적 제도, 그리고 제가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편견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였습니다.

홍성수 교수님의 ‘혐오표현과 소수자인권’ 강연에서는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 그리고 그에 대한 대처방법과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로 기억에 남습니다. ‘한남’은 혐오표현인데 왜 넌 그 말을 내버려 두냐는 질문을 계속 받고 있던 저에게 혐오표현은 단순한 욕설이 아닌 소수자들을 위축시키고 차별하는 말이라는 것, 표현의 자유가 혐오할 자유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회 전체 vs 소수자라는 구도가 아닌 소수자+연대자 vs 혐오세력이라는 구도로 판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 강연은 너무 뜻깊은 시간이자, 제가 써야 할 언어를 알려준 시간이었습니다.

인권강연들은 한국 사회의 인권현실과 제도에 관한 다양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였고, 학술용어를 사용해서 논리적으로 설득하였습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그리고 사례적 근거를 보면서, 그리고 학술용어로 이루어진 정밀한 이론들을 보면서 그동안 당위적인 이야기만 했지 사람들에게 눈으로 보여주면서 부지런히 설득하지 않은 저를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설득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고,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각종 이슈와 그에 관련된 법제, 그리고 사회적 인식과 학술적 근거를 알아보고 탐구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성인권에 대한 변호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인권변호사’로서 인권운동을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성폭력범죄의 판단 기준을 저항할 수 없는 극심한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 규정한 법규정을 바꿔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는 저의 질문에 대답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입법’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현행법의 해석투쟁을 통해 ‘폭행’과 ‘협박’, ‘극심한’의 기준을 낮추고 법리를 통해 법정과 판관을 설득하는 것이 사건과 판례로 말하는 법정에서 변호사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가 된다면 제가 어떤 것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인권변호사가 되려면 법리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였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리고 조원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첫 만남에서 인사를 하고, 모여서 밥을 먹고 저녁 조모임 시간에 치킨+음료(술, 탄산, 무탄산, 물)를 함께 마시며 사는 이야기, 힘든 이야기, 그리고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한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로스쿨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와 로스쿨에 가면 무엇을 배우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어렸을 적 재개발 지구에서 산 경험, 촛불시위 연행 경험, 여대에서의 경험 등 서로가 인권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와 캠프를 신청한 이유를 이야기하고, 가장 화나 하는 문제들에 대해 같이 공감하며 한숨도 쉴 수 있는 시간이었고, 사람들과 함께 말해보고 싶은 인권이야기를 주제로 토론 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살면서 겪는 힘든 일들과 깜깜한 미래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에 관한 고민, 인권운동을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다시 힘을 내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새벽 4시까지 밤을 새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부딪히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깨기 아니냐’, ‘그래도 장기적으로 보면 바위가 깨지지 않냐’, ‘그런 사이에 계란은 병아리가 될 수 없이 터지고 깨지지 않냐’ 등 푸념 반 조언 반의 이야기도 하고, 인권변호사를 하면서 밥벌이를 할 다양한 방법도 같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또 법학적성시험 준비하는 방법, 로스쿨 자소서 쓰는 방법, 로스쿨 공부 힘들다는 이야기 등 로스쿨 준비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시는 조원들 덕분에 앞으로 준비해야 할 로스쿨에 대한 가닥도 많이 잡을 수 있었습니다.

 

 

  캠프를 통해 힘을 많이 얻어왔습니다. 인권운동을 본격적으로 하지 않고 지쳐 버린 내게 어떻게 인권을 말해야 하는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그리고 지쳐도 다시 힘을 낼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얻기도 하고, 함께 고민할 사람을 얻기도 하면서 보낸 1박 2일이었습니다. 아직도 인권운동을 하면서 지치지 않는 방법은 모르겠고 로스쿨을 위한 스펙관리는 꿈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더 절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너무 지치면 좀 쉬었다 갈 수 있다는 것,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아주 많다는 것, 외로운 일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따듯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직 주력할 인권분야와 활동할 필드, 시작할 연령에 대해서는 미정이지만, 인권운동이라는 길을 사람과 함께, 사람과 같이, 그리고 사람에게 말하며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마음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글_박선아(2018 공감 여름 인권법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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