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심포지엄 '비닐하우스를 넘어서'가 지난 201712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주민과 주거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쉽게 차별과 편견에 노출되는 이들 중 하나가 이주민이고, 가장 쉽게 잊히는 권리가 주거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감이 지난 2016년에 진행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의 결과보고서 중 주거실태를 다룬 부분을 읽으면서 느꼈던 참담함을 떠올리며 국회로 향했습니다. 공감의 전수안 이사장님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주제발표와 이어진 토론 및 발표를 들으면서 이주노동자, 그중에서도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상황이 제가 활자를 통해 접했던 것보다도 훨씬 열악하고, 그 심각성에 비하여 지금껏 정부의 의지는 너무나 미약했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인 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대표와 두 번째 발표자인 민주노총 박유리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부장은 입을 모아 20172월에 시행된 외국인근로자 숙식정보 제공 및 비용징수 관련 업무지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이한숙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실태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개선안은 실질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현황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위 지침의 경우 숙식의 질에 대한 기준도 없이 숙식비를 통상임금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안내하고 있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지금껏 관행으로 이루어져 온 숙식비 공제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고용노동부가 만들어 배포한 지침 안내문은 숙식비의 상한액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기보다는 고용주가 숙식을 제공할 경우 소요비용을 징수할 수 있고, 숙식비를 꼭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친절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숙식비를 공제하고 있지 않던 사업주들조차 이미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지침을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어서 세 번째 발표자인 사단법인 두루의 최초록 변호사는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의 실질적인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지침뿐만 아니라 법제도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는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상의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고 산업재해의 위험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며 사업장변경 또한 어렵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근로기준법과 동법 시행령은 기숙사 내의 필수적인 설비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벌칙 조항에서도 부속 기숙사에 대하여 근로자의 건강, 풍기(風紀)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규정만을 두고 있습니다. 외국인고용법에도 기숙사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이주노동자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지 그 여부가 고용주의 재량 내지는 선의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최초록 변호사는 기숙사의 설비와 안전 위생에 관한 최소한의 원칙적인 기준을 포함하고 근로감독관 및 사용자의 기숙사에 대한 의무를 신설하는 등 현행 법령이 지닌 문제들을 보완한 법률 개정안을 제안하였습니다.

 

 

 

  세 명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사업자 및 정부 측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중에서 지구인의 정류장 김이찬 대표가 고용주들이 누리고 있는 일종의 무허가 비닐하우스 주거시설전용 임대 사업권주거비 징수권을 고용노동부가 묵인 내지 방조하고, 때때로는 돕기까지 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세입자라도 건물주가 그 임금에서 월세를 원천징수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고용주가 이주노동자들의 월급에서 숙식비를 원천징수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발제문에 첨부된 노동시간을 알 수 없는 근로계약서와 비좁고 비위생적인 비닐하우스 숙소의 사진들이 이러한 비상식적인 상황이 실제임을 생생하게 증명했습니다. 위와 같이 제기된 의문과 비판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이정한 과장과 농립축산식품부의 강동윤 과장은 농업부문 종사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에 충분히 공감한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제시되었던 숙소의 최저기준 설정이라든지, 근로계약 이전에 숙소 형태를 고지하고 숙소 점검 빈도를 높이는 방식의 개선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에 농업 종사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실태가 조금이나마 나아지리라고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지켜보며 보호해야 할 당사자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만들어진 정책이 그들의 인간다운 삶을 박탈하는 수단으로 너무나 손쉽게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참석자들이 공통으로 비판한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징수 지침의 경우가 그러한 정책의 예시일 것입니다. 특히나 이주노동자들은 당사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특수한 위치에 있기에 이와 같은 고민 없이 만들어진지침에 매우 취약합니다. 물론 고용노동부 측에서는 이러한 지침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숙식비를 제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미 지침이 임금 삭감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법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당사자,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는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유리 부장의 발제문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접한 정주노동자라는 단어를 통해 제 안에 숨어있던 편견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았습니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 노동자는 어떤 수식이 필요 없는 노동자이고 한국에 이주한 노동자들은 이주노동자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요? 어쩌면 그냥노동자와 이주노동자로 나누어 이름을 붙이는 것에서부터 이주노동자들은 보통의 노동자가 아니기에 어느 정도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차별이 시작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나는 한국에 있기에 결코 이주노동자가 되지 않고, 그저 평범한 노동자로서 살아가리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언제든 외국으로 이주하여 노동하게 된다면 나 또한 이주노동자가 된다는 점을 우리는 종종 잊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토론회는 제가 가지고 있던 무지와 무관심, 편견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서 뜻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곳이 비닐하우스를 넘어서’, 편안하게 쉴만한 집으로 바뀌는 데에 이번 토론회가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닐하우스는 결코 누군가의 집이 될 수 없고, 비닐하우스만 아니면 괜찮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우리 사회가 지닌 상식의 예외가 아닌 일부분으로서 자리 잡길 꿈꾸며, 그리고 언젠가 그것이 당연한 상식이 되길 바라며 토론회 후기를 마칩니다.

 

 

글 _ 김민주 (공감 26기 자원활동가)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