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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는 헌법 제24조에는 차별이 없는듯하다. 선거하면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다는 생각에 유난히 설렜던 18대 대선이 떠오른다. 이미 지방선거와 총선이라는 두 번의 큰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유독 18대 대선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것이 그만큼 크고 의미있어 보였기 때문 아닐까 싶다. 비록 내가 뽑은 후보가 당선되지는 않았지만 내 선택이 담긴 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순간 참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나는 참 어리석고 이기적이게도 그 투표용지가 모두에게나 평등한 줄 알았다.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고, 누구나 계단을 오를 다리가 있으며, 누구나 복잡한 공약을 읽어낼 수 있는 눈과 지식이 있는 줄 알았다. 그런 생각은 그래야만 국민이 될 자격이 있다는 오만에서 나온 것일까? 아니면 오해였던 걸까? 자문해볼 일이다.

 

  이런 생각은 지난 19문재인 정부가 이행해야 하는 장애인 참정권 보장 정책토론회를 참석한 후 들었던 생각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내게도 들은 적 없고 본 적 없는 일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장애인의 참정권이라는 것은 내겐 너무나도 생소한 주제였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익숙한 주제이기도 했다.

 

 

  토론회는 주최 측의 인사말이 있은 후 당사자의 경험을 들으며 시작되었다.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 탈시설 장애인의 투표 경험을 들으며 그들의 삶을 나에게 대입해 상상해보려 했다. 그러면 어떻게든 그들의 마음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청각장애인 발표자는 지난 대선 토론회에는 수화 통역사 한 명이 나와 후보자의 말을 통역해주었다. 하지만 토론의 특성상 동시에 여러 명이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통역사가 한 명이라 누가 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라고 말하며 경험을 나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비장애인이 생생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을 상상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라디오로 토론이 중계되는 상황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일반적인 라디오와 달리 누가 말을 하든 다 똑같은 목소리로 소리가 나온다는 설정이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비장애인들은 토론은 들을 수 있지만 누가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투표의 중요한 사전정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과연 청각장애의 투표권은 비장애인의 한 표와 같은 것일까?

 

  탈시설 장애인 발표자는 시설에서 시간관념도 없이 지냈으며, 투표권은커녕 시설운영자가 대신 투표권을 행사할 때도 있었고 또는 특정 후보에게 투표를 강요한 적도 있다며 경험을 나눴다. 이것은 마치 이름이 적히지 않은 투표용지에다 투표를 하거나 또는 투표를 하러 들어갔더니 덩치 큰 사람이 나를 제압해서 대신 투표를 해버리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하며 들었다.

 

  토론자는 총 세 명이었다. 토론은 앞으로 나아갈 바, 장애인 참정권의 실상, 그리고 국가 측의 노력 면에서 다루어졌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안하며 의견을 나눴고, 몇 년 전에 제안했던 내용에서 별로 바뀐 게 없다는 말을 하며 여전히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특히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애인의 피선거권에 대한 것이었다. 장애인이든 아니든 국민으로서 선거권을 가진다면 당연히 피선거권을 가진다는 이야기는 대표를 뽑을 권리가 있다면 대표가 될 자격도 당연히 가진다는 것.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왜 그렇게도 새로웠는지 모르겠다.

 

  장애와인권발바닥 행동의 여준민 상임활동가는 시설장애인들의 참정권 침해 실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거소 투표제도를 이용해 투표용지를 갈취하고 대리 투표하고, 후보자를 강제해서 투표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설 수용자들의 권리를 빼앗은 심증 또는 정황상 증거는 확보했지만 비밀투표라는 투표 행위의 특성상 물증을 확보할 수 없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러한 문제와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 시설에 기표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등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그것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여준민 활동가가 정황상 증거를 대며 한 시설 책임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했을 때 들었던 대답의 내용이었다. “내가 이들의 보호자이자 이들이 내 자식인데 당연히 그럴 수 있다(정확한 표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 나는 시설책임자들이 국민으로서 당연히 보장하고 있는 헌법상 권리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박탈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무지와 오만함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김동춘 사무관은 꾸지람을 듣듯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며 기관의 애씀에 대해 최대한 설명했다. 투표소 접근, 투표 편의, 투표 정보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투표 보조 용구, 보조 인원, 청각 및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 CD, QR 코드, ARS 안내 도입 등 선거권을 보장하려고 애쓰지만 결국 더 많은 돈과 인력이 필요한데 국가기관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도 한계가 많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국민의 의지를 담은 법안이 새로 통과되지 않는 이상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만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주최측 국회의원들은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혹여 새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코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는 적용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계속되는 한 선거는 계속될 것이고 국민의 권리는 이를 통해 보장될 것이다. 청와대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범위와 의무와 권리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 규정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다가올 개헌 투표가 국민으로서 보장받는 장애인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보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_ 김승지(공감 27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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