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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은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그 얼굴이 보기 싫어서 도망치고 싶지만, 차별을 마주한 개인은 그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자꾸 얼굴을 들이미는 차별에 홀로 맞설 수 있는 개인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다. 차별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이들과 차별에 대항해 싸우고자 하는 이들, 차별 없는 세상에 살고 싶은 우리를 위해 제안된 것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고 생각한다. 2017921일과 22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관한 국제학술회의가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여러 국내외 전문가들은 청중 앞에서 차별금지법에 관련된 쟁점들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하였다. 나는 법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회의 중에 다루어진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세부적 내용이 야기하는 논란, 법적 쟁점들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는데 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차별 없는 세상에 살기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어떠한 노력이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한 것인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데 있어서 많은 논란들이 있지만, 그 중요도와는 별개로 가장 첨예한 대립이 발생하는 지점이 차별금지사유로서 성적지향을 열거하는 일이다. 나는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 누군가의 성 정체성이 왜 혐오의 대상이 되고, 차별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내세워서 성적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열거하는 일을 막으려고 한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박주민 의원이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금지가 포함된 법안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수천 건씩 받는다고 한 것을 보면 자신과는 다른 성적지향을 지닌 사람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지닌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생각이 다르지만, 어찌되었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모두를 포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생각이 다른 이들 모두가 합의 할 수 있을 때까지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미룰 것인지, 아니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먼저 제정하고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같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여러 연사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어려운 이야기라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어려운 이야기들의 틈바구니에서도 김지혜 교수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았다. 김지혜 교수는 발표 말미에

 

 

  “물론 이미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상 우리 사회가 평등의 실현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는 규범은 분명하다. 다만, 평등 및 차별금지의 원리가 아직까지 사회 속에서 그리고 삶 속에서 살아 있는 규범으로 이야기되지 못하고 실천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성애 찬반과 같은 사람을 차별하자는 어떤 주장에 관한 합의가 아니라, 우리 안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성찰하고 차별을 발견하여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기본 대원칙에 대한 확인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또는 평등기본법은 이러한 차별에 관한 성찰의 결과물이 아니라 그러한 성찰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으로서 필요하다.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사회적으로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지금 당장말이다.”

 

 

 

라고 말했다. 사람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사람의 범주에 우리와 같은 사람을 포함시키길 거부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김지혜 교수의 말처럼 우리 안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성찰하고 차별을 발견하여 평등을 실현하겠다는 기본 대원칙에 대한 확인이 되어야 한다. 합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러한 대원칙의 확인을 주저하면 그 사이에 차별에 희생되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다. 차별로부터 당연히 보호 받아야 할 이들이 누구인가를 우리 사회가 법이라는 형태로 확인시켜준다면, 그 이후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오해를 푸는 노력들을 전개하기에도 훨씬 수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차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할지, 차별을 당한 이들을 어떻게 보호, 구제할지 등에 대한 논의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캐나다의 사례에 대해 발표한 Kathleen Mahoney 교수는 현재 차별금지법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이지만, 그러한 법을 갖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법을 제정한 이후에도 법원이 차별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여 차별의 피해자들이 보호받기 어렵게 되는 등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어렵게 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가 바뀔 때는 시끄럽고 불편한 것이 세상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특히, 그동안 사회가 나아가던 방향과는 다른 익숙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그 소란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그 소란에 놀라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지 않게 힘을 보탤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본 학술회의에서 얻게 된 가장 큰 깨달음이다.

 

  마지막으로 차별에 저항하는 우리 모두가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가 토론 중에 인용한 악셀 산데모세의 소설 <도망자, 자신의 자취를 가로지르다>에 등장하는 십계명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다른 사람들처럼 선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다고 확신하지 마라
  5.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뭔가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다른 사람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구든 당신한테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마라
  10.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십계명은 얀테라는 가상 마을에서 사람들이 지켜야 할 마음가짐을 열거한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현실에 있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질 수 있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범의 제정과 함께 진정으로 차별 없는 세상이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글_서민근 (공감 26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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