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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보건법을 전면 개정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지난 5 30일부터 시행되었다. 많은 이들은 크고 작은 개정 내용 중에서도 강제입원 절차에 주목하고 있다.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소견만 있으면 정신보건시설 강제입원을 허용해왔던 기존 제도가 2주의 진단입원 후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만 본격 치료입원이 가능하도록 개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와 통원치료 증가가 예상되면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내 통합을 지원할 수 있는 복지체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첫 발제를 맡은 이용표 서울인천정신보건전문요원협회 대표는 다른 나라의 정신질환자 주거지원 정책을 폭넓게 살펴보았다. 이 대표는 특히 일본과 영국에 주목했는데 두 나라의 정책에서 몇 가지 유의미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비교적 조기에 대규모 병원수용 정책 탈피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내 거주공간 확보를 탈시설화 정책의 핵심과제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영국과 일본은 지역사회에 소규모 주거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시설 중심의 정책을 수정해 나가고자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남긴 선례를 찾아 우리의 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주거지원 형태와 일상생활 지원서비스 내용 간에 일대일 연계가 없다는 점, 즉 정신장애인이 받을 수 있는 일상생활 지원의 범위가 그들의 주거유형에 의해 결정되거나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서비스 수요자로서 마땅한 지위를 누리며 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그들이 원하는 때에 제공받는다는 뜻이다. 나는 정신장애인을 단순히 복지서비스의 대상이 아닌 적극적 이용자로 이해하는, 어찌 보면 사소한 이 시각 차이가 이 날 토론회에서 정신장애인 복지의 가장 근본적인 지점을 건드린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몇 년 동안 이어질 복지시스템 개편 논의에서 담당 관료 및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러한 시각을 진심으로 공유하고 견지해야만 정신질환자의 진정한 자립을 가능케하는 체계적인 복지시스템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발제자인 김수영 공감 변호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들의 복지에 관한 법률인 장애인복지법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지금처럼 장애인복지법과는 별개로 정신건강복지법만을 중심으로 정신장애인 탈원화를 전개하는 것은 잘못된 방향임을 지적했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 체계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므로 예산이나 실제 지원 내용 측면에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20년 앞선 장애인정책종합계획과의 연계를 도모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우선 지방자치단체는 정신질환자종합시설 등을 통해 주거시설과 직업훈련 및 취업지원을 함께 제공하며 이러한 시설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당사자들로 구성된 자립생활지원단체 설립을 지원하고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에 이러한 단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광역 단위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보건업무 수행에 그치지 않고 정신보건시설 간 연계사업,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체계 마련 등을 통해 수요자의 필요에 맞는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교적 풍부한 인프라를 가진 서울시와 경기도의 선도적 역할이 특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기초 단위의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유관기관과 긴밀하고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형성해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예산 관련 지원 및 협력의지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수적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정신장애인 복지시스템 관련 폭넓은 토론이 이어졌는데 특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신석철 대표가 언급한 동료지원(peer support) 또는 동료상담(peer counseling) 프로그램이었다. 동료상담이 정신장애인의 자신감 고취 등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다수의 연구와 조사에 의해 확인된 사실이다. 다만 그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보수, 플랫폼 등의 측면에서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실상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박마루 의원 또한 동 프로그램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강점을 가졌다며 관심을 표한 만큼 서울시 조례 개정 시 이러한 부분이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해 본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현재 진행중인 정신장애인 복지시스템 개편에 당사자들의 요구와 필요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편으로는 예산 문제를 큰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았는데, 이 점에서는 앞서 김수영 변호사가 지적했듯이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불가결할 것이다. 홍선미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작정 새로운 복지체계를 확립하려 하기보다는 지금까지 구축된 인프라와 기존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방향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치며

 

  이번 정책 토론회는 전통적인 재활 패러다임에서 탈시설-자립생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 주거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정신장애인의 사회 복귀 및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우리는 정신질환 관련 제도의 반인권적인 면모를 한 겹 벗겨냈다. 하지만 성공적 탈원화가 그리 쉽게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의 경우,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에 정신질환자의 자립과 사회 참여의 기치를 내세운 지역 기반 복지시스템 확립에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기입원율이 높고 혐오에 기인한 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보면 우리 앞에 놓인 길 또한 쉽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사실 토론회 참석 내내 이같은 논의가 정부 차원에서 개정법 논의와 병렬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부서가 관여하는 사안이므로 예산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긴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어 더더욱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강박에 빠져 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다소 순진하긴 하지만 당사자와 함께 할 때 혁신이 일어난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의 주인공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글_금영은 (공감 25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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