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124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법조공익모임 나우 공동주최로 공익 소송의 실무와 전략 강연회가 있었다. 이번 강연회는 로스쿨 학생,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공익 인권 소송을 소개하고, 변호사의 공익활동 지평을 확장한다는 취지에서 개최되었다. 4명의 강연자가 본인이 진행한 공익 소송을 소개한 후 이를 바탕으로 공익소송의 의미를 설명하였다. 나아가 소송 진행시 필요한 전략 등을 설명하였다. 이번 행사는 공감에서 장애인권을 담당하고, 행사에 강연자로 참가한 염형국 변호사님의 소개로 참석하게 되었다.

 

 

공익법활동과 공익소송의 의미

 

  공익 소송의 실무를 주제로 한 강연이었기 때문에, 강연자들이 공익법활동과 공익소송의 의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보다는 소송의 기술적인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였다. 하지만 강연 내용 전반을 복기해보니 이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공익법활동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네 명의 강연자는 모두 공익법활동을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공익 증진을 추구하는 시민운동 흐름 속에서 법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공익법활동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들의 활동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시민, 시민단체, 전문가 등과 공동으로 이뤄진다. 또한 이들과의 협력도 중요시된다.

 

  한편 염형국 변호사는 공익법 활동이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관점에서 정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공익법이란 사회적 차별, 불평등한 기회 혹은 권리에서 비롯된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운동의 일부라는 것이다. 나아가 공익소송은 권리구제, 제도 개선, 그리고 법치주의(법에 의한 지배) 실현의 방법으로서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고 하였다.

 

 

 

공익 소송에서의 전략

 

  전략 부분은 소송 준비 및 진행단계에서 이뤄지는 기술적인 영역이라 법조인이 아닌 나로서는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소송의 목적, 승소 가능성, 청구액 결정, 증거신청, 소송비용, 정보의 구조적 편중, 시민단체 및 전문가 집단과의 협력, 원고 및 법원과의 소통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중에서 탈핵소송의 실무와 전략을 강연한 김영희 변호사가 소개한 집단소송 부분이 흥미로웠다. 신문에서 접한 원전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공동 소송이 기획된 집단소송이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먼저 원전의 위험성을 법원에 제기하기 위해 집단소송을 기획하고 소송에 적합한 원고들을 모집했다고 한다. 이후 원전과 갑상선암 발병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의 진료기록 등을 검토하고 의료기관에 검증을 신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소송을 진행했다고 한다. 주목할 점은 해당 소송이 변호사 그룹과 실무를 담당하는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갑상선암 확진을 받은 원고의 숫자만 600여 명인 대규모 집단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업무분담 및 협력이 필요하다. 원고모집, 원고와의 소통, 증거자료 수집 및 정리, 언론 인터뷰 등 여러 단계에서 업무 분담이 이뤄졌다고 한다. 물론 소송단 내 인원이 많아지면 의견 차이도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양한 의견, 논리, 자료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업무 진행이 이뤄지고, 개인 차원에서 진행할 수 없는 대규모 소송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집단소송의 장점을 강조하였다.

 

 

공익법활동의 원천: 전문성 쌓기

 

  변호사라는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변호사의 전문성은 법률 지식에 국한되어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는 변호사가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지만, 동시에 그들 역시 특정 영역을 택해 전문성을 구축해야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영희 변호사는 공익법 활동에서 전문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공익소송에서 전문가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법정에서 판사를 설득해야하는 임무는 변호사의 몫이고,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자신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준비하면서 그는 원전 건설의 위험성을 증명하기 위해 한반도 지진 단층대를 연구하였다고 한다. 4대강 소송 같은 경우에는 실무 그룹 내에 홍수 담당, 생태 담당, 문화재 담당 등 소모임을 조직하여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한편 염형국 변호사는 전문성을 쌓는 과정에서도 공익단체와의 동행을 강조했다. 전문성이 결코 혼자 책만 본다고 완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익단체를 구성하는 활동가,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 그는 활동가의 문제제기를 법적으로 풀어내는 것 역시 공익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언급했다. 이때 변호사의 전문성이 가치를 발휘하게 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해설서 출판기념회설명회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그날 행사에는 공감, 장애인권법센터와 같은 법률전문단체도 참석했지만, 장애인단체총연맹, 장애인인권포럼 등 시민단체도 많이 참여하였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한국사회의 장애인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시 장애인인권포럼의 윤삼호 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2조가 장애인의 개인정보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하에 수집되어야 하고, 당해 개인정보에 대한 무단접근이나 오남용으로부터 안전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못하다하는 점을 지적했다. 장애인거주시설 등 기관에서 장애인 사진 및 개인정보를 홍보 목적으로 무단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활동가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변호사들 역시 법의 현실 적용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연에서 변호사들이 언급한 전문성이라는 것 역시, 지식의 축적이라는 측면 외에도 현실과 법의 연계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공익단체와의 소통,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공익 소송의 실무와 전략 강연회를 보며 공익법활동의 의미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다. 그리고 소통과 전문성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공익은 공공의 이익을 말하는데, ‘공공이라는 말은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집단적 개념이다. 곧 공익은 사회를 이해하고 다른 사회 구성원과 소통할 때 추구할 수 있다. 공익 소송의 과정에서 이뤄지는 시민단체와의 연대 역시 이러한 소통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전문성 역시 소통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전문성은 사회적 요구, 혹은 공익적 관념을 법적인 틀로 녹여내는데 필요한 능력을 말한다. 예를 들어, 탈원전 소송을 위해서는 원전의 시스템이나 지층구조를 이해하는 등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이때 비로소 현실 문제를 법적인 영역으로 이끌어올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생업으로 삼을지 모르겠으나, 만약에 공익법활동을 하는 변호사가 된다면 이 두 가지를 맘속에 새겨야겠다.

글 _ 한동균 (공감 26기 자원활동가)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