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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들 중에는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라면 자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사랑해야 한다’, ‘자녀라면 부모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나 신화와 달리 부모와 자녀관계는 그 불완전함으로 인하여 서로에게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자녀를 사랑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드류 솔로몬의 말이다. 그는 부모와 정체성이 다른 자녀를 둔 부모들을 인터뷰한 <부모와 다른 아이들>에서 두 종류의 정체성을 제안한다. 하나는 민족성과 국적, 언어, 종교와 같이 동일한 가계 안에서 대물림되는 ‘수직적 정체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수평적 정체성’으로 해당 정체성은 가족이 아닌 동류 집단을 통해 배우는 정체성을 말한다. 부모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청각 장애나, 왜소증, 다운증후군, 자폐증, 성소수자 정체성도 수평적 정체성의 예에 해당한다.

 

  수평적 정체성의 연구를 그 자신이 게이로서 정체성을 찾아 가는 이야기를 큰 틀로 한 앤드루 솔로문은, 이 책에서 “가족은 차이를 둘러싼 관용과 불관용의 시험대이며,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강조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시급한 장소”라고 하면서,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부모와 다른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동성애자로서 나의 정체성을 형성했던 시기, 과정을 돌아볼 수 있었던 동시에,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리,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나 문화는 보이지도 않고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자녀가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성소수자 자녀의 삶을 상상하며 축복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정부 정책과 교육 제도, 주류 미디어의 문제이며 책임이기도 하다. 동류 집단을 통해 배우는 정체성과 사회적 규범으로 가족 안에서의 강요되는 역할에 대한 간극, 그 간극은 점점 벌어지고, 증폭되는 갈등은 오롯이 그 가족의 문제로 떠넘겨져 왔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 지도층의 공적 발언, 다양성을 보장하는 미디어의 역할, 성평등한 교육은 성소수자들에게 뿐만 아니라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중요하다.

 

  몇 년 동안 활발하게 활동해 온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존재나, 최근에 방영된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편은, 이제 한국 사회의 인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과 같다. 어느덧 나의 동년배들이 학부모가 되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 세대는 달라야하지 않을까.

 

글 _ 장서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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