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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을 말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배우고 싶어 공감 인권법캠프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분명 타인을 위하고자 간 것인데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습니다. ‘인적 자원’이라는 단어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인간을 쓸모 있는가 여부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말씀해주셨기 때문입니다. 몇 년 간 시험 낙방으로 좌절의 늪에 빠져있는 저를,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캠프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 위로도 받고 인권감수성도 피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 '차별이야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참가자들 @ 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인권,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

“얘는 알바, 이 분은 사장님.”이라는 광고 문구를 통해 무의식을 지배하는 언어의 프레임을 보았습니다. 또한 국회의원에게 90도로 숙이는 청소노동자의 사진을 어색함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를 보며 그동안 프레임에 갇혀 살아왔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사람의 감각은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길들여진 감각은 사람의 몸을 지배하고 삶을 지배합니다. 그러므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정관념‧둔감함과 싸워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수고로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권의 보편성, 존엄의 보편성

소방관, 의사, 요양보호사, 배달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진을 보며 “누가 가장 위험할까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질문을 듣자마자, 각각의 직업이 지닌 위험의 정도에 순위를 매기며 어떤 직업의 위험성은 등한시해도 되는 것 마냥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각자에게 어떤 위험이 존재할까요?”라고 질문을 바꾸는 순간, 각 직업군의 위험을 그 나름대로 인정하며 모두를 충분히 존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에 대한 존엄은 다른 사람과 비교우위를 정해서는 안 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그 자체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인권에서 법조인의 책임

부당해고에 반대하며 직장을 점거한 쌍용자동차 사건을 보고 정당한 쟁의행위인가 생각해 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정리해고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경영권과 노동3권이 충돌하는 경우 이를 조화시키는 한계를 설정함에 있어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창의와 투자의욕을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증진시키며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판결했고, 이는 판례“법”처럼 작용하여 이후에 근로자가 열악한 상황에 처하는 것에 일조했습니다. 조금만 고민해보면 정리해고보다 근로자의 지위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사항이 없을 것 같음에도, 법을 해석하는 과정에서조차 자본가의 입김을 피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저를 절망하게도 하고 뜨겁게 일어나게도 했습니다. “정리해고나 비정규노동 등 노동관계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개인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양산한 법조인의 책임이 큽니다.”라는 윤지영 변호사님의 외침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주체도 ‘인권감수성을 가진’ 법조계의 움직임이라는 말로 들렸고 그런 움직임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 '노동인권' 강연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2박 3일간의 일정 두 번의 밤에는 뒤풀이 시간이 있었는데, 과연 인권법캠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종교, 집회, 인간에 대한 고찰 등 ‘무거운’이야기를 허황된 이상주의자라는 조롱 없이 진지하게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술 마시고 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무거운 눈꺼풀과 싸우며 졸음을 이겨내 본,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생활하다 보면 힘겨운 날들도 있고, 당장의 안락함을 위해 나만 생각하는 순간도 있을 것임을 압니다. 그래서 이 캠프에 주기적으로 참여하고 싶어졌습니다. ‘공감 인권법캠프’를 삶의 등대로 삼으면 나의 하루가 옳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지표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공익‧인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한 번 쯤 들어 보았을 이상이라는 말은 현실과 괴리를 나타내는 의미로 쓰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행동하는 손과 발을 가진 이상주의자들이 함께 한 발자국씩 나아가다 보면 이상이 현실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캠프는 많은 손을 만나게 해준 고마운 공간이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이 글을 통해 공감의 울림이 누군가의 소맷자락에 스며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4조 조모임 @ 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글_민경원(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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