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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의 절반인 여성이 40여 년 동안 필연적으로 경험하는 월경은 대다수의 여성들에게 신체적인 불편함과 고통, 높은 가격의 생리대,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등 불편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러던 와중에 생리대의 발암물질 검출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안전함마저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여성들에게는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상황임에도 정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생리대 앞에서 뭘 사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기존에 사용하던 걸 어쩔 수 없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난 1027일 공감에서는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님을 모시고 생리와 여성건강권을 주제로 월례포럼을 진행했다.

 

  그동안 일회용 생리대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였다. 물론 2000년대 초반에 생리대 부가가치세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2016년에는 깔창생리대 등의 문제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그때그때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했지 그것이 생리대 전반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는 사회가 여성의 월경 문제에 그만큼 관심이 부족함을 잘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일회용 생리대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회용 생리대가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심지어 의약외품임에도 불구하고 전성분표시제도가 적용되지 않았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

 

  특정 업체의 생리대를 사용한 이후 월경통이 증가하고 월경량이 감소했다는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자, 여성환경연대는 식약처에 조사를 촉구할 목적으로 제품을 사용한 여성들에게 제보전화를 받았다. 이틀 동안 무려 3천여 명이 자신의 경험들을 제보했고,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해당 생리대의 유해성분 검출실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식약처는 과학적이지 못한 실험을 부적절한 방식으로 발표했다고 주장하며 전반적인 유해물질 조사와 역학조사는 배제한 채 오직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대해서만 조사를 진행했다. 또한 다른 정부기관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국민의 건강을 누구보다 신경 써야 하는 국가가 사건을 축소시키고 사태의 본질에서 벗어난 대응만을 했다는 점에 대해 노력하지 않으면서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의무를 방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특히 언론의 행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은 많은 정보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획기사나 해외 사례 등을 찾기 보다는 시민단체와 기업 간의 유착관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체가 특정 생리대 기업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다’, ‘단체의 구성원이 특정 생리대 기업의 임원이다등의 사안과 무관한 의혹제기가 이어졌고, 여성환경연대는 이러한 의혹에 대응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기업을 불러다가 대책을 물어야 할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사안의 본질보다는 시민단체의 기업 유착 의혹이 더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의혹 프레임 속에서 여성건강 대책은 심도 깊게 논의되지 못하였다.

 

생리대 사태의 본질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건을 기업이 생산 및 유통하는 동안 정부는 이를 방관해왔고, 여성들은 불안해하며 40년 동안 매달 사용해왔다는 것이다. 월경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당장 어떤 생리대를 사용해야할지 고민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생리대 사태는 그야말로 재난에 해당한다. 단순히 몸이 안 좋아서, 예민해서, 나이가 많아서 등 개인의 문제인 줄 알았던 독립된 경험들이 공통의 문제로 전환되는 순간, 이는 안전한 생리를 요구할 여성건강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이 이러한 사태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상황에서 오늘도 대다수의 여성들은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국가는 내 몸이 증거다, 나를 조사하라라고 외치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답할 의무가 있다.

 

 

안전한 생리대를 넘어서서 건강한 월경권으로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일단은 안전한 생리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관과 시민단체가 협력하는 민관합동기구를 설치하여 제대로 된 전수조사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 젠더 전문가와 환경단체가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 또한 단순히 법적 기준을 준수하는데 그치지 말고 안전선도기업으로 나아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생리대에 대한 사전안전성 검토를 제도화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빠르게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는 월경 문화에 대한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 생리대 대안 용품, 월경에 대한 무지, 월경 휴가, 무상생리대, 월경 혐오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월경 그 자체에 대한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월경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필요가 있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다소 생소한 월경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한 달에 한 번씩 피할 수 없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경험을 애써 숨기고 괜찮은 척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냥 신체가 불편해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왕이면 이 시기를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는 없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에 많은 고민이 들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생리라는 단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월경이라는 단어를 두고 굳이 생리라는 대체 언어를 사용하는 것부터가 우리가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사용해온 생리라는 단어의 수 보다 2시간 남짓한 강연에서 사용한 생리라는 단어의 수가 훨씬 더 많았고,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우리가 더 많은 공간에서 더 많은 생리를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다주었다

 

  40년 넘게 사람들이 사용해 온 생리대의 문제들이 몇 개월 만에 해결 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생리대 화학물질 조사는 그 시작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월경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앞으로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리라 믿으며, 이안소영 사무처장님의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자연의 리듬에 맞게, 천천히 월경에 치얼스(cheers).’

 

글_서석우 (공감 2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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