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926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산하 프로보노지원센터 주관으로 프로보노 라운드 테이블이 열렸다. 프로보노지원센터는 공익변호사를 지원 및 양성하고 변호사와 공익단체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센터는 변호사의 공익활동 참여를 제고하고, 공익활동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올해 1월부터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고 있다.

공감 장애인권 담당 변호사이자 프로보노지원센터장인 염형국 변호사님의 소개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사회적경제기업 지원단체 및 변호사들이 사회적경제기업 법률지원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후 사회적경제기업인들이 법률지원 이슈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더불어 사회적경제기업 법률지원에 관심 있는 변호사들이 해당 활동 참여방법 등을 질문하였다.

 

  회의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로보노사회적기업의 개념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먼저, ‘프로보노공공의 이익을 위한 봉사라는 뜻으로, 라틴어 문구 공익을 위하여(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하였다. 최근에는 각 분야 전문가가 공익을 위해 자신의 전문지식, 기술, 경험 등을 기부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한편,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의거하여 설립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영리기업과 비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조직)을 말한다.” 곧 영리기업이 주주나 소유자를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및 지역사회에 일자리, 사회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첫 마이크는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남원호 팀장이 잡았다. 먼저 소속 기관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경제적기업-지원조직-서울시정부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투자, 공공구매, 윤리적 소비를 통해 기업과 시민들의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한 참여를 유도한다. 동시에 서울시의 정책 기획/실행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등 사회적경제의 제도적 정착에 힘쓰고 있다. 남원호 팀장은 현장에서 사회적경제기업 지원에 적합한 변호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공익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은 많지만, 사회적경제를 이해하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은 그 설립목적이 영리활동보다는 사회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 일반 영리기업 분야에서 일하던 변호사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경제기업이 어떤 부분에서 법률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로 법률지원을 희망하는 변호사들은 많은데, 오히려 기업들의 수요가 많지 않다고 한다. 나아가 사회적경제영역에서도 국선변호인제도와 같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법률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어서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소속 이경호 변호사가 발언대에 섰다. ‘더함이 진행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사회적경제 법률지원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곧 사회적경제 기업과 조직들이 쉽게 법률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보노 연결, 중간지원조직과 연계한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두 번째로 정책과 제도의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입법지원, 제도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기본법과 사회적가치기본법 제정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경제의 기본 원칙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민간, 공공영역에 스며들게 한다는 점에서 관련법 제정과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 번째로 프로보노 코디네이터 역할을 한다. 많은 변호사들이 공익활동을 희망하지만, 프로보노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업무 배분을 비롯한 활동을 코디네이팅하여 변호사들이 효율적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경호 변호사는 사회적경제 기업은 비영리기업과 영리기업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를 띠기 때문에, 법률적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처음 법인격을 설립할 때부터 법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사회, 주주총회 등 시스템이 미비하여 분쟁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나아가 많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혁신적인 방법을 추구하는데, 이때 현행법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자금조달, 운영 적법성, 거래상 분쟁, 지적재산권 문제 등 이슈에서 포로보노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다음으로 박향희 신나는 조합 상임이사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는 현장에서 법률 프로보노 활동이 보이는 한계를 지적했다. 먼저 사회적경제 기업이나 지원조직 입장에서 어느 정도 수준에까지 법률지원을 요청해야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만큼 법률 서비스에 대한 거리감이 있고,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도 쉽사리 전폭적인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기업가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답변과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기존 프로보노의 지원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로 기업인들의 프로보노 수요는 법률보다 홍보, 마케팅, 세무, 회계 분야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나아가 지방의 경우 프로보노 공급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실제수요를 파악하여 변호사를 연결하고,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중간, 광역단위의 지원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패널은 사단법인 두루의 김용진 변호사였다. 그는 선제적 자문을 강조했다. 많은 사회적경제 기업들이 회사를 운영하며 발생하는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데, 법률 프로보노가 대상 기업을 먼저 선정해, 문제점을 찾아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재단법인 동천의 이희숙 변호사는 사회적 기업을 위한 법안 제정을 강조했다. 이때 프로보노가 기업인들의 건의사항을 법 용어에 맞게 정리하여 법 제정 과정에 반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패널들의 발표가 끝나고 공익 활동을 희망하는 변호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현직을 유지하면서 공익 활동을 참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하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이 있었다. 사회를 보던 더함 대표 양동수 변호사는 현업을 유지하면서 프로보노 활동을 할 경우, 법률 소송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소송의 경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므로, 현재 법률 프로보노는 대부분 법률자문의 형태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익 소송의 수요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경제 기업인의 질문도 있었다. 그는 사회적경제 기업의 경제적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게 다가온다고 했다. 변호사, 회계사 등의 직업에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상당하고, 프로보노의 경우에도 법률지원이 원하는 만큼 무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므로 지원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남원호 팀장은 이러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변호사들이 법률 지원의 틀에서 벗어나 일반적인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등 스킨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를 지켜보며 뜬금없이 첫사랑이 생각났다. 처음 연애할 때는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고민하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 상대방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정하고 일방적으로 사랑을 쏟아 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방적인 사랑만큼이나 허무한 일도 없다. 상대방은 고마움 보다는 부담을 느끼고 서로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그때 왜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거나 묻지 못했는지 후회한다. 프로보노 활동도 사랑과 같다. 사회적경제 기업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법률 프로보노의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한다는 현재 상황은 어쩌면 변호사들이 일방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많은 패널들이 언급했듯이, 사회적경제 기업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인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이해할 때, 법률 지원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기업인과 변호사 사이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법률 지원 외에 다른 영역에서의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남원호 팀장의 말처럼 행사에 참여하고 그 준비를 돕는 등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를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사회적경제 기업인의 말은 법률 프로보노에 대한 기업인들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곧 기업인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동조하고, 그들의 법률적 요구를 지원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변호사라는 무거운 직함을 내려놓고 인간적인 교류를 할 때, 그 거리가 좁혀질 것이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 참여를 계기로 변호사가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인지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법이 적용되는 분야는 너무나도 다양해서, 관심분야로의 진출이 다른 직업에 비해 보다 용이하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꼈다. 양동수 변호사가 로스쿨 1기 출신 변호사들의 사회적경제 기업 지원 활동을 언급할 때는 몸이 찌릿찌릿했다. 로스쿨 동기들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평소 관심 있었던 예술 분야의 사회적 기업에 법률 지원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진과 그림에 관심이 많은 내가 오래 전부터 막연하게 내가 변호사라면 이런 일을 하고 싶은데...” 상상했던 것과 일치했다. 두 시간의 짧은 회의 시간동안 첫사랑도 생각하고, 옛 꿈을 실제로 확인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어쩐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행복했다.

 

  사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직업으로서 어떤 일을 택할지는 가장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1년 간 스스로에게 미래를 설계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이런 시기에 공감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여러 포럼 및 세미나를 다니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공공선의 중요성을 배웠지만 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몰랐다. 뭐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교육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이어서 공감에 자원 활동을 신청했다. 공감에서 공익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변호사님들을 보게 된 것은 큰 자극이 되었다. 공익활동에도 여러 가지 분야가 있고, 내 능력과 노력, 그리고 의지의 여부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금은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옛 꿈으로 돌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오늘 밤 꿈에서는 공익 변호사가 되어 사회적경제 기업인과 짜장면 먹으면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것 같다.

 

글_한동균(공감26기 자원활동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