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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네이버 국어사전에 수록된 ‘공감’의 정의이다. <공감>에서 진행한 공익인권법캠프는 참가자들로 하여금 ‘공감’이라는 개념을 법철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였고, 향후 법조인으로서의, 혹은 시민으로서의 생활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가져다주었다.

 

성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장서연 변호사님의 수업을 예로 들어보겠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중 제6조(조사사항) 속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을 탐구하고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현행 대법원의 사무처리지침이라면 법학과 법적 실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함 경험을 가진 분들이 제정한 것이겠지만, 여전히 인권적 측면에서 비판이 가능했다. 따라서 이 사무처리지침에 대한 인권적 측면에서의 검토는 “있는 법”과 “있어야 할 법”을 구분하고 이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주었다. 이는 법실증주의가 나쁘고, 자연법론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법의 실질적 내용에 대해 한번쯤은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혹은 약자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법적 결정이 정당하다면, 법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 성소수자인권 주제마당 토론 결과 @ 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많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우리 조에서 토론한 결과를 사진으로 첨부하였다. 본인이 발표를 맡았는데, 공통의 관심사를 가졌지만 각기 다른 배경에서 자라고, 다른 방법으로 공부를 이어온 사람들이 모이니 다양하고 좋은 의견들이 나왔다. 법원은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의 심리를 위하여 신청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데, 조사사항 중 “신청인이 성전환증으로 인하여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선천적인 생물학적 성과 자기의식의 불일치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오히려 반대의 성에 대하여 귀속감을 느껴왔는지 여부”가 존재한다. 본인은 이러한 ‘고통’의 존재여부에 집중하였다. 투표권이나 노동권 등 기타 기본권은 ‘방해’의 여부가 곧 권리의 침해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데, 어째서 성전환자의 경우는 개인의 기본권에 대한 ‘방해’가 아닌 ‘고통’의 여부가 결부되는 것인가. 또 전체적으로 조망하였을 때 ‘불허기준’이 아닌 ‘허가기준’을 정립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하였다. 불허기준에 들지 않는 것보다 허가기준에 드는 것이 더 어려울 수 있고,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드러낸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조원들은 본인이 주목하지 못한 것들을 지적하며 논의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었다. 특히 ‘탈법행위’에 대한 서술을 신청인의 의도에 대한 왜곡이라고 보며 이런 저런 사례를 들어주었던 것에 큰 흥미를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6조(조사사항)에 대한 명석한 의견들이 나왔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있는 법”에 대해 “있어야 할 법”은 무엇인지를 고심하며 함께 토의에 임했다는 것이다. 이는 참가자들이 공익인권법캠프가 내걸은 ‘공감’이라는 가치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소라미 변호사님께서 강의와 토의를 진행해주신 아동인권에 대한 세션도 마찬가지였다. 베이비 박스에 대한 의견은 각기 달랐지만 모두가 같은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현행법이나 시행규정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머릿속에는 ‘아동인권을 신장해야한다’, 그리고 이를 넘어서 ‘고통 받는 아동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라는 생각이 내재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캠프 주제마당에 참여중인 참가자들 @ 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강연 이외에 ‘인권의 재구성’ 프로그램 또한 본인에게 큰 의미를 지녔다. 본인이 운영하는 ‘통감’이라는 단체는 대학생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로서, ‘경쾌한 청년소통의 행동형 미디어 플랫폼’이다. ‘청년들은 왜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소통방식이 경쾌하지 않아서다’라는 결론을 내린 본 단체는 ‘경쾌한 소통방식’을 다양하게 구현하는 행사의 기획 및 실행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인권의 재구성’은 굉장히 신선하고 경쾌한 접근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령, SNS에서 ‘남성의 성욕은 여성의 식욕과도 같아서 제어하기가 어려울 만큼 거대하므로 조금은 이해해주어야 한다’라는 엉터리 명제를 본적이 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이 ‘여성들이 편의점 문을 부수고 들어가 직원을 위협하고 감자칩을 강제로 뜯어서 먹은 뒤 “감자칩이 내게 먹어달라고 유혹의 눈길을 보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 라는 댓글을 남겨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캠프에서도 경쾌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인권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발표회가 이어졌다. 인권문제에 대한 소통은 따분한 글과 무거운 토론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든지 청년들의 경쾌한 아이디어를 활용하여 소통할 수 있는 주제였던 것이다.

 

▲ '인권의 재구성' 발표를 보고 있는 참가자들 @ 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그러므로 이 글을 읽는 청년들에게 <공감>의 공익인권법캠프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지금까지 어떤 일에 임할 때 ‘이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혹은 ‘이것이 우리 가족, 혹은 우리 집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기준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의사표시를 할지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공감>의 캠프에 모인 사람들은 ‘이것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우리 집단이 아닌 다른 집단, 즉 사회적 약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기준으로 모든 행동과 의사를 판단하게 된다. 이는 참으로 신선하고 보람찬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공감> 화이팅!

 

글_박상준(제10회 공감 인권법캠프 참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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