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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관리법 개정안 토론회 후기] 우리의 범위를 묻다 _ 25기 자원활동가 방준휘

공감이 하는 일/자원활동가 이야기

우리의 범위를 묻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수는 17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남한 인구의 약 3.5%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수다. 또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들은 대개 외국인 노동자로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열심히 일한다면 인근 국가인 중국보다 4배 정도의 평균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그 배수는 더 커진다. 하지만 그들은 대개 꿈과 희망, 그리고 몸 하나에만 의지한 채 한국 땅을 밟는다.

 

 

  국가는 이러한 외국인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출입국관리법을 마련해두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이 그들을 같은 땅에서 일하고 숨 쉬는 공동체의 구성원이 아닌, 철저한 외부인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공감을 비롯한 많은 이주 인권 단체들은 이러한 법안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주정책포럼을 기획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지난 4월 21일(금)에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만들고 이를 수정하고 보완하기 위해 토론회가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공감에서는 박영아 변호사와 자원활동가 방준휘(25기)가 자리에 동행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를 첫 화두로 삼았다. 제63조는 강제퇴거명령이 발부되었지만, 여권을 미소지 한 외국인, 교통편이 확보되지 않아 당장에 송환될 수 없는 외국인들을 강제로 구금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어떠한 구금의 상한도, 명확한 근거 없이 구금을 허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6년 8월말 기준 1년 이상 장기 구금된 난민신청자만 30명, 그 중 3년 이상이 6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난민신청을 하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은 명확한 사법적 심사규정 없이 ‘보호’라는 경계가 불명확한 단어로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인권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복잡한 거미줄에 갇혀있었다.

 

 

  토론회는 여러 이슈로 발을 넓혀갔다. 특히 법안의 대상이 되는 이들 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의 신분으로 입국한다는 사실은 토론회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실제로 한국을 찾으면서 품었던 기대에 비해 그들의 지위는 매우 불안해 보였다. 그들의 권리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에게 맡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는 그들이 사업장을 이탈했을 때 신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그들은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잃을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실은 왜곡되어 있었다. 몇몇 사업주들이 이러한 사실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의 꿈을 운에 맡겨야 하는 위험한 거래에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출입국관리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노사관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결과를 낳으면서도 법제도적으로나, 법집행 과정에서 그러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 법안은 그들이 외국인 이전에 노동자이고, 노동자 이전에 사람이라는 전제를 망각하고 있었다. 결국, 토론회에서는 이를 규탄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사업주의 허위 신고를 적발하고 이탈 신고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입을 모았다.

 

 

출입국관리법이 제한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사항도 논점이 됐다. 이 사안은 강제추방규정과 맞물려 있었다. 즉, 이주노조활동은 외국인들의 강제 추방의 근거가 되는 표적 활동이 된 지 오래였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장벽이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이 땅에서 머물기 위해 이를 더욱 악물어야 했다. 이주노조 활동가들의 지속적인 강제단속추방과 노조 합법화 과정에서 정치활동을 이유로 국가는 그들을 10년 동안 탄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이주노조는 대법원에서야 승소해 합법노조가 되었지만 그 안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다만 아직까지도 출입국관리법상 정치활동금지 규정의 포괄성으로 인해 여러 활동이나 표현의 자유가 제약받고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분명 표현의 자유를 ‘정신활동의 자유’로서 보장하고 있다.

 

 

토론회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열기를 더해갔다. 이주정책포럼은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됐던 내용을 더욱 발전시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내고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다. 그들의 소중한 인간다운 삶을 지켜내기 위해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결국, 토론회는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경계선에 서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회장을 나오면서 ‘우리’라는 말을 자연스레 곱씹게 됐다. ‘그 범위는 어디까지 확대될 수 있을까?’, ‘나는 누구와 함께하고 있는가?’ 등의 고민이 머리를 스쳤다. 끝에는 ‘우리’라는 말은 신기하게도 여럿이 모일수록 색이 바래지 않고 또렷해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해서 그 말은 빛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너와 내가 모여 우리가 되었을 때 함께 머물 수 있는, 함께 볼 수 있는 자리가 더욱 넓어졌다. 우리는 그렇게 내가 가지 못한 곳을 함께 갈 수 있고 그 너머를 그려볼 수도 있다. 그곳엔 공허가 아니라 여유와 함께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나는 알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은 더 큰 문을 내고 싶어졌다.

 

 

글_방준휘 (공감 25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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