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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 24일, 봄방학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매서운 바람이 불던 금요일 오후에, 공감의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공익변호사를 꿈꾸는 청소년, 모여라!!” 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인권변호사라는 꿈을 가진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지난 2016년 여름방학에 한번 참가한 경험이 있던 터라 더 큰 기대를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

 

 

  첫 번째 순서로, 염형국 변호사님이 ‘공익 변호사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변호사라고 하면 막연하게, 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곤 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공익변호사가 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법원에 의견서나 소장을 제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법률 자문과 법률 교육을 하고 의뢰인과 만나 상담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공익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 법정 안에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더 많이 보고 듣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직업이 바로 공익 변호사인 것 같다.

 

  염형국 변호사님은 하루 일과와 더불어 그 일정들과 관련된 몇 가지 사건들을 소개해주었다. 염전 노예 사건과 충주 성심맹아원 시각장애인 사망사건 그리고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대한 헌법 소원과 그 판결... 우리가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곳에서도 여전히 인권 문제는 발생하고 있었고, 몇 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아 있었다. 특히 몸이 불편한 분들이나 정신 지체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이 이런 억울하고 고통스러운 일들을 겪으셨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그리고 동시에, 한 달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하러 찾아가던 시설의 장애인분들이 떠올랐다. 그분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하면서 시설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답답함을 마음 속 깊이 헤아려보지 못한 것이 죄송스럽고 부끄럽게 느껴졌다. 우리와 조금 달라 보이는 분들을 만났을 때, ‘장애’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임을 먼저 인식하고 다가간다면 그분들이 겪으시는 비인간적인 차별 대우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잠깐의 휴식과 o,x 퀴즈 다음으로 이어진 두 번째 순서는 장서연 변호사님과 함께하는 토론 시간이었다. 우리는 ‘교육감 선거에서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회가 정한 규칙으로 복장이나 두발 등을 규제해도 된다.’ 등의 명제를 놓고 O부터 X까지 각자의 입장을 정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다. 처음에는 다들 선뜻 나서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정답은 없다는 변호사님의 이야기에 점차 자신감을 갖고 나름대로의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비슷한 꿈을 가지고 모인 친구들이지만 각각의 논제에 대한 의견은 모두 달랐고, 그렇기에 더욱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특히 학생의 교육감 선거권에 대한 논쟁을 통해 청소년의 선거권을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다. 청소년에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명제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 속의 청소년 인권의식 신장에 이바지할만한 청소년들의 역량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때로는 미성숙한 부분이 비추어지기도 하고 어른들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 스스로가 청소년 인권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고착화 되어버린 교육 방식과 환경에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면 청소년을 중심으로, 사회는 조금씩 변화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인권 변호사, 공익 변호사로 일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편견과 고정관념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 고민이 되었다. 또 한편으로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마음, 편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도 남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고민을 담아 질의응답 시간에 변호사님에게 질문을 하자, 염형국 변호사님과 장서연 변호사님은 ‘얼마든지 바뀌어나갈 수 있다’며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변화하려는 노력과 직접 부딪히며 느끼는 것들을 통해 깨닫고 배워나갈 수 있고,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해 보는 것이 생각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에게도 새로운 의지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것도 큰 힘이 된다고 조언해주었다.

 

 

  공감의 청소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면 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든다. 나와는 다른 의견에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완전히 대립되는 생각을 포용하면서 ‘중간’ 지점을 찾아가는 법을 배운다. 항상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공익변호사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나만의 비전을 세워나가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시간이 된다. 4시간 남짓 되는 시간을 알차게 채워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께 참 감사하다. 그리고 특히, 처음 보는 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언제든 연락해도 된다며 선뜻 명함을 주신 장서연 변호사님과 아낌없이 조언해주시고 쉬는 시간에도 여러 가지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해주신 염형국 변호사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장서연 변호사님이 소개한 격언처럼, 우리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기에 이 시대의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나중에 희망을 일구는 사람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글_평택여자고등학교 1학년 김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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