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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2월 기부회원 인터뷰는 조금 더 특별한 분들과 함께했습니다. 바로 변재원·이가연 기부회원님입니다. 지난 20기 공감 자원활동가로 함께 활동하다, 그때의 인연이 결혼으로까지 이어진 두 분과의 만남. 이 날의 이야기는 변재원 기부회원님이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처음으로 마주한 ‘차별의 벽’


“라오스를 가려고 비행기를 타려던 참이었습니다. 당시 이용했던 항공사가 진에어였는데, 탑승 수속을 밟던 저에게 서약서 한 장을 내밀더라고요. ‘항공기를 탈 때나 그 후에 건강상태가 악화돼 진에어에 부수적인 지출이 발생하거나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그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알고 보니 그 날 비행기에 탄 승객 중 저만 그 서약서를 받았더라고요. 이런 노골적인 차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일이었어요.




(당시 변재원 기부회원님이 받은 서약서)



이 일이 있은 직후 변재원 기부회원님은 진에어 측에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진에어 측에서는 CEO까지 나서 사과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큰일을 꿋꿋이 치러낸 변재원 기부회원님이지만, 당시 무엇보다 두려움이 앞섰다고 말합니다.


“상대는 거대한 기업이고, 저는 아무런 힘도 없는 개인이잖아요. 두렵더라구요. 당시에는 이런 일을 겪으면 도움을 요청할 데가 국가기관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중에 지인을 통해서야 ‘공감’과 같이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인권'에 눈을 뜨다


그 날의 경험이 있기 이전에, 변재원 회원님은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예술 경영이라는 전혀 다른 전공 탓도 있었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사회 곳곳에 존재한 ‘차별’들이 곧 ‘인권’의 문제라고 인지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날의 일은 인권을 바라보는 변재원 회원님의 시야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공감’과의 인연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사건으로 공감을 알게 된 이후, 계속 공감의 활동을 눈여겨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어요. 꼭 한 번은 이런 단체에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공감과의 우연한 인연은, 또 다른 새로운 인연의 시작으로 이어집니다.



공감에서의 인연, ‘팬심’에서 ‘연인’으로


이가연 기부회원님은 네덜란드에서 유럽법을 공부하셨습니다. 2014년 4월, 네덜란드에서 밤새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들을 지켜보며 '나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멀리서 세월호 참사를 겪는데, 더 이상은 나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마침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활동할 만한 단체를 찾다가 공감의 활동들을 보고 제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시작하게 된 공감 자원활동에서, 아주 뜻밖의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예전 진에어 사건 때 재원이가 올린 글을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보고는 팔로잉을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올리는 포스팅마다 정말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어서, 늘 감탄하곤 했어요. 그런데 때마침 같이 공감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된 거죠."


우연과 우연이 이어진 만남은 결국 평생을 약속하는 관계로 이어집니다. 조금은 빠른 나이에 결혼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지금 함께하는 이 순간이 이렇게 행복하다면, 앞으로도 평생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하며 마주 보는 두 분의 시선은 참 따뜻했습니다.



이주민 문제부터 장애인 이동권 문제까지


인권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변재원 기부회원님은 무엇보다 특히 '이주민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가연이와 1년 정도 프랑스 남부에 머무르는 동안, 저는 장애를 가진 동양인으로서, 그리고 가연이는 작은 동양인 여성으로서 많은 차별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건 분명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환상과는 다른 현실이었어요. 지금 우리가 '탈조선'을 꿈꿀 때, 정말 이 '헬조선' 밖에는 더 나은 현실이 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또 한편으로는, 순혈주의가 뿌리 깊게 박힌 우리나라에서 지금 유럽이 겪고 있는 이주민 문제, 특히 그들에 대한 혐오 현상이 머지않아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가연 기부회원님은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대해 주목하고 계셨습니다. "재원이를 만나며 자연스럽게 장애인 인권 문제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특히 이동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전용 택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최소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단하게 외출 한 번을 하려해도 하루를 다 쏟아야 하죠.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제도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에 공감이 없다면


두 분에게 공감에 기부를 한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변재원 기부회원님으로부터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자원활동을 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공감은 기부 후원금을 단 한 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작은 비품 하나라도 아껴 쓰고, 모든 후원금 사용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되죠. 게다가 변호사님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계십니다. 제가 후원한 돈이 이렇게만 쓰일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죠."


이가연 회원님 역시 비슷한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그동안 다른 비영리 단체들에 크고 작은 회의감을 가지고 있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본 공감은 다르더라구요. 이런 곳이라면 믿고 후원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변재원 기부회원님의 이 한마디였습니다.


"'대한민국에 공감이 없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럼 누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 변론해주고,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영역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겠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공감은 그 자체로 대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인권'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이 듣고 싶었습니다.


인권이란 "아는 만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이자, "알지 못해도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는 변재원, 이가연 기부회원님. 두 분의 이야기처럼, 우리 사회에 인권 감수성이 널리 퍼져 서로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또한 인권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그러한 사회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글 _ 주선민(24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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