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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마지막 문장이다. 법률가로서 상당히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우리나라 헌법에서 안전을 자유와 행복과 나란히 새기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얼마 전 어느 방송인의 연설문에 관한 기사를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목숨의 값어치가 끝없이 추락하는 식민통치, 전쟁, 군사독재를 거친 우리나라 헌법에 이보다 절실하게 들어맞는 문구가 없을 듯싶기도 하다.


안전은 지난 14일 새해 벽두 최종변론기일이 열린 월성1호기수명연장무효소송의 화두이기도 했다. 1983년 운전을 개시한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우리나라에 몇 기 안 되는 가압중수로 원자력발전소 중 가장 오래된 발전소이다. 1982년 임계 후 30년의 설계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고 원자로에 해당하는 압력관 노화로 2009년 가동이 중지되었다가 논란 속에 2015년 초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설계수명을 40년으로 연장하는 결정을 받았다.


프로메테우스 신화도 있지만 불은 태고부터 인간과 함께해온 에너지원이지만 지구상에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60년 전이다. 지난 60년 동안 연구와 경험을 축적해가며 원자력을 이용해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중 1979년 쓰리마일사고, 1986년 체르노빌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사고는 우리에게 가장 가혹한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지만 이러한 사고들은 원자력 안전성 관련 기준들이 큰 폭으로 상향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그런데 원자력발전소는 한번 지어지면 30년 이상 가동되며, 작년 상업운전을 개시한 신고리3호기는 설계수명이 60년이다. 33년의 기간 동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세 번이나 발생한 점에 비춰보더라도 원자력발전소는 한번 인허가받았다 해서 안심하고 내버려 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종합적 안전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주기적 안전성평가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IAEA 권고에 따라 2000년대 초부터 주기적 안전성평가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다.


© 한국수력원자원


원자력안전법은 특히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주기적 안전성평가의 경우 국내외의 최신 운전경험 및 연구결과를 반영한 기술기준을 활용하여 평가토록 하고 있다. 최신 기술기준과의 비교평가를 통해 장기간 가동되는 원자로시설을 최신 원자력발전소 수준에 근접하게 끌어올리겠다는 주기적 안전성평가의 본래 취지가 국내 법령에도 반영된 것이다.


안전성 평가는 평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다. 자동차도 1970년대에 들어 비로소 안전띠와 에어백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전띠와 에어백이 있는 차와 없는 차를 비교하면 안전성의 차이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격차를 파악하고, 보완방안을 강구하고, 보완을 할 수 없을 때 감수하고 수명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폐로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것이 최신기술기준과의 비교평가의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월성1호기 설계수명연장결정의 근거가 된 주기적 안전성평가의 경우 최신기술기준을 활용한 안전성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시로 평가에 활용될 최신기술기준을 극히 일부 영역과 일부 기술기준 및 그중 일부 내용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월성1호기는 원자로 노후화로 설계수명 만료 3년을 앞두고 가동이 중지된 발전소로 설계수명 연장을 위해 발전소의 심장에 해당하는 원자로 교체가 필요했다. 1970년대 기술기준을 적용한 원자력발전소의 심장을 교체하여 되살릴 것인지를 결정하면서 최근에 지어진 원전과 안전성이 어느 정도 차이가 나는지, 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평가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 참여연대


뿐만이 아니다. 5000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 월성1호기의 원자로 교체는 설계수명 연장이 결정되기도 전에 이루어졌다. 설계수명 연장신청이 불허되면 5000억 원을 날리는 이와 같은 비상식적인 결정은 월성1호기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고 확신할 만한 근거 없이 이루어졌다면 심지어 배임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여지가 있다. 수명연장 여부에 대한 심사가 끝나기도 전에 연장에 대해 확신할 만한 근거가 있었다 하더라도 문제이다. 어느 쪽이 더 심각한 문제인지 우열을 가리기도 어렵다. 그러나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조차 한없이 무력했다.


원자력안전규제는 원래 과학기술부 소관이었다가 2011년 신설된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이관되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안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지금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규제기관으로서의 면모를 찾아보기 어렵고,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는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을 정녕 이러한 기관에 맡기라는 것인지 심히 절망스럽기도 하지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원자력안전규제에도 변화가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글_박영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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