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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의 혼인 독점은 헌법의 평등 취지에도 어긋난다.” - 2018.5.16. 혼인 평등, 한국과 독일의 헌법 포럼에서

 

  결혼이란 무엇인가. 결혼은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가부장제를 유지시키는 악제도일 뿐인가. 과연 결혼을 할 것인가. 어쩌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법적 구속력 하에 놓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결혼과 비혼 사이에서 생각을 재는 것, 그것은 이성애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이 제아무리 결혼을 장려하는 나라라고 해도 동성애자에게만큼은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애자들이 권리임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당연하게 누리는 동안, 혹은 그들이 결혼 제도를 넘어서 이제는 결혼하지 않을 권리를 논하는 동안, 여전히 동성애자들에게는 결혼을 두고 따져볼 권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지는 권리가 동성애자에게는 개인의 시간과 돈, 에너지를 따로 들여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다.

 

 

   동성애자의 권리 침해는 비단 혼인 문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군형법 제 926(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에 대해서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은 말할 것도 없고, 동성커플의 혼인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권리 침해 또한 상당하다. 한 평생을 파트너로 함께 살아왔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산을 상속받지 못하거나, 파트너 일방이 사망했을 시 법정상속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함께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나는 경우 등 동성커플은 그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일상 속에서 심각한 차별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 

  나는 지난 4주간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구넷)' 프로젝트 차원에서, 법제상 각 영역에서 배제당하고 있는 동성애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진행했다. , 동성커플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법 조항을 세세하게 따져보기 위함이었다. 조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우선, 법을 직업권리류, 병역류, 재산, 승계, 증여류, 국가배상 및 보상류, 소송 및 수사과정류, 사회복지류 등 총 11개의 대표적인 범주로 나누고, 각각에 해당하는 주요한 법을 찾았다. 그리고 그러한 법률 내에서 배우자, 부부, 가족(유족), 친족의 키워드로 검색하여 관련되는 조항들을 정리하였다. 그 결과, 동성혼 불인정으로 인한 동성커플에 대한 간접적인 권리 침해가 무려 약 230여개의 조항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조사자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법을 총체적으로 다루지 못했으며, 조사 방법 또한 다소 일률적이었음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 침해되고 있는 동성애자의 권리는 그 수를 훨씬 더 넘을 것이다 

  법은 이성애를 바탕으로 구성된 가족에 대해서는 수많은 권리 보호와 지원을 규정하고 있었다. 유족에 대한 보상 및 지원, 건강가족법상 가족에 대한 다양한 지원, 범죄피해자의 가족에 대한 보호, 수형자의 가족이 사망하거나 위독할 시 귀휴 허가를 비롯하여, 사소하게는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이 고궁 등의 시설을 이용함에 있어 받을 수 있는 지원에 이르기까지 각종 영역에 있어서 권리를 보장하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법적으로 혼인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애자들은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실혼 관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성애자는 파트너 사망 시, 유족으로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에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조항들이 동성커플에게도 적용된다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파트너가 사망했을 때 함께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난다거나 유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응당 가져야 하는 권리에서 배제된다거나 하는 억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앞으로도 최소한 법적인 문제에서만큼은 이러한 불상사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법이 이성애자들의 수많은 권리를 인정하는 만큼, 동성애자들의 수많은 구체적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실정인데, 이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이 되는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째서 이성애자만이 혼인을 독점하는가? 이성애자의 혼인 독점은 헌법의 평등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사실, 헌법 제361항에서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했을 뿐, 실질적으로 동성커플의 결혼을 금지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위 조항에서의 혼인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별도의 개헌 없이, 동성혼을 허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고 시기상조만을 외치며 동성커플의 권리 침해를 방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기독교의 일부 반동성애 집단이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방조를 넘어 이성애자의 혼인 독점을 강력하게 주장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인 동성애자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두렵기에 그토록 애쓰는 것일까? 나는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근래에 여러 기독 신문을 열람하였다. 그러던 중, ‘남자와 여자의 생식기관은 서로 잘 맞으며, 함께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도록 고안되어 있기에 동성애 관계는 자연법적으로 옳지 않다는 글을 읽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러한 주장이 특이하게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사에서 공공연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생식기관이 잘 들어맞는지와 생명 창조 가능 여부만으로 개인의 혼인 및 애정 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생식기관이 서로 잘 맞고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만 그 관계가 옳다면 과연 이성애자 중에서 유효한 커플은 몇이나 될 수 있을 것인가. 게다가 국가가 위와 같은 주장을 의식하여 동성혼을 규제하는 것이라면 이처럼 부조리한 상황이 또 있을까. 

 

  일부 반동성애적 기독 세력은 더 이상 그들의 율법을 내세워 이성애자의 혼인 독점을 주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율법은 종교 내의 규율이므로 그 종교 커뮤니티 내에서 유효한 것이지 그 외부에까지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실정법에 의해 구체적으로 동성커플의 수많은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독교는 소수자를 위하여 율법의 정신인 사랑과 평등을 구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예수가 율법주의에 얽매여 율법의 정신을 놓쳤던 바리새인들을 꾸짖었듯이, 진정으로 율법 정신을 구현하기를 원하는 종교인이라면 율법을 내세워 소수자를 탄압해서는 안 될 것이며, 문자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율법 해석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부 종교 집단뿐만 아니라 그들의 표심을 의식하여 공적으로 동성애를 부정하거나 동성애자의 권리침해를 조장하는 정치인들도 자신의 발언에 하나하나에 막중한 책임을 느껴야할 것이다.

 

  

 

  5년 전에 파리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나는 동성혼에 관한 토비라Taubira 전 프랑스 법무부 장관(동성결혼법을 발의한 장관으로, 프랑스에서 동성결혼법을 토비라 법이라고 부른다)과의 좌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장관은 평등이란 협상 가능한 것이 아니다(L’égalité n’est pas négociable).”라고 말하며 혼인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함을 강조했다. 한 반동성애 단체가 좌중에서 일어나 갑작스레 훼방을 놓았으나 장관은 그 대표자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고 발언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발언을 계속해나갈 수가 없었다. 좌중에서 일제히 평등! 평등!(Egalité! Egalité!)”을 외치는 바람에 소리가 묻혀버렸기 때문이다. 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다수가 하나의 목소리를 냈던 그 장면을 나는 잊지 못한다 

 

  이성애자의 혼인 독점은 명백히 동성애자의 권리를 침해하지만,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할 수 있다하여 이로 인해 현재 결혼할 수 있는 사람들의 권리에 해가 될 것은 없다. 동성커플이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질 때, 소수의 행복한 자가 이 사회에 더 늘어날 뿐이다. 조금 더 행복한 사회를 위하여 이제는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할 것이다.

 

 

_양영아 (공감27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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