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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금요일 오후, 공감 변호사님들과의 만남을 위해 내 또래의 친구들이 한명 두명 모였다. 날씨가 좋지 않고 휴가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친구들이 참석해주었고, 지난번에 만났던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게임을 통해 서로 인사하고 어색함을 좀 덜어낸 후에 첫 번째 활동을 시작했다. 한 가지 논제를 두고 O, X로 찬성과 반대 입장을 표현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 이번에는 대여섯명씩 조를 짜서 그 안에서 먼저 생각을 모았다. 저번에 참가했을 때에는 개인적인 발표를 통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몇 명의 친구들과 먼저 가벼운 토론을 해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논제를 바라보는 친구도 있었고 미처 염두에 두지 않았던 부분을 짚어주는 친구도 있었다.

 

 

 

  이번에 나온 주제는 시각장애인이 수능에 응시할 때 점자 문제지와 녹음 파일을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시험 시간을 1.7배 늘리는 것이 정당한가?’,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통행을 불편하게 하며 구걸을 하는 행위를 경범죄로 보아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이 필요한가?’에 대한 것이었다. 평소에는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문제들을 눈앞에 두자 결론을 내기 어려운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첫 번째 주제는 수능을 1년가량 앞둔 나에게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시각장애인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는 얼마나 어려움을 겪을까? 만약 시험시간이 3배로 늘어난다면 모든 수험생들이 그러한 차별을 두는 것에 순응할 수 있을까? 시험시간을 늘려주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면, 그것에 대한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고자 애쓰는 사회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얼마나 중요한지가 뼈저리게 느껴졌다. 두 번째 주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의견의 차이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구걸을 하는 행위는 정말 개인의 책임뿐인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공공장소에서의 구걸행위는 제재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정을 고려하여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먹고살기 위해 자행되는 생계형 범죄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빈곤은 범죄가 아니지만, 때로는 틀에 박힌 인식 탓에 가난 그 자체가 잘못이 되어버리곤 한다. 집에 오는 길에 노숙자 분들이 직원이 되어 판매되는 잡지 빅 이슈를 사며, 다시 한 번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곱씹어보았다. 국가는 그들을 도울 힘이 있고, 그들은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힘이 있다.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잘못이 될 수 있지만, 그 잘못의 대가가 삶에 대한 희망을 빼앗기는 것이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명확하게 핵심을 짚어주며, 필요한 부분에서는 정확하고 의미있는 설명을 덧붙여준 차혜령 변호사님 덕분에 나름대로 더욱 다양하고 깊은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변호사님 덕에 우리들이 잘 알지 못했던 현실의 문제들에 눈을 뜰 수 있었고 평소에 관심을 갖지 못한 부분까지도 시야를 넓히게 되어 참 감사했다.

 

 

 

  모두가 즐겁게 참여했던 인권과 법에 관련된 퀴즈 시간이 지나고, 김지림 변호사님과 함께하는 두 번째 시간이 돌아왔다. 이 시간에는 공감에 들어오셔서 맡으신 여러 일들과, 공익변호사가 하는 활동들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변호사들이 나서서 소송이나 법제 개선, 교육중개, 실태 조사 등을 하시는 경우를 총 세가지로 나누어서 이야기해 주었는데, 첫 번째는 법이 차별을 낳는 경우였고, 두 번째는 법이 있지만 적용되지 않는 경우’, 세 번째는 법이 아예 없는 경우였다. 꼭 맞는 사례와 함께 설명을 들은 덕분에, 변호사가 되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아웃라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립할 수 있었다. 나 역시 인권변호사가 되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활동까지도 하고 싶었는데 마침 김지림 변호사님이 국제인권 파트를 담당하고 있셔서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변호사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변호사가 되는 것은 운전면허증을 따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고 이야기 하였다. 변호사의 자격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것인지, 누구와 함께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는 모두 운전을 하는 나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말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김지림 변호사님에게 개인적으로 몇가지 질문을 했다. 변호사님는 공감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짧게나마 이야기하며, 지금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고, 그래서 아주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공감에서 일하는 것이,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는 지금의 삶이 재미있고 즐겁다는 진심어린 이야기을 듣고 그 에너지가 나에게까지 전해져 기분이 좋았다.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귀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전에도 공감에서 주최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매번 참가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나도 인권변호사가 되어, 조금은 좁고 거친 길이라도 좋은 사람들과 따뜻한 마음으로 걸어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제부터 또다시 마음을 다잡고 나만의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나의 dream license를 위해 꾸준히 달려가야겠다! 다음에는 더욱 많은 친구들이 함께해서 뜻깊은 시간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

 

 

글_ 평택여자고등학교 2학년 김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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